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강도 관세 정책을 본격 시행하면서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해당 지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한 한국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삼성·LG 등 영향권 기업 ‘촉각’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각각 25% 관세를,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 3건에 서명했다.
이번 관세는 오는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캐나다산 에너지 자원에 대해선 25%가 아니라 10%의 추가 관세만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둔 한국 기업들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대중국 무역제재를 피하기 위해 미국과 무관세 협정을 맺은 멕시코에 생산 시설을 이전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를, 케레타로 공장에서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도 멕시코 내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오븐 등 가전), 라모스(전장) 등 세 곳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멕시코에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을 추진 중인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상황도 복잡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삼성전기는 앞서 관세 등의 이유로 공장 건립을 사실상 중단했다. LG이노텍은 멕시코 산후안델리오에 모터, 센서, 차량용 카메라 모듈 등 전장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증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기존 멕시코 공장이 3000평 되는데 작년에 3만평 규모의 부지를 샀다”며 “설계에 들어가 건물을 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 현지에서 생산하는 가전제품의 생산물량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각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체계를 강화해 관세 부과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지난 2018년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계기로 미국 현지에 공장을 구축해 생산 체제를 마련했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진행된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대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김창태 LG전자 CFO 부사장도 콘퍼런스콜에서 “만일 관세 인상 수준이 본질적인 공급망 변화를 해야 하면 생산시설 이전과 기존 캐파(생산능력) 조절 등 적극적인 생산지 변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관세 부과 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행정명령을 통한 관세 부과 배경으로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등 마약 유입을 언급했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행정명령에서 명시한 것처럼 관세 부과가 마약, 불법이민 문제 해결이 목적이라면 일부 협상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중국의 우회수출 차단이 목적이라면 관련 위험이 빠르게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發 관세 폭탄…다음은 반도체?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급변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와 석유, 가스에도 곧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 시점은 2월 18일 쯤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도체, 철강, 석유, 가스, 의약품 등에 대한 부문별 관세 부과 방침도 예고하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다만 과도한 우려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무역협회 통계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이 미국으로 직접 수출한 반도체는 106억 달러로, 전체 반도체 수출액의 7.5% 수준이다. 전체 수출을 좌우할 만한 비중이 아니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코노믹 리뷰>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해도 의도대로 성과가 나타날지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라며 “수출국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