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칩스법’이라고 불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보이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전략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련 정책이 바뀔 경우 대미 투자를 진행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지원법, 불확실성 커질까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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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 재입성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취임 첫날부터 수십 건에 달하는 행정명령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 때부터 ‘취임 당일 하루는 독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만큼 경제, 통상, 이민, 에너지, 대외정책 등 100건에 달하는 내용이 행정명령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온 만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022년 8월 제정된 반도체지원법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약 56조9000억원),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약 19조2000억원) 등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6조90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 대가로 기업 투자액의 최대 15%까지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직접 보조금의 85% 이상을 확정, 약 400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지난해 12월 이에 따른 보조금을 각각 확정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2026년 가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와 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 오는 2028년 하반기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보조금 지급이 트럼프 행정부 임기 중에 집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우려는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다.

앞서 트럼프는 대선 직전인 지난 10월말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대담에서 정부가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주는 대신 수입 반도체에 세금을 부과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반도체 보조금에 대해 “너무 나쁘다”면서 “기업이 반도체를 만들도록 하기 위해 많은 돈을 내야 하는 건 옳지 않다. 조세정책으로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韓, 빅테크와의 협력에 집중해야”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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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칩스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당장 지원을 철회하기엔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솔루션이 필요한 가운데,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AI 반도체 개발을 중점적으로 해야 하는 미국 상황에서 한국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보조금 규모가 조정될 수는 있겠지만 크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 기업의 경우도 보조금보다는 미국 빅테크의 수주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현지 투자를 교두보로 빅테크 기업과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수출규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성장을 제고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의 공급과잉이 반도체 생태계의 지속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규제를 통해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TSMC도 반도체 보조금이 이어질 것이라며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웬들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9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4분기에 이미 첫 번째 반도체 보조금으로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을 받았고 공장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도 반도체 보조금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