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양에 위치한 ‘발효공방 1991’. 사진=이코노믹리뷰 서예림 기자
경상북도 영양에 위치한 ‘발효공방 1991’. 사진=이코노믹리뷰 서예림 기자

경상북도 영양에 위치한 100년 전통의 양조장 ‘발효공방1991’는 전통주와 장류 등 발효식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의 손자회사다. 언뜻 보면 ‘치킨’과 접점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이들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 바로 소스다.

교촌치킨의 인기 메뉴는 ‘허니콤보’와 ‘레드콤보’로 모두 ‘소스’가 주역이다. 교촌은 지난 2015년부터는 치킨업계에서 유일하게 소스 제조 자회사를 따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소스에 진심이다. 창업주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발효식품에도 교촌치킨이 가장 자신 있는 소스 노하우를 접목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송숙희 발효공방1991 발효사업부문장은 “교촌은 이미 특별한 소스 제조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권원강 회장은 그 이상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봤고, 그것이 발효식품에서 기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발효식품 개발을 결심했고, 1926년 영양 양조 협동 조합으로 설립돼 2017년 폐업 위기에 놓인 발효공방1991를 2022년 교촌에프앤비가 재개소하게 됐다. 지난 18일 이코노믹리뷰가 찾은 발효공방1991에서는 코를 톡 쏘는 수제 막걸리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수제 프리미엄 막걸리의 탄생 과정

‘발효공방1991’ 발효실 내부. 사진=이코노믹리뷰 서예림 기자
‘발효공방1991’ 발효실 내부. 사진=이코노믹리뷰 서예림 기자

‘발효공방1991’의 핵심 가치는 크게 4가지로 축약된다. ▲전통계승 ▲자연주의 ▲지역상생 ▲프리미엄 등이다. 100년 전통을 계승해 청정 자연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아스파탐, 인공감미료 등 그 어떠한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고 영양에서 생산된 재료만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또한 발효에 관련한 미생물을 통제하고 발효·숙성 공정을 최적화한 발효공방1991만의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품질의 발효식품들을 제조하고 있다.

양조장은 ‘담금실’과 ‘발효실’, ‘병입실’로 나뉘며 4가지 과정을 통해 막걸리가 완성된다. 먼저 담금실에서는 ‘증자’ 작업이 이루어진다. 증자는 쌀을 쪄 효모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과정을 뜻한다. 증자기에 쌀을 넣고 세척 작업을 거친 후 쌀을 물에 불린다.

발효실로 이동하면 다음 작업인 ‘발효’가 진행된다. 익힌 쌀에 전통 누룩(술을 빚는 데 쓰는 발효제)을 첨가한 뒤 온도·습도·산소 농도를 조절해 미생물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시간이 지나면 미생물이 원재료 성분을 변환시켜 독특한 풍미를 가지게 될 뿐만 아니라 보존 효과가 생긴다. 발효공방1991에서는 각각 5개의 95ℓ, 520ℓ 용량의 발효조와 3개의 1604ℓ의 발효조를 가지고 있다. 가장 작은 95ℓ 발효조를 통해 테스트를 거친 뒤, 점점 큰 용량의 발효조로 옮기는 방식이다. 발효 기간은 평균 15일 정도다. 

김명길 발효공방1991 양조사는 “보통 양조장에서는 일주일 안에 발효가 다 끝난다”며 “발효공방1991에서는 감미료와 같은 첨가물을 쓰지 않다보니 최대한 깊은 풍미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평균 15일에서 술에 따라 20일, 30일까지 발효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효가 끝나면 ‘체별’ 과정이 시작된다. 발효가 끝난 술덧을 제성기로 이송해 누룩 찌꺼기와 원주(찌꺼기를 걸러낸 술)를 분리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체별이 끝난 원주는 10℃ 정도로 2~3일간 숙성한 후 원하는 도수에 맞게 정제수로 제성(물을 타는 작업)을 한다. 

마지막으로 병입실에서 막거리를 병에 넣어 냉장에 숙성시키는 ‘병입’ 작업을 끝으로 막걸리가 완성된다. 월 5000만병 한정 수량의 ‘은하수 막걸리’가 이곳에서 탄생한다.

김명길 양조사는 “100년 전통법을 바탕으로 청정지역 영양 쌀만 100% 사용해 쌀의 깊은 풍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며 “은하수 막걸리는 월 5000병, 연 6만병 한정 수량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최고의 품질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구들’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장류’를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다. 영양의 지역 특선물과 발효 숙성 노하우를 통해 고추장과 간장 등이 있다. 다만, 장류는 아직 시중에 판매되지 않고 있다.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에서 2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일정하고 최상의 품질이 나올 때까지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발효식품 선도 기업으로

‘은하수 깊은밤 8도 막걸리’와 ‘구들 된장’, ‘구들 고추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서예림 기자
‘은하수 깊은밤 8도 막걸리’와 ‘구들 된장’, ‘구들 고추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서예림 기자

이날 교촌에프앤비는 프리미엄 발효 사업의 청사진도 발표했다. 앞서 지난 7월 발효공방1991과 경북 영양군이 함께 추진 중인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 조성사업’이 국토교통부가 공모한 ‘민관협력 지역상생협약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국비 50억원을 비롯해 도비 10억원, 군비 40억원 등 총 100억원을 지원받게 된 발효공방1991은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일원에 대지면적 6323㎡(1926평)규모의 대형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을 조성하고 있다.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은 2년 뒤인 오는 2026년 완공될 예정이다. 완공 후 발효공방1991이 생산할 수 있는 막걸리 물량은 연 6만병에서 40만병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판매 활로도 더욱 넓힐 계획이다. 현재는 한정 수량으로 생산되는 만큼 교촌의 플래그 스토어 ‘교촌칠방’과 메밀요리 브랜드 ‘메밀단편’, 서울 광장시장의 명물 ‘박가네 빈대떡’ 매장, ‘더현대서울·대구’, ‘마켓컬리’ 등에서만 소량으로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양조장 규모가 확대돼 물량이 늘어날 경우 오프라인 유통채널 확대도 고려 중이다. 

송숙희 발효사업부문장은 “내년에는 경북 지역의 CU, GS25 등 편의점을 중심으로 유통해보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이 완성되고 난 이후에는 전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SSM(기업형 슈퍼마켓) 벤더사들을 계속 접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매출도 대폭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 부문장은 “발효공방1991의 지난해 매출이 6000만원 정도인데, 올해 아마 2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향후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이 완성되면 2026년도 말쯤에 1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목표는 지역상생이다. 발효공방1991은 경북 영양군과 함께 지역 내 유·무형 문화를 활용한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영양 지역 내에서 상품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 구매 및 일자리 창출 등 지역 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은하수 막걸리 등 대표 제품을 활용한 ‘전통주·장류 발효 체험’과 내부 시설 관람 등 ‘오감 만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기에 더해 가장 가까운 KTX가 지나다니는 지역인 안동역과 연계해 자작나무숲, 별빛 천문대, 조지훈 문학관, 음식디미방 등을 방문할 수 있는 코스를 개설할 예정이다. 

끝으로 송 부문장은 “2022년부터 차별화된 발효 핵심 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고 2025년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제품 라인도 구상할 예정”이라며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발효식품 선도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