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전남 화순군 동면 화순광업소 동갱 내부에서 광부들이 폐광에 따른 대형 장비를 옮기기 위해 선로를 수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전남 화순군 동면 화순광업소 동갱 내부에서 광부들이 폐광에 따른 대형 장비를 옮기기 위해 선로를 수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향후 10년간 국내 광물·광업 전반을 결정지을 중장기 종합 정책 방향이 결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으로 핵심광물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미래 디지털·친환경 광업 생태계 조성에 힘쓸 계획이다.

산업부는 지난 12월 에너지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4차 광업기본계획을 확정·발표한 뒤 배포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제4차 광업기본계획은 지난해 2월부터 연구 용역을 거쳐 약 10개월 만에 수립됐다.

산업부는 구체적으로 ▲핵심광물 공급 기반 강화 ▲디지털 기반 광업 경쟁력 제고 ▲광산 안전 및 탄소중립 선도 ▲지속 가능한 광업 생태계 조성 등 4대 추진 전략을 통해 향후 10년간의 광업 계획을 디지털 중심으로 채워나가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친환경·디지털에 힘줬다… 성장 기반 확보→디지털‧친환경 광업 생태계 조성으로 비전 변경

산업부는 제4차 광업기본계획 수립 보고서를 통해 광업의 친환경, 디지털화를 추후 비전으로 삼았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는 제4차 광업기본계획 수립 보고서를 통해 광업의 친환경, 디지털화를 추후 비전으로 삼았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눈 여겨볼 변경 요소는 추진 비전이다. 국내 광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확보를 목표로 했던 지난 3차 기본계획과 달리 ‘미래 디지털·친환경 광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중심이 된 것이다.

산업부는 신규 추진 전략 방향에 대해 디지털 기반 광업을 강조하며 ▲그린 산업 단지 ▲폐갱도 활용 탄소 포집(CCS) 시범사업 추진 ▲전기식 갱내 장비 도입 확대 및 친환경 장비 보급 등 환경을 고려한 성장을 내걸었다.

이 중 친환경 광업을 포함한 비전은 광업계에 있어선 작지 않은 도전이라는 평가다. 자원을 채굴하는 산업 특성상 탄소 배출 등 환경오염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세계 각국은 환경친화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기술 혁신, 저탄소 신사업 육성 등 탄소중립 지원·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청정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의 안정적 공급 기반 마련 필요성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호주 광업 회사 리오틴토(Rio Tinto)의 웨스턴 터너 싱크라인(Western Turner Syncline) 2단계 광산. 사진=NS에너지
호주 광업 회사 리오틴토(Rio Tinto)의 웨스턴 터너 싱크라인(Western Turner Syncline) 2단계 광산. 사진=NS에너지

친환경 광업에 나서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광업 강국인 호주가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서호주 광물연구소에 따르면 호주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일원으로 2030년까지 2005년 기준 탄소 배출량의 약 43%를 줄이고,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를 위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광업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KOTRA는 설명했다.

산업부 역시 ▲미국 1870조원 ▲유럽연합(EU) 1320조원 ▲일본 178조원 ▲독일 68조원 등 주요 자원 부국들이 오는 2030년까지 환경친화 광업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BHP 로고. 사진=이코노믹리뷰 DB
BHP 로고.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산업부는 ICT 기반 광업 디지털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세계 주요 광업 기업인 BHP, 리오틴토, 앵글로아메리칸 등은 광물 생산 프로세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광산 자동화·무인화 등 스마트 마이닝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산업부는 캐나다가 IBM ‘왓슨’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반 광물 탐사 기술을 개발하는 사례처럼 해외 스마트 마이닝 선진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스마트 마이닝 기술위원회를 운영해 기술 협력·교류를 대폭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스마트 마이닝 도입 예정 광산에 사전 정밀 설계를 지원해 사업 타당성을 점검하고 도입 성공률을 높일 예정이다.

해외의 시험광산 사례. 사진=산업통상자원부
해외의 시험광산 사례.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시험광산 개념도 도입한다. 미국 애리조나주와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실험용 광산, 호주 SIMTARS(Safety in Mines Testing and Research Station)의 광산 테스트 시설 등의 개념을 한국 광업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시험광산은 새로운 채광 기술, 장비, 안전 시스템 등을 실제 광산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테스트하고 검증하기 위한 특수한 형태의 광산이다. 상업적 생산은 하지 않으나 혁신적인 기술과 방법을 안전하게 시험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산업부는 “시험광산 조건과 후보지를 선정한 후 추후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험광산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만성 인력난 해소 위해 팔 걷는다… 외국인 고용 확대 및 기존 인력 건강 관리 강화

대한석탄공사는 강원 태백 장성광업소가 6월 30일 폐광된다고 28일 밝혔다. 사진=대한석탄공사
대한석탄공사는 강원 태백 장성광업소가 6월 30일 폐광된다고 28일 밝혔다. 사진=대한석탄공사

광업 종사자들의 만성 인력난도 업계의 큰 고민거리다. 지난 2021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광업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52.3세로 전체 산업 평균 연령(43.4세)보다 약 9세 더 높았다. 현장에서는 신규 인력 유입 부족과 기술 전수 난항으로 산업 연결고리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의 E-9 비자 취득 확대, 대학 교육을 통한 광업 전문 인력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실제로 농업 분야는 지난 수 년간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대폭 확대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3년 농업 분야 외국인 인력 1년 전체 배정 규모는 3만 8418명으로 전년 배정 인원(2만 2200명)보다 73% 증가한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최대 8개월까지 체류 가능한 E-8 비자 적용도 지난 2019년 적용된 바 있다.

동시에 기존 인력의 업무 도중 건강 관리와 부상 예방에도 적극 나선다. ▲산소 포화도·심박수 등 생체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구호대 편성 및 훈련 ▲통합 재해 예방 시스템 구축 ▲광산별 자율 안전관리 체계 마련 등을 강화할 예정이다.

다만 현실적인 우려도 존재한다. 육체 노동력이 주가 되는 농업과 달리 광업은 기술력이 뒷받침 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후 대학생 등을 중심으로 직업 교육을 강화해 인력 충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구체적인 교육 훈련 대안은 이번 기본 계획에 포함되지 않아 추후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무조건, 심리적 고립감에 시달리거나 불법 이민을 위해 연락을 끊고 숨어드는 농업의 본보기 사례가 있어 제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국대 김은경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순히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삼으면 안된다”며 “각 지방자치단체가 해외 지자체와의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문화에 적응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산업부 최남호 2차관은 “최근 핵심광물 확보 경쟁 심화 및 글로벌 수급 불안에 대응해 산업 원료 광물의 안정적 수급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디지털·친환경 광업 생태계를 조성해 우리 광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