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업무 환경 전반의 디지털 전환(DX)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설비 관리와 서비스 운영에 AI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안전성·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람코·ADNOC·쉘, AI 기술 도입으로 생산 혁신 가속화
글로벌 정유회사들은 AI 기술을 도입해 생산 효율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실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이자 에쓰오일의 모기업인 아람코는 AI 기술을 활용해 탄성파 자료를 심층 분석, 최적의 시추 위치를 도출하고 신규 유망구조를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시추공과 생산시설에 설치된 300만여개의 사물인터넷(IoT) 센서에 AI 기술을 적용해 장비의 오작동을 예측하고 유전 관리 효율을 높이고 있다.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는 장비 내 센서에서 수신한 압력·온도·진동 등 데이터를 해석하고 장비 성능을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인 AI 기반 프로세스 ‘뉴런 5’를 개발해 적용 중이다. 네덜란드 정유회사 로얄 더치 쉘도 로테르담의 페르니스 정유공장에 AI 기술을 도입해 설비 이상 유무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기술이 물류에도 도입된다면 비용 절감 효과와 함께 석유 생산성 향상에 기여해 국제 유가 하락을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AI 도입으로 석유회사의 생산성이 25% 향상될 경우, 최소 생산 비용이 배럴당 5달러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로 결함 찾아내고 생산 계획 수립하고
원유를 전량 수입해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정유사들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AI 기술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최대 단일 석유화학 공장인 울산콤플렉스에 자체 개발한 설비 관리 시스템인 울산콤플렉스(CLX)에 자체 개발한 설비 관리 시스템인 ‘오션허브’를 구축해 사업화에 성공했다. 오션허브는 정유·석유화학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지난 60여년간 SK이노베이션이 축적한 데이터를 다양한 상황에 활용한다.
지역 AI기업인 딥아이와 협력해 세계 최초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솔루션’을 개발하기도 했다. SK 울산CLX의 데이터와 딥아이의 AI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이 기술은 설비 초음파 검사 데이터를 활용해 결함을 찾아낸다. 실증을 거치면 SK울산CLX에 전면 적용한 후 울산 정유·석유화학 단지로 확대하는 등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1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 2022년부터 여수공장에서 총 164대의 AI 기반 CCTV를를 설치해 작업자의 이상 행동이나 위험 상황을 24시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설비관리와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했다. 설비 관리 통합 플랫폼으로 80만 개 이상의 장치·계기·배관 설비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플래닝 데이터 플랫폼’으로 유가·환율 등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화된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자재 구매시스템과 부서 특화 업무 지원 AI 시스템도 도입
지난 7일(현지시간)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CEO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 현장을 찾았다.
알 히즈아지 CEO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선보인 최신 제품과 기술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면서 AI 기술과 결합한 시장환경 변화를 느끼고, 에너지 기업이 이를 활용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통찰력을 높이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삼성SDS와 협력해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정유산업은 글로벌 시장 정세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에 크게 영향을 받고, 설비가 기술적으로 복잡한 데다 고도의 전문지식까지 요구되는 만큼 구매 시스템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에 에쓰오일은 지난해 울산 온산공장 내 ‘통합 제조 운영 관리 시스템’을 개발한 것에 이어 ‘전사 AI 구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AI 구매 시스템을 통해 지난 10년간의 내부 구매 데이터와 외부 시장 가격 변동을 바탕으로 최적의 조달 시점을 판단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구매 비용을 절감하고 외부 변수에도 장기적인 계획 수립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직원들에게 ▲사내 공통 업무 지원 ▲부서 특화 업무 지원 ▲일반 GPT 기반 서비스로 구성된 ‘AI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실제로 지난해부터 보안 문제를 강화한 AI 어시스턴트를 전사적으로 도입해 업무 전반에서 활용하고 있다”며 “회사가 쌓아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매 비용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는 자체 개발한 ‘AI 기반 자재 구매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구매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 플랫폼은 HD현대오일뱅크의 빅데이터 시스템인 ‘EQR-180’을 기반으로 자재 구매 이력, 입찰 정보, 시장 동향을 분석해 최적의 자재와 구매 방안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배관 교체 시 AI가 유사 자재를 추천하고 가격과 업체 경쟁력 등을 분석해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에서 AI 시스템 도입으로 실제 비용 절감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AI 기반 솔루션의 개발과 적용이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