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정식으로 취임하며 글로벌 경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에너지 정책, 금융 규제 완화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가운데 각 국가들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보에 대응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요약된다.
그는 첫 임기 동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무역협정 재협상과 관세 부과를 통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선바 있다. 그리고 이는 지금도 이어져 중국, 유럽연합, 멕시코 등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 갈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재점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 가격 변동이 예상된다.
에너지 정책도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산업을 지지하며, 파리기후협약 탈퇴와 같은 환경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그의 복귀가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압박과 화석연료 생산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금융 시장은 규제 완화 기조가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금융 규제 완화를 통해 월가의 이익 확대를 지원했다. 재선 이후에도 비슷한 방향을 유지할 경우 미국 금융업계는 수익성이 강화되겠지만, 글로벌 금융 안정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달러화 강세를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제조업과 고용 확대를 위한 금리 인상 기조와 함께 달러화 가치는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신흥국의 외환시장과 자본 흐름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에 주목...전기차 의무화 폐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정책의 핵심 방향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선언하며 에너지 규제 완화, 제조업 부활,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주요 기조로 내세웠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대폭 뒤집는 동시에 미국 내 산업과 고용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먼저 에너지 정책의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에너지의 해방'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는 화석연료 비중을 늘리면서 에너지 가격 하락을 끌어낸다는 방침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해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를 전면 확대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면서 "전 세계로 에너지를 수출하며 미국을 다시 부유한 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년 안에 에너지 가격을 50% 낮추겠다”며 석유와 가스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물가 안정과 경제 회복을 이루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 공포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며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를 대폭 확대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미국산 에너지를 전 세계로 수출할 경우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화석연료 확대에 따른 낙수효과를 활용해 미국의 낙후된 제조업까지 살리겠다는 전략도 깔렸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1월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중단했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제한을 1년 만에 해제하는 등 공급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이 예상되며,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에는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재생 에너지 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정책의 철회를 예고하며 재생 에너지 산업은 힘이 크게 빠질 전망이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전 행정부의 대표 정책인 ‘그린 뉴딜’을 종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생 에너지에 제공되던 보조금과 세제 혜택도 축소하거나 철폐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 변화가 재생에너지 기업들의 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등 주요 재생 에너지 분야는 정부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지원 축소 시 경쟁력을 잃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국 내 재생 에너지 시장의 위축은 글로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이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면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매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전기차 의무화(electric vehicle mandate) 폐지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인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CEO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비판, 화석연료의 중요성을 어필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재생 에너지의 중요한 축이던 전기차 인프라를 직접적으로 교란하며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 성장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한국 자동차 업계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 수출 증가로 대미 무역흑자 확대를 이루던 한국 기업들에게 불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의 공급망 패권이 약화되면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기존 무역협정 재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 각서를 통해 미국의 통상 정책에도 변화를 주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관세 정책을 통해 무역 체계의 전면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그는 "미국 국민을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하겠다"며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예고했다.
취임사에서 즉각적인 신규 관세 부과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호적이며 공통으로 유리한 양허(reciprocal and mutually advantageous concessions)를 위한 조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며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지나치게 이득을 보는 국가와의 통상 정책에 분명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기 때문이다.
각서에는 미국의 교역 상대국 중 중국, 캐나다, 멕시코를 구체적으로 언급했을 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포함한 다수의 무역협정에 대한 전면적 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USTR에 FTA 파트너 국가들과 상호적이며 공통으로 유리한 양보를 얻거나 유지하는데 필요하거나 적절한 개정을 권고하하고 명령한 만큼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설립해 수입 관세와 세금 징수를 전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중심으로 미국의 통상 정책이 '깐깐하게' 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남부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불법 입국을 차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력 유입 감소는 미국 내 노동 공급 축소와 임금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한국 역시 금리 인하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며 내수 부진과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빅테크 규제 완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팀 쿡 애플 CEO 등 주요 빅테크 기업 수장들이 대거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이들의 전면 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 우대 정책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하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이 빅테크 중심의 산업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리콘밸리 미국 빅테크 인사들은 이미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전면 배치된 상태다. 일론 머스크가 연방정부효율위원회(DOGE) 수장으로 임명된 가운데 대표 벤처캐피털(VC) 안드레센호로위츠(a16z) 매니징 파트너 스콧 쿠퍼는 연방정부 인사관리국 국장으로, a16z 출신 스리람 크리슈난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인공지능(AI) 수석 정책 고문으로 각각 자리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 및 암호화폐 책임자’에 임명된 가운데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수장에는 마이클 크라치오스가 전격 발탁됐다.
이들 빅테크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보폭을 맞추며 미중 기술 패권전쟁의 선봉으로도 활약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관리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산될 경우 막후 조정자로서의 역할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어떻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한국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보호무역 강화와 관세 인상으로 한국의 수출 기업들은 새로운 무역 장벽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철강 등의 주요 수출 품목은 민감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과 알루미늄에 적용한 조치의 재검토를 명령했던 1기 행정부 당시의 정책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공급 확대는 에너지 수입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한국은 에너지 수입국으로서 유가 하락이 제조업과 물류업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재생 에너지 산업 위축 가능성은 관련 기술과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어려움이 될 전망이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 심화는 한국이 일부 산업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관세가 아닌 광물 및 첨단기술 중심으로 부딪친다면 기술집약적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는 조선업 등을 바탕으로 삼아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빠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 기업들은 무역 변화에 대한 선제적 준비와 함께 글로벌 시장 다변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에너지 및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을 신속히 분석해 시장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한국의 상황이다. 12.3 계엄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며 한국 경제가 커다란 타격을 입은 가운데 '불확실성의 연속'인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정치권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대일 협상을 즐기는 트럼프 스타일에 맞서 한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전략' 자체도 부재한 실정이다.
속도전에 나서기 위한 컨티전시 플랜과 더불어 맞춤형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현안간담회’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표시한 조선업 협력 등 양국 경제협력의 기회요인은 적극 활용하겠다”면서 “정부는 미국 신정부 출범의 기회요인은 극대화하고 위험요인은 최소화하여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