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유통업계 총수들이 초청장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져 이목이 집중된다. 이번 방미를 통해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2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다. 

삼성·현대차·SK·LG를 비롯한 국내 10대 그룹 총수 중에는 아직 참석이 확정된 사례가 없다. 이 가운데 정용진 회장과 허영인 회장이 취임식 참석을 확정 지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취임식 초청 자체만으로 기업의 네트워킹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 때문이다. 

신세계그룹 미국 사업 ‘청신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취임식과 당일 저녁에 열리는 무도회에 모두 참석한다.

국내 재계 인사 중 무도회에 참석하는 것은 정 회장이 유일하다. 무도회에 참석하려면 당선인 취임위원회나 공화당 측 핵심 인사의 초청을 받아야 하는데,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의 돈독한 인맥이 초청에 큰 역할을 했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약 5년 전부터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 기반으로 같은 종교적 교감을 하면서 깊은 우정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 회장의 취임식 참석은 신세계그룹의 미국 확장 전략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그룹은 미국에서 유통·제조 사업을 활발히 펼치는 중이다. 지난 2018년 이마트 미국 법인의 지주회사 ‘PKRH(PK리테일홀딩스)’를 설립했으며, 현지에서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는 ‘굿푸드홀딩스’와 ‘뉴시즌스마켓’ 지분 100%를 인수하며 유통망을 확장했다. 이를 통해 현재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 등에서 5개 브랜드의 총 55개 프리미엄 식료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미국 법인의 오레곤 공장에서는 HMR(가정간편식) 등 연간 약 200만팩의 냉동·냉장 가공식품을 제조해 트레이더조, 코스트코, 크로거 등 현지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세계푸드는 2022년 미국에 대안식품 전문 자회사 ‘베러푸즈’를 설립했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자체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목적으로 미국 법인 ‘신세계인터내셔날아메리카’를 출범시켰다. 모두 미국과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필요한 사업으로 평가되는 만큼, 정 회장의 취임식 참석이 미국 내 신뢰도와 기업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취임식 전후에 트럼프 주니어 또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면담이 이루어질지도 관심사다. 면담이 성사된다면 경제 이슈와 관련해 한미의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PC 미국 확장 속도에도 탄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019년 6월 30일 한국 경제인 간담회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2번째가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019년 6월 30일 한국 경제인 간담회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2번째가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허영인 SPC그룹 회장도 한미동맹친선협회의 추천으로 취임식에 초청받았다. 허 회장은 2019년 트럼프 당선인이 방한했을 당시 ‘한국 경제인과의 간담회’에서 그와 만난 인연이 있다. 

허 회장은 취임식 이후 한국 경제에 관심 있는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정도 소화할 예정이다. 현재 공을 들이고 있는 미국 시장에 더욱 힘을 쏟기 위해서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2005년 미국에 진출해 현재 약 20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 매장 증가 추세에 속도가 붙고 있으며, 제품 공급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최근 미국 텍사스주 벌리슨시에 1억6000만달러 투자 규모의 현지 제빵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계열사 SPC삼립 또한 호빵∙크림빵∙약과 등 K-푸드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향후 미국 제빵공장은 SPC삼립의 해외 생산 기지로 쓰이며 K-푸드 생산량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두 기업인의 행보가 향후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를 한번 겪어봤기 때문에 대미 관계를 돈독히 하고 발 빠르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취임식 참석은 단순한 행사를 넘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신 회장의 취임식 참석 여부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확인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졸업한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출신으로 ‘한국 재계 트럼프 인맥’으로 꼽히던 구본걸 LF그룹 회장과 김동녕 한세예스24그룹 회장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