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액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 급등과 분양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대 건설업체의 지난해 3분기(7~9월) 연결 재무제표 기준 미청구공사액은 19조5933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1.68%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미청구공사액은 이미 공사가 진행했지만 건설사가 발주처로부터 공사비를 지급 받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건설사별로 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전년 대비 48.2% 증가한 2조7331억으로 상승 폭이 가장 컸다. ▲HDC현대산업개발 1조3083억원(33.2%) ▲롯데건설 1조8545억원(30.8%) ▲대우건설 1조6318억원(26.0%) ▲현대엔지니어링 1조6235억원(13.3%) ▲SK에코플랜트 1조2401억원(9.8%) ▲GS건설 1조3409억원(5.8%) ▲DL이앤씨 9360억원(5.3%)도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했다.
반면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미청구공사액이 줄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말 1조9504억원에서 10.6% 감소한 1조7428억원을 기록했으며 현대건설도 2.9% 줄어든 5조1819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업계는 매출 대비 적정 미청구 공사비 비율을 25% 이하로 보고 있는데 삼성물산(48.2%), HDC현대산업개발(33.2%), 롯데건설(30.8%) 등은 30%를 웃돌았다.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한 이유로 공사비 급등과 미분양 증가가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0.26으로, 2020년 11월(100.97) 대비 29.0% 상승했다.
이 지수는 건설공사에 들어가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 공사비에 생산자 물가 지수와 같은 관련 경제 지표를 반영해 가공한 수치로, 건설공사 물가 변동 분석의 기준이 된다.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아파트 분양가도 오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063만원으로, 전년(1800만원)보다 14.6% 올랐다.
건설사들은 대부분의 주택 사업장에서 분양 대금이 들어올 때마다 공사 진행률에 맞춰 공사비를 받는 ‘분양불’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이에 따라 미분양이 발생하면 선투입한 공사비를 제때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최근 미분양 증가로 건설사들이 공사비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146가구로, 전년 동기(5만7925가구) 대비 12.46% 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같은 기간 1만465가구에서 1만8644가구로 급증해 2020년 7월(1만560가구) 이후 4년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지방 물량은 1만4802가구로 전체의 79.4%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주요 건설사업의 공기가 지연되고, 분쟁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하고 있다”며 “2022년 이후 지속된 공사비 상승이 재무제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024년 4분기 이후부터 건설사들의 경영 실적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건설기업들은 신용도 관리와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