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시범단지 현대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시범단지 현대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분당 등 일부 지역에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8~2029년 공급 부족으로 전월세 시장 불안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0일 국토부가 공개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선도지구 착공이 시작되는 2027~2031년까지 1기 신도시 중심지 반경 10㎞ 이내 지역에서 연평균 약 7만 가구의 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이주 수요 전망치인 3만4000가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다만, 모든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지구지정 후 2년 내 관리처분인가를 받는다는 적극적인 가정을 전제로 분석한 결과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18일 출입기자간담회에서 “1기 신도시 생활권별로 재건축 이주 가구를 수용할 주택공급 총량이 충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사할 수 있는 지역 내 정비사업, 인허가 물량을 지자체 등과 협의해 뽑아봤더니 총량적으로 이사 수요보다 신규 입주 물량이 많았다”고 밝혔다. 다만, 분당·산본·평촌 지역에서는 일시적인 주택 물량 부족이 우려됨에 따라 이주지원 주택 77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분당·평촌·산본에서는 특정 연도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분당의 경우 2028~2029년 이주 수요가 약 1만27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용 주택 물량은 8600가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국토부가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모든 단지가 2년 내 관리처분인가를 받는다는 가정한 시뮬레이션에서는 가용 물량이 1만4300가구로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수요 대비 150%를 넘지 못해 전월세 시장 불안이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분당의 전·월세 아파트 물량도 감소하고 있다. 20일 기준 부동산 플랫폼 아실의 매물통계를 분석한 결과, 분당구의 전월세 아파트 물량은 2444건으로, 전년 동기(3312건) 대비 약 26% 감소했다. 2년 전(5085건)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감소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성남뿐 아니라 과천, 용인, 광주 등의 신규 단지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분당 주민들이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당 등지는 외곽보다는 인근이나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상당해 선도지역 주변의 임대차 시장 불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 내외 유휴부지에 공공·민간주택 7700가구를 신규 공급할 계획이다. 분당신도시에서는 야탑역 인근 성남아트센터와 중앙도서관 사이 유휴부지에 15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조성하기로 했다. 평촌·산본 지역도 2027~2029년 사이 이주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평촌·산본과 가까운 당정 공업지역에 민간주택 22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2곳 모두 2029년까지 준공이 목표다.  이와 함께 유휴부지 2곳에서도 4000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급 물량이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단기적인 수요 충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주 대책 등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주민의 생활 불편은 물론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며 "2~3년 뒤 수도권 신축 아파트 공급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