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 시장이 역성장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골프웨어 시장이 역성장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과거에는 신상품이나 한정품이 출시되면 금방 품절되는 건 물론 매장도 북적거렸는데 최근에는 골프웨어에 대한 젊은 층들의 문의와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급부상했던 골프웨어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골프에 입문했던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중저가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잇달아 ‘철수’ 또는 ‘축소’를 선택해야만 하는 갈림길에 섰다. 탄핵 정국과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더 커진 만큼 올해 전망도 밝지 않아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 

한 때 잘나가던 골프 거품 빠졌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골프웨어 시장은 지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연평균 20%에 달하는 성장률을 이뤘다. 탁 트인 야외에서 즐기는 만큼 코로나19에 감염될 우려가 적다는 점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골프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골프를 시작한 MZ세대를 일컫는 ‘골린이(골프+어린이)’라는 단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그러나 MZ세대의 골프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골프용품과 그린피(골프장 이용료)에 드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자연스럽게 MZ세대의 관심사는 ‘테니스’에서 ‘러닝’ 등 경제적인 부담이 적은 스포츠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한때 골프를 즐겼던 직장인 A(29세)씨는 “레슨을 받고, 예쁜 골프웨어를 구매하고, 필드를 나가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요즘 물가도 오르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골프를 줄이고 다른 운동을 찾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9월 발표된 KGA(대한 골프협회)의 2023 한국골프지표 조사에서 골프 활동을 1회 이상 참가했다고 답한 비중은 2021년 31.5%에서 2023년 16.9%로 감소했다. 골프웨어 시장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2년 4조2500억원에서 2023년 3조7500억원으로 약 12% 감소했으며, 지난해에는 3조4500억원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추산된다. 

골프웨어 ‘철수’ 또는 ‘축소’ 갈림길

시장이 둔화되면서 골프웨어 브랜드 역시 사업 정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나마 고가 브랜드는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골프를 즐기는 ‘진성 골퍼’ 고객층을 유지하며 타격이 덜했지만, MZ세대를 타깃으로 생겨난 중저가 브랜드가 직격타를 맞은 모습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메종키츠네 골프’와 LF의 ‘랜덤골프클럽’은 백화점과 온라인을 기반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했으나, 론칭 1년 만에 골프웨어 시장에서 철수했다. 캘러웨이골프가 선보인 하이엔드 브랜드 ‘트래비스매튜’도 백화점에서 모두 퇴점했다. 

프로골퍼 임희정을 모델로 내세우며 여성스러운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던 중저가 골프웨어 브랜드 ‘엘르골프’는 선수 후원을 중단하고 사업 축소를 결정했다. 한세엠케이의 주력 골프 사업 부문이었던 ‘LPGA&PGA’ 또한 오프라인 매장수를 줄이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코오롱FnC가 30여년간 운영해온 골프웨어 브랜드 ‘잭니클라우스’는 지난해 12월 운영권을 제3자에게 넘기는 서브라이런스 사업 구조로 전환했다. 이외에도 ▲혼가먼트 ▲바이스 ▲톨비스트 ▲엘로드 등 브랜드가 몸집을 줄이거나 사라졌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골프 침체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초부터 탄핵 정국과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더 커진 만큼 골프웨어 사업을 접는 브랜드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결국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골프웨어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실질적인 수요와 브랜드 가치에 따라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며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지, 스포츠 캐주얼 시장으로 확장할지 브랜드별로 명확한 방향성을 갖추고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