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디자인’을 통한 차별화를 강화하고 있다. 첫 인상을 결정하는 디자인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 구매를 촉진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구상이다. 특히 브랜드 로고인 ‘H’ 형상을 제네시스는 색상을 통한 차별화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1일 타운홀 미팅에 참여한 호세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무뇨스 사장은 당시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기술을 갖춘 고품질의 차량을 아름다운 디자인과 함께 제공할 때 계속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20년 이전까지 무난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던 현대차는 최근 파격적인 디자인을 잇따라 선보이며 소비자 관심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 2025 싼타페.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2025 싼타페. 사진=현대자동차

디자인 공개 이후 ‘호불호’가 확연히 나뉜 모델은 단연 지난해 8월 출시된 싼타페다. 싼타페 공개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선 “로봇 장난감이 달리는 것 같다”라는 부정적인 의견과 “각진 외관이 독특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분분했으나, 출시 첫 달 1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싼타페 여러 부분에 브랜드 엠블럼을 형상화 한 ‘H’ 요소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물론 전조등과 후방에도 H 형상을 반영해 싼타페가 자사의 유산임을 강조했다. 또한 수평과 수직을 강조하는 각진 박스형 외관과 테일게이트를 적용해 내연기관차임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와 유사한 미래 지향적인 외관을 형성했다.

가장 큰 변화는 내연기관차에도 전기차와 유사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선 회장이 강조하는 ‘디자인 경영’을 반영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정의선 회장이 피터 슈라이어 고문과 루크 동커볼케 CCO를 영입하며 기존과는 다른 개성을 창출하고 있다는 평가다.

더 뉴 K8. 사진=기아
더 뉴 K8. 사진=기아

기아 또한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강조하고 나섰다. 2021년 초 기아의 첫 순수 전기차 EV6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 오퍼짓 유나이티드는 현재도 신차 라인업 전반에 걸쳐 적용되고 있다. 오퍼짓 유나이티드란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서로 대조되는 요소를 조합해 새롭고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을 창조하겠다는 개념이다. 

오퍼짓 유나이티드의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수직을 강조하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다. EV6, EV3 등 EV 시리즈는 물론 올해 공개된 K8에도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적용해, 내연기관차에도 전기차 못지 않은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를 구현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신형 SUV 스포티지 또한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반영했다. 큼직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수직형 헤드램프를 연결해 기존과 다른 날카로운 이미지를 형성했다. 스포티지에 이어 쏘렌토와 카니발 모두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적용하며, 기아의 주요 SUV 라인은 서로 유사한 외관을 갖추게 됐다.

GV80 블랙. 사진=제네시스
GV80 블랙. 사진=제네시스

현대차와 기아가 내연기관차에도 전기차와 같은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다면,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색(色)을 통한 고급스러움,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 10월 SUV 모델인 GV80, GV80 쿠페를 블랙으로 꾸며 일반적인 라인업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함을 강조했다. 세단 모델인 G90 블랙에 이은 두 번째 블랙 에디션이다. 

제네시스는 GV80 블랙에 엠블럼부터 그릴, 휠까지 모든 것을 어둡게 바꾸는 디테일을 더했다. 단순히 안팎을 블랙으로 마감한 것에 그치지 않고 질감, 빛의 흡수와 반사, 손에 닿는 느낌까지 고려했다.

제네시스는 인기 모델인 GV80에 ‘블랙’이라는 특별함을 더해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혔다는 설명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블랙은 국내 시장에서 호불호가 크게 없는 인기 색상으로, 색상이 주는 고급스러움을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와 결합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제네시스 G90 블랙을 공개했다. G90은 국산 브랜드 승용차 가운데 가장 고가인 플래그십 세단이다. 높은 성능과 다양한 옵션으로 한국의 ‘리무진’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 받는 G90에 블랙이라는 색상의 차별화를 더했다.

송민규 제네시스사업본부장(부사장)은 “모든 것들이 새롭게 창조되는 가장 순수한 근원의 색인 블랙은 제네시스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며 “앞으로도 제네시스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본질과 철학을 독창적이면서도 담담하게 제네시스만의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