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의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예산이 국회 본회의에서 전액 삭감됐다.
지난 9일 동해 심해가스전 시추 작업의 시추선인 ‘웨스트 카펠라’호가 부산외항에 입항하면서 본격 작업에 나선 가운데, 예산 문제로 시추 작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왕고래 예산 전액 삭감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의 2025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이 총 11조4336억원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예산 대비 453억원(0.4%) 감액된 규모다.
지난 9월 2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11조5010억원)과 비교하면 4개 사업에서 총 걸쳐 675억원이 감액됐다.
이 중 3개 사업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여야와 정부 협의를 거쳐 178억 원 감액됐다. 한국광해광업공단출자(-125억 원), 연구개발(R&D)혁신스케일업융자(-28억 원), 에너지국제공동연구(-25억 원) 등이 포함된다.
나머지 1개 사업은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을 의미하는 ‘유전개발사업출자’로, 정부안 505억원 가운데 98%인 497억원이 삭감됐다. 남은 8억원으로 사업 추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확정된 2025년 예산에 대해 연초부터 집행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국내 산업 활력제고와 체질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추선 입항…계획 차질 생기나

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동해심해 가스전 개발의 첫 탐사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이날 오전 6시경 부산항 남외항에 입항했다. 시추선은 부산 영도 앞바다 인근인 부산외항에 정박한 뒤 약 일주일간 시추에 필요한 자재 선적 등의 사전 작업을 거칠 계획이다.
보급 작업을 마치면 오는 17일 시추 해역으로 출발해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작업 상황이나 기상 여건에 따라 일정은 변화될 수 있다”면서 “유동적으로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확실한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시드릴사 소속 드릴십인 ‘웨스트카펠라호’는 길이 748.07ft(228m)·너비 137.8ft(42m)·높이 62.34ft(19m) 규모로 최대 시추 깊이는 3만 7500ft(1만 1430m)에 달한다.
정부는 해수면 아래 1㎞까지 시추공을 뚫어 암석층을 확보하는 데까지 2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시료의 암석과 가스 등의 성분을 기록·분석하는 이수검층 작업은 세계 1위 시추기업인 슐럼버거가 맡았다. 시추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공 시추는 총 1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각각 정부 출자금과 예산을 투입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정부 출자금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개발 의지를 강조한 만큼, 현 정부의 핵심적인 정책 과제로 꼽힌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사전 준비 작업을 거쳐 금년 말에 첫 번째 시추공 작업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야당에서 해당 프로젝트의 적정성 여부를 두고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고,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이어지면서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앞서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은 에너지 안보 및 국가 경제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우리 영토에서 부존자원을 확인하겠다는 시도를 막는 것은 에너지 안보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또 “석유공사의 재무 상황이 매우 어렵지만 자체적으로 조달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러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석유공사가 회사채 발행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석유공사 관계자는 “확보된 내년도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회사채 발행 등은 현재 계획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시추 작업에 대해서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