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발표되는 가운데, 공사비 상승 여파로 전년 대비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실적 발표를 앞둔 건설사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은 연결 제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 1조2209억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22일 공시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7854억원과 비교해 2조원 이상 줄어들며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현대건설이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1년 4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처음이다. 순손실은 736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고환율·원자재 상승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결 자회사의 일부 해외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일시적 비용이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프로세스 재점검과 공정 관리를 강화해 수익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건설사들도 전년 대비 매출과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잠정 실적을 공시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4년 매출 18조6550억원, 영업이익 1조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4%, 3.2% 감소한 수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대외 환경 변화 등으로 전년대비 매출과 이익은 소폭 감소했으나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삼성E&A는 17일 연결기준 지난해 연간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9조9666억원, 영업이익 971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6.2%, 영업이익은 2.2% 감소했다.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건설사들도 지난해 실적 전망이 어둡다. 유안타증권의 국내 주요 건설사 실적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4개 상장 건설사의 지난해 4분기 합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 줄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4년 하반기 들어 업종 전반적인 외형 성장 둔화가 감지되는 가운데 기업 개별적인 원가율 점검, 준공 정산 비용 반영 등 비용 증가 요인으로 부진한 수익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공사 원가 상승을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입을 모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0.26으로 2020년 11월(100.97)보다 29.0% 상승했다. 이 지수는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 공사비에 생산자 물가 지수와 같은 관련 경제 지표를 반영한 수치로, 건설공사 물가 변동 분석의 기준이 된다. 건설사들은 자재비와 인건비 등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2년 이후 지속적인 공사비용 상승이 재무제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지난해 4분기 이후부터는 경영실적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DL이앤씨와 대우건설, GS건설 등도 2월 초 실적 발표에 나설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