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세계 무기 수출의 약 2%를 달성하며 신흥 방산 강국으로 도약했으나 지대공 무기 체계는 여전히 50년 된 발칸포로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의 퇴역 계획조차 잡혀 있지 않아 순차적인 무기 교체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산 업계에 따르면 20mm 견인형·자주형 발칸포는 지난 1973년 배치 이래 수차례 개량을 거쳐 2025년에도 현역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대공 감시 임무뿐만 아니라 서해 인근에서 진행되는 발칸 실사격 대회 등 연례 계획도 올해 정상 진행될 예정이다.

빠른 연사 속도 대비 한계 많은 발칸… “현실적으로 명중 기대 어려워”
현재 육군·공군·해병대에서 주로 사용하는 20mm 견인형 발칸포는 ‘KM167A3’로 국산화와 수차례 개량을 거친 모델이다. 분당 3000발에 달하는 높은 발사 속도를 자랑하며 상황에 따라 10발, 30발, 60발, 100발 등 발사탄 수 선택도 가능하다.
다만 50년이 넘은 무기인 탓에 선천적인 한계가 있다. 높은 발사 속도 대비 500발 이하로 제한되는 탄통 용량과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리는 탄-링크 수동 결합 방식은 숙련된 병, 간부를 막론하고 까다로운 관리 요소로 꼽혀왔다.

크게 떨어지는 사격 명중률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방산 업계에 따르면 발칸포는 비행기를 조준 겨냥하는 사격 방식보단 ‘화망 사격’ 방식이 권장된다. 비행기를 정확하게 격추하는 것보단 다량의 탄약을 하늘로 난사해 화망을 만들어 비행기의 이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전직 대공포병 출신 군 간부는 “발칸포 제원과 작동 원리상 정밀 사격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며 “(항적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은 신궁, 천궁 등에게 맡기고 발칸은 화망 사격으로 (비행기의) 이동 경로를 방해하는 것이 현실적인 교전 수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발칸은 100발을 쐈을 때 1발이 과녁에 맞으면 성공으로 평가한다며 발칸 단일로는 대공 전술을 짜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무기들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크→천궁, 미스트랄→신궁… 발칸보다 연식 덜 된 무기도 이미 퇴역

발칸과 동시기에 도입된 호크 미사일, 미스트랄 등 과거 대공 미사일은 이미 천궁, 신궁으로 각각 대체됐다.
지난 1983년 한국군에 도입됐던 호크 미사일은 지난 2022년을 끝으로 공군 중거리 무기 체계에서 공식 퇴역했다. 공군은 지난 2015년부터 천궁을 단계적으로 도입한 뒤 지난 2022년 모든 호크 포대를 천궁-I, 천궁-II로 교체하며 호크를 정상 퇴역시켰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신궁 역시 미스트랄을 밀어내고 휴대용 단거리 미사일 부문 전력화에 성공했다. 미스트랄은 1988년부터 실전 배치를 시작해 출시 후 35년이 지난 무기다.
지난 1990년대 프랑스에서 대량으로 한국에 도입된 미스트랄은 지난 2005년 신궁의 양산 이후 점진적으로 대체 수순을 밟은 뒤 지난 2022년 사실상 퇴역했다. 약 20여 년 수준인 미스트랄 유도 미사일의 내구 연한도 이미 지난 2010년대에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만들어진 지 50년이 넘은 발칸을 대체할 무기 보급이 더 빨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운용 50년이 넘으며 좌석 하단 배터리·좌석 우측 레이더 불량, 겨울철 포신 내외부 상태 이상 등 크고 작은 고장이 계속 있어 현장의 애로사항이 계속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만 방산 업계 관계자는 “발칸포는 20mm 탄 제작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육군·공군 정비관들의 노하우가 풍부해 당장 대체가 급박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30mm 대공포 ‘천호’… 미래 대공 방어 희망 될까

향후 발칸을 대체할 후보로는 30mm 포탄을 사용하는 자주대공포 ‘천호’(K-30W)가 꼽힌다. 육안으로 항공기를 탐색·조준해야 하는 발칸과 달리 자체 전자광학추적장비(EOTS)로 적기 추적이 가능해 대공 임무 수행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다.
한화시스템은 EOTS에 대해 “360도 전방위 감시가 가능한 EOTS 장치를 천호에 보급해
일정구간 감시 및 추적 시 다중 표적의 자동 탐지와 정밀 추적이 가능해졌다”며 “표적 격추 순간까지 사격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형 무인기부터 고속 전투기까지 다양한 표적의 정밀 추적 및 사격 제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군 관계자와 방산 업계에 따르면 천호는 현재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 도입돼 있으며 오는 2031년까지 육군·공군·해병대에 순차적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방위사업청은 천호가 기존 발칸 대비 포탄 발사 사거리가 1.2㎞ 이상 증가했으며 운용 인원도 중대 기준 48명에서 18명으로 줄어 적은 인원 대비 높은 효율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위사업청 유명종 유도무기사업부장은 “천호는 신속한 기동과 야간 작전 능력이 가능해 다양한 적의 저고도 공중 위협에 대응 가능하다”며 “향후 방공 무기에 대한 관심 국가로의 수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공군 15비 대공방어대는 지난 6월 한 해상사격장에서 공군 최초로 천호 검증 실사격을 실시했다.
이진희 15비 대공방어대장은 “무기 체계의 전력화 과정에서 장비에 대한 신뢰성 확인을 위한 검증 사격은 필수적”이라며 “천호 작전 요원들의 높은 임무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완전한 대공 방어 태세를 유지한 공군 정예 부대가 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