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0대 건설사 중 8곳이 최근 1년간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조직 쇄신에 나섰다. 건설 경기 침체와 원가 상승으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무와 주택사업 전문가를 CEO로 발탁해 수익성 회복과 신사업 추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CEO를 교체한 10대 건설사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등 8곳이다.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가 변화를 선택한 셈이다.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은 기존 체제를 유지했다.
포스코그룹은 23일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건축사업본부장(부사장)을 CEO로 선임했다. 포스코이앤씨 15년 만에 나온 내부 승진이다. 정 대표는 건설 현장에서 시작해 경영 경험을 쌓아온 인물로 2021년부터 건축사업본부장직을 맡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6일 정경구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신임 CEO로 선임했다. 정 대표는 HDC현대산업개발 재무팀에서 시작해 CFO를 거치며 그룹 내 신사업 및 인수합병(M&A)을 주도해 재무전문가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달 15일 주우정 부사장(기아 재경본부장)을 CEO로 발탁했다. 주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기아의 창사 이래 최고 실적 달성에 기여한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주 대표 체제를 통해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고 소형모듈원전(SMR)과 친환경 에너지 등 신사업 투자를 확대할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는 7월 김형근 SK E&S CFO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그룹 내 재무관리와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에 강점을 가진 전문가로, SK에코플랜트의 신사업 및 반도체 기반 하이테크 분야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11월 중흥그룹의 인수단장을 맡았던 김보현 총괄부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중흥그룹 정창선 회장의 사위다. 대우건설은 이번 인사와 함께 기존 7개 사업본부를 5개로 축소하고 팀 단위 조직을 간소화하며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말 허창수 GS그룹 총수 4세 허윤홍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허 사장은 취임 이후 구조 혁신에 공들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사장은 GS건설 아파트 브랜드 '자이(Xi)' 리브랜딩을 주도하며 젊고 자유로운 기업 문화 형성에 노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현대건설, DL이앤씨 등이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CEO를 교체했다. 현대건설은 11월 현대자동차그룹 정기인사에서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전무)를 대표이사로 승진시켰다. 이 대표는 현대건설에서 30년 이상 몸담으며 주택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주택통'으로 평가받는다. DL이앤씨는 8월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을 CEO로 선임했다. 박 대표는 주택 전문가이자 경영에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2019년 대림산업 대표 시절 사상 최대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했다.
10대 건설사들이 CEO 교체를 통해 조직 쇄신과 위기 대응에 나선 가운데, 수장을 교체하지 않은 곳은 삼성물산과 롯데건설 두 곳뿐이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는 올해 취임 4년차로 4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임이 확정돼 2027년까지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오 대표 체제에서 삼성물산은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 5.7%를 기록하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도 이번 롯데그룹 인사에서 유임하는 데 성공했다. 박 대표는 2022년 말에 취임한 이후 유동성 리스크 관리와 재무도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반기 최다 분양,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조원 돌파하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