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를 찾아 전시관을 둘러보고 국내 언론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SK
최태원 SK회장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를 찾아 전시관을 둘러보고 국내 언론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SK

“인공지능(AI)은 산업은 좋든 싫든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 경쟁에서 뒤쳐지면 반도체, 조선, 철강 등 그동안 우리가 자랑하던 모든 산업의 경쟁력이 위협 받을 것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5’를 찾아 AI 산업 경쟁력을 강조하며 이 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AI 역량을 강화해 본원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AI 토털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CES에 3년 연속 참가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한편,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C, SK엔무브 등 4개 관계사가 CES 공동 전시관을 운영해 AI 생태계 확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속가능과 AI방점…‘게임체인저’ 자신

최태원 SK회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를 찾아 전시관을 둘러보고 국내 언론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SK
최태원 SK회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를 찾아 전시관을 둘러보고 국내 언론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SK

SK는 올해 ‘혁신적인 AI 기술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를 주제로 SK의 사업 비전을 공개했다. 전시관은 CES 행사장 센트럴 홀에 약 1950㎡(590평) 규모로 조성, AI 데이터센터(DC)·AI 서비스·AI 생태계 등 3개의 부스가 마련됐다.

현장에는 AI DC 기술을 중심으로 총 21개의 AI 솔루션과 파트너사 협업 사례가 소개됐다. SK텔레콤의 AI DC 솔루션과 운영·보안 기술, NPU 기반 AI 가속기 기술, SK하이닉스의 HBM3E 16단 D램, SKC의 유리기판 기술 등이 관람객들에게 공개됐다.

SK하이닉스의 HBM은 SK그룹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년 11월에 개발을 공식화한 5세대 HBM(HBM3E) 16단 제품 샘플을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LPCAMM2(저전력D램) 제품들이나 고용량 eSSD 120 테라 이상의 고용량 제품을 통해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SKC 글라스 기판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SK 전시관 AI DC 구역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SKC
SKC 글라스 기판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SK 전시관 AI DC 구역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SKC

눈길을 끈 것은 SKC의 유리기판이다. 최 회장은 8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만남 후 SK부스를 찾아 유리기판 모형을 들어올리며 “방금 팔고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SKC가 글로벌 경쟁력을 선점하고 있는 유리기판은 반도체 산업의 ‘게임 체인저’으로 평가받는다. 유리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반도체 기판 대비 표면이 더 매끄러워 반도체 생산 설비(노광 장비)를 활용해 더 많은 초미세 선폭 회로를 그려 넣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미국 조지아주 사업장을 방문했을 당시 “앱솔릭스(SKC 자회사)가 생산할 유리 기판은 반도체 제조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SKT가 개발 중인 글로벌 AI 에이전트 ‘에스터(Aster)’ 부스. 사진=SK
SKT가 개발 중인 글로벌 AI 에이전트 ‘에스터(Aster)’ 부스. 사진=SK

AI 에이전트인 ‘에스터’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에스터는 사용자의 일상 관리를 지원하는 AI 에이전트로, 계획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일정이나 해야 할 일을 잊었는지 기억을 상기하고 조언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정석근 SKT GPAA 사업부장은 “기존의 다른 AI 서비스들은 사용자의 요구에 대해 단순한 답변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반면 에스터는 일상에서 필요한 행위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로써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경쟁력 강화…“본원적 사업 역량 높여야”

SK전시관 내 데이터 흐름을 시각화한 AI DC(데이터센터) 구현 부스. 사진=SK
SK전시관 내 데이터 흐름을 시각화한 AI DC(데이터센터) 구현 부스. 사진=SK

최 회장은 평소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중심으로 한 사업 확대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11월 개최한 ‘SK AI서밋’에서는 국내외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AI 혁신과 생태계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AI 생태계 확장에 대한 의지는 조직개편에도 드러났다. SK는 지난해 12월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한 AI 연구개발(R&D)센터를 신설, SK㈜는 CEO 직속으로 ‘AI혁신담당’ 조직을 신설해 성장 사업 발굴에 나선다는 계획을 전했다.

SK전시관에 설치된 ‘지속가능한 나무(Sustainable Tree)’ 앞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SK
SK전시관에 설치된 ‘지속가능한 나무(Sustainable Tree)’ 앞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SK

글로벌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 속에서 최 회장은 도약의 원동력으로 AI를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그는 “AI산업 급성장에 따른 글로벌 산업구조와 시장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AI를 활용해 그룹의 본원적 사업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를 필두로 한 SK의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룹 자체적으로 에너지부터 반도체, AI데이터센터 등 아우르는 기술을 갖춘 만큼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이천포럼에서 “지금 확실하게 돈을 버는 것은 AI 밸류체인이다. 빅테크들도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중간에 덜컹거리는 과정이 있겠지만 AI 산업은 우상향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HBM 개발 속도, 엔비디아 요구보다 빨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CES의 최대 화두는 최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만남 여부였다. 최 회장은 이번 CES에서 황 CEO와 만나 AI사업과 관련한 미래 비전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해서는 자사의 개발 경쟁력을 자신했다.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다.

최 회장은 황 CEO와의 만남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로 만나 사업 관련한 여러 논의를 했다”고 언급하며 “(기존에는) 상대의 요구가 ‘더 빨리 개발을 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최근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를 선제적으로 높여 헤드투헤드(Head-to-Head)로 빨리 만드는 것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컴퓨팅을 잘 이해해 컴퓨팅 관련 솔루션을 가장 효율적으로 찾아서 만드는 회사라는 것이 황 CEO의 생각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SK의 AI 사업 비전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AI 반도체를 하고 있지만 새롭게 하고 있는 것은 AI데이터 센터 솔루션이 될 수 있는 모델을 찾는 것”이라며 “AI 데이터 관련 비즈니스를 중점 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