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SNS를 통해 “롯데리아가 초심을 잃었다”고 말하는 게시글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과거 맛없다는 인식이 강했던 롯데리아가 맛있어졌다는 일종의 인터넷 ‘밈(Meme)’이다. 긍정적인 변화는 롯데GRS의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7년 만에 ‘매출 1조원 재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롯데리아를 중심으로 신메뉴 개발과 점포 리뉴얼에 집중한 결과다. 차우철 롯데GRS 대표의 ‘롯데리아 이미지 개선’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롯데리아, 신메뉴 개발·리뉴얼 통했다
차우철 대표는 1992년 롯데제과에 입사했다. 이후 2004년 롯데 정책본부 개선실, 2017년 롯데지주 경영개선1팀장을 거쳤다. 2020년 11월에는 롯데GRS 대표 자리에 올랐다.
차 대표가 취임했던 2020년은 롯데GRS가 실적 악화로 중대 위기에 직면해 있던 시기다. 2017년까지만 해도 매출 1조원대를 줄곧 유지했으나, 2018년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더니 2020년 매출은 6831억원까지 고꾸라졌다. 2019년까지만해도 213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20년 영업손실 19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 가운데 롯데그룹이 오랜 기간 그룹 감사 업무를 담당해온 차 대표를 롯데GRS의 ‘구원투수’로 낙점한 것이다.
차 대표 취임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곳은 단연 롯데리아다. 롯데리아는 롯데GRS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브랜드로 꼽힌다.
롯데리아의 근본적인 문제는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 버거 시장은 그야말로 포화 상태다. ‘쉐이크쉑’, ‘파이브가이즈’, ‘고든램지’ 등 수많은 버거 브랜드들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제는 뚜렷한 차별성이 없다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에 롯데리아는 독창적인 신메뉴 개발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전주 비빔라이스 버거’와 ‘불고기포텐버거’, ‘새우크런KIM버거’ 등이 대표적인 신메뉴다. 모두 한국적인 맛과 2030세대 트렌드를 접목해 소비자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한정 출시됐던 전주 비빔라이스 버거는 소비자 인기에 힘입어 정식 메뉴로 전환됐으며, 불고기포텐버거는 출시 한달 만에 판매량 55만개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롯데리아의 신메뉴 개발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달에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서 우승한 권성준 셰프(나폴리 맛피아)와 협업해 새로운 모짜렐라 버거를 개발했다. 버거를 요리로 재해석한 독창적인 신메뉴를 통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리노베이션(Re-Innovation) 전략’도 이목을 끈다. 기존 외형 매장 확대의 수익 창출 구조에서 벗어나 매장 당 매출 증진을 위해 신규 BI(Brand Identity)에 맞춰 내부 인테리어를 바꿨다. 이를 적용한 매장인 구로디지털역점, 천호역점, 서울대입구역점, 신림점, 숙대입구역점 등은 리뉴얼 이후 고객 수와 매출액이 늘어나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GRS 관계자는 “롯데리아는 올해 역시 국내 소비자 대상 독특한 메뉴 개발을 바탕으로 매장 방문 경험을 확대할 것”이라며 “직영점을 대상으로 순차적인 리노베이션 작업을 진행해 수익형 매장 운영을 통한 내실 강화에 더욱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제리너스·크리스피크림 도넛도 혁신

커피 전문점 엔제리너스와 크리스피크림 도넛도 혁신적인 경영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엔제리너스는 고착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MZ세대를 공략하고자 베이커리 카페로 변신에 나섰다. 전국의 엔제리너스 매장에서는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미’를 특화해 판매하고 있다. 엔제리너스 반미는 냉동 제품을 해동하는 방식이 아닌 매장에서 직접 조리하는 방식을 통해 고객에게 맛과 신선함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2021년 6월 송파구 석촌호수DI점 시작으로 베이커리 특화매장도 늘리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38개의 베이커리 특화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역 유명 제빵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숍인숍 형태로, 석촌호수DI점의 경우 리뉴얼 뒤 월평균 매출이 약 70% 증가했다.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크리스피크림 도넛도 롯데GRS 실적에 보탬이 됐다. 특히 저투자·고효율 전략의 일환으로 ‘도넛 자판기’와 ‘DFD(진열판매)’ 늘린 점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자판기 내부 판매 구성 메뉴는 시그니처 메뉴인 오리지널 글레이즈(더즌·하프더즌)의 단일 메뉴로만 운영하고 있으며, 2023년 자판기 운영 누적 매출은 10억원을 달성했다. 마트‧백화점 등에 배치한 DFD 역시 판매 매출이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컨세션 사업도 차 대표가 힘을 싣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컨세션 사업은 고속도로 휴게소나 다중 이용 시설에서 다수의 식음료 브랜드를 유치해 운영·관리하는 식음료 위탁 사업을 뜻한다. 롯데GRS는 2023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과 2터미널의 식음복합(FB2)·푸드코트(FC2) 운영사업을 획득해 올해까지 총 49개 사업장을 운영 계획하고 있다.
이같은 경영 전략 아래 롯데GRS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늘어난 7440억원을 기록했다. 7년 만에 매출 1조원대 재진입이 유력한 상황이다. 영업이익 점차 회복되고 있다. 2022년 17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이후, 2023년 20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3% 증가했다.
롯데GRS는 올해도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올해는 FC 사업 부문(버거, 커피, 도넛)의 브랜드 강화와 효율성 증대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며 “다중 식음 시설 내 신규 브랜드를 개발·육성하고 외식 플랫폼 인프라를 구축해 외식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