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검사’ 하면 인체 조직의 일부로 검사하는 ‘조직 생체검사(조직생검)’를 떠올리곤 한다. 그런데 최근엔 피 한 방울로 백혈병 등을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미국혈액학회에 따르면 미 의료 소프트웨어(SW) 회사인 보스턴진은 간단한 혈액 채취를 통한 만성림프구성백혈병 검출법을 개발했다. 희귀∙난치성 혈액암의 일종인 이 병에 걸린 환자는 혈액 속에 여러 물질이 늘어나는데 그중에서 악성세포도 늘어난다. 회사는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과 연구해 개발한 새로운 SW로 악성세포를 검출했다.

주목할 점은 피 속의 유전정보를 담은 물질(cfRNA)에 대한 액체 생체검사 SW란 것이다. 최근 노벨상 수상자들이 코로나 백신을 빨리 개발한 것도 유전물질(RNA) 연구 덕이었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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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속 유전정보로 일주일 만에 암 진단

미 시카고대 의대에 따르면 암 진단의 표준 방법은 내시경과 바늘 등을 인체에 넣는 조직생검이다. 이와 달리 액체생검은 피를 검사해 암세포나 암세포가 깨져 생긴 유전물질을 찾아낸다.

최근 암 치료는 유전자 변이에 맞는 맞춤형 항암제를 투여하는 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부 암은 여러 맞춤형 항암제가 나와 있어 유전자 변이 검사를 해야 한다.

시카고대 의대에 따르면 이런 암 중 흉부암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액체생검은 조직생검보다 2~3배 빠른 기간인 일주일 이내면 된다. 암이 다시 발병하면 비교적 쉽게 검체(샘플)를 얻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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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0여개사 나섰지만 실적은 ‘아직’…“기술 미성숙” 지적도

업계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서는 20개 이상의 업체가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다만 이 중 GC녹십자의 유전자 분석 계열사인 GC지놈이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것을 제외하면 마크로젠과 HLB파나진, EDGC 등 대부분의 기업이 같은 기간 적자 늪에 빠졌다. 작년에 적자를 낸 상장사 가운데 올해 1~9월 연결 기준으로 흑자인 곳은 없다.

액체생검은 과거와는 다르게 이들 국산 업체의 서비스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돼 검사비가 낮아졌다. 그럼에도 환자와 의료계 일각에서 아직 ‘사기’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미 바이오사인 테라노스는 혈액 몇 방울로 240개가 넘는 질병을 15분 안에 진단할 수 있다며, 기업가치를 10조원까지 높였지만 희대의 사기극으로 끝난 바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액체생검이 기술적으로 아직 미숙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며 “높은 정확도로 암을 스크리닝했다고 하는 기술들도 후향적인 연구(과거 치료 내용을 바탕으로 분석한 연구)가 많아 임상 시험의 근거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