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업계 전반이 극심한 내수 부진에 시달렸던 2024년이 지나고 2025년 ‘푸른 뱀의 해’ 을사년(乙巳年)이 밝았다. 올해 역시 비상계엄 사태 여파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결국 을사년에는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반영하듯 유통업계 뱀띠 최고경영자(CEO) 역시 기민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활약이 기대되는 유통업계 뱀띠 CEO로는 ▲허서홍 GS리테일 대표 부사장·경영전략SU장(1977년생) ▲허진수 SPC그룹 사장(1977년생)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1977년생)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1977년생)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호텔앤리조트 부사장(1989년생) ▲담서원 오리온 한국법인 전무(1989년생) 등이 꼽힌다.
공통적인 경영 키워드는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이다. 구체적인 전략은 다를지라도 목표는 같다. 본업에 집중해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해외에 진출하고 신사업에 투자하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먼저 1977년생 동갑내기 뱀띠 경영인들이다. 허서홍 GS리테일 대표는 고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4세로, 지난해 11월 GS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신임대표 자리에 올랐다. 허서홍 대표가 이끄는 GS리테일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우선 편의점 사업은 ‘다점포 출점’보다 ‘우량 점포 중심의 수익성 강화’ 전략을 채택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동시에 온·오프라인 연계를 늘려 ‘편의점 업계 매출 1위’ 수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PC그룹 오너 3세인 허진수 사장은 2022년 1월 승진했다. 이후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파리바게뜨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미국·캐나다·프랑스·영국·중국·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캄보디아 등에 590여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완공될 할랄 전용공장, 지난해 맺은 중동지역 국가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바탕으로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한다. 미국 텍사스 주에 제빵 공장 건립도 추진한다. 지방 정부와 투자 계획 및 지원금에 대해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는 2022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대표 체제 아래 올리브영은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며 뷰티 유통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진 브랜드를 발굴, 온·오프라인 옴니 채널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기업 경쟁력을 높였다. 올해 역시 점포 및 물류센터 확장과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고성장 속에서 올해 올리브영이 상장을 추진할지도 관심사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은 2021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올해는 K-푸드 인기를 겨냥한 인프라 확대에 주력한다. 그동안은 김치 브랜드 ‘종가’를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김치의 세계화에 앞장서 왔다면, 이제는 미국에 이어 북미·중남미까지 시장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폴란드에서 신규 공장을 본격 가동하는 것도 이와 같은 배경에서다.

1989년생 뱀띠 인물들도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역량을 펼친다. 한화그룹 3세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은 1989년생 뱀띠다. 미국 수제버거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론칭하며 업계 내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외식 부문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을 푸드테크 전문 기업인 ‘한화푸드테크’로 재편하는 등 미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품기업 아워홈 인수에 뛰어들었다. 푸드테크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목적으로 읽힌다.
담서원 오리온 전무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한지 약 2년 만에 전무로 승진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현재 담 전무는 그룹의 사업전략 수립과 관리와 글로벌 사업 지원, 신수종 사업 등 경영전반에 걸친 실무 업무를 수행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특히 오리온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 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향후 바이오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사업 다각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도 낡은 허물을 벗는 뱀의 특성에 따라 유통업계 뱀띠 CEO들이 위기를 돌파하고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으로 지난해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는데 연말연시 특수까지 사라져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며 “어느 때보다 뱀띠 CEO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 나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