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빅오일(거대 석유회사) 기업들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 마저도 줄어들거나 철회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에너지 정책이 급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지나친 우려는 지양해야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면서 관련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BP·쉘 등, 친환경 목표 ‘감축’

영국 에너지 기업 BP는 지난 9일(현지시간)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JERA와 해상 풍력 사업을 통합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년 3분기까지 합작회사 ‘JERA Nex bp’를 설립, 2030년 말까지 최대 58억 달러(약 8조3000억원)의 자본 자금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BP가 자금난 문제로 JERA에 해상 풍력 사업 부문을 넘겼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10일(현지시간) “BP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초점을 줄이려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BP는 지난 2020년, 오는 2030년까지 석유생산을 40% 감축하기로 한 결정을 지난해 2월 25%로 축소하고 지난 10월에는 감축 계획을 아예 철회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친환경 목표가 수정되거나 폐기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사인 쉘도 풍력 사업에서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쉘이 해상 풍력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에 운영하던 해상 풍력 사업만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도 이날 “쉘이 해상 풍력 투자를 중단하고 전력 사업부를 분할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하면서 “저탄소 및 재생 가능 사업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석유, 가스 및 바이오 연료에 대한 집중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불안 가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에너지 업계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화석연료 공급 확대로 에너지 가격은 낮아지는 반면,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업계의 불확실성은 고조된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당시 “화석연료와 석유산업을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면서 대선 기간 동안 친석유 정책 기조를 통해 전통적인 에너지 자원의 회귀를 강조한 바 있다.
대한상의도 지난달 발표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당선은 수출·통상, 에너지, 첨단산업 등 국내 경제 전방위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윤희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보고서에서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가 취해온 기후정책들을 강하게 부정해온 만큼 글로벌 기후·에너지 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청정에너지 투자세액공제(ITC)와 생산세액공제(PTC) 등 핵심 프로그램에서의 세액공제 대상이나 공제 규모가 조정될 수 있다”면서 “국내 태양광·풍력·배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고조될 것”으로 분석했다.
신재생 에너지, ‘포기’하기엔 이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이 신재생 에너지의 성장 흐름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금리 인하로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해상풍력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투입되고 자금조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고금리에 따른 악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인하되면서 프로젝트 개발 조건은 더욱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점은 미국에서의 성장일 것”이라며 2025년 이후로는 주요 터빈사들의 수주 흐름이 강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도 16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 미국 태양광 모듈 가격의 반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중국산 태양광 웨이퍼와 폴리실리콘 소재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하기로 했다. 중국은 태양전지와 패널 부분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다. 그동안 태양광 업계는 저가 공세로 인한 공급 과잉으로 업황 부진을 겪었다.
윤 연구원은 “미국 태양광 모듈 가격은 지난 약 2년간의 하락세를 멈추고 방향 전환을 시도할 전망”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트럼프 2.0’은 미국 태양광 모듈 공급과잉 해소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