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고양시 내 건설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경기도 고양시 내 건설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올해 부도를 낸 건설사 수가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부도 85%가 지방 건설사에서 발생해 지역별 양극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부도를 신고한 건설사는 총 27곳으로, 2019년(49곳)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3곳)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부도난 건설사 중 85%가 지방 업체였다. 지역별로는 ▲부산 6곳 ▲전남 4곳 ▲경남 3곳 순으로 부도가 많았다. 지난 3일에는 전북 익산의 중견 건설사인 제일건설이, 지난달에는 부산 시공능력평가 7위 신태양건설이 부도를 맞았다.

부도 외에도 스스로 문을 닫는 폐업 건설사도 늘고 있다. 올해 1~10월 폐업한 건설사는 2104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증가했다. 이 중 종합건설사는 394곳(20.9% 증가), 전문건설사는 1710곳(8.3% 증가)으로 집계됐다.

건설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사비 부담이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100이던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으로 상승했으며, 올해 9월에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있다. 2020년 t당 7만5000원이었던 시멘트 가격은 올해 11만2000원으로 49% 올랐다. 레미콘과 철강 등 주요 건설 자재 가격도 상승해 공사비 부담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공사비 상승이 지역별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5년 부동산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지방은 시세 대비 고분양가여서 청약이 침체하나, 수도권 핵심 지역은 가격 상승 기대감이 형성돼 청약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가계부채와 대출 규제 강화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수도권에 더욱 집중되고 지역별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분양 주택 증가도 건설사 경영난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1만7262가구에서 10월 1만8307가구로 6.1%(1045가구) 증가하며 15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는 2020년 7월(1만8560가구) 이후 4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 중 79%는 지방에 몰려있었다.

내년에도 건설업계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투자가 1.4% 감소한 데 이어, 내년에는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올해보다 3.8% 줄어든 25조4344억원으로 책정돼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지방 건설사와 협력업체를 위한 맞춤형 대책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 부도는 내년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매출액이 늘어 들어온 돈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버티지 못하는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은 최근 열린 건설산업 정책진단 세미나에서 "건설업 폐업 신고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에 따른 협력 업체 보호 방안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협력업체는 건설자재, 장비업자, 노동자 등 서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우선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