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및 이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으로 한국 경제 전체가 불확실성의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내외적 요건으로 실제보다 한국의 주가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현실이 되며 각 산업분야의 미래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주요 기업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경제 성장도 주춤거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논란이 커지고 있으나 이럴때일수록 냉정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오랫동안 한국 경제가 부정하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그 핵심 원인이 정치 리스크며, 이는 한국 경제의 근본적 저력과는 거리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돌이켜 보면 한국 경제는 총칼로 위협하며 겁박하던 군사독재시절에도, 양의 탈을 쓴체 탐욕스럽게 자신의 배를 채우던 민주화 이후의 시대에도 때로는 맞서고 때로는 타협하며 때로는 실수해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냈다. 전후 폐허가 된 이 땅에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고 ICT 대혁명의 횃불을 지폈으며 세계 최고의 콘텐츠 파워를 가진 문화강국으로 발전했다. 정치가 발목을 잡았지만 한국 경제는 언제나 일어났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지금도 그럴 것이다.

계엄 선포 이에 따른 불확실한 정치적 정국이 시작되며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외국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금껏 한국 경제가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현실로 살아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력 경제 매체 포브스는 “계엄령 사태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할하여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의 경제둔화, 미국의 정권교체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한국이 매우 불확실한 내년을 맞이하기에 충분히 나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커지는 경고등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4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는 전분기 대비 0.1% 증가하며 모처럼 웃었다. 그러나 속살을 살펴보면 문제는 미소는 사라진다. 2분기에는 0.2% 역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전후맥락을 고려하면 GDP 등락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평가다.
특히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볼 때 순수출(수출-수입)이 2분기 -0.1%포인트에서 3분기 -0.8%포인트로 더 떨어지며 수출 증가세에 제동이 걸려 심각하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무역입국'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의 성장 동력이 흔들리며 전체 엔진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사상 최악의 관세 폭탄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캐나다 및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모든 국가에 최대 20%에 달하는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으름장을 놨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극단적인 보호 무역주의가 횡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본격적인 미중 패권전쟁까지 불거질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불안까지 겹쳐지며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9일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라는 보고서를 통해 탄핵 정국 등으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하방 리스크(위험)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면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의 정치적 혼란은 2004년 중국 경기 호황, 2016년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했으나 지금은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정치적 불안 사태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낸 경제동향 12월호에도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한 상태다.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쳐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까지 실체를 보이자 한국 경제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력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 경제의 불안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 무대에서의 한국 입지도 심각하게 흔들리는 중이다. 가뜩이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증명하자 외국 투자자들의 시선이 차갑게 식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경제 무대에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정부의 공백이 장기화되면 예상할 수 없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국제정치의 연장선으로 여겨진다. 각 국이 정치적 판단을 중심에 두고 경제력을 일종의 무기로 삼아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도 경제다. 결국 경제는 각 국의 파워게임 중심에 있는 수단이면서, 또한 최종목표라는 이색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하면 '알파와 오메가'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에 대한 정치적, 정무적 판단이 빨라야 하는 이유다.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인상을 시사한 직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으로 찾아가 '읍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25%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못하겠다면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는 다소 무례한 농담을 했음에도 트뤼도 총리는 끝까지 관세 부과는 캐나다 경제를 완전히 죽일 것이라며 설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나아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초청해 국빈으로 예를 갖추는 기민한 감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일이다. 심지어 최근 사태로 최근 방한했던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키스스탄 대통령이 급거 방한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하는 촌극이나 연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에 대응할 한국 정부의 정치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G2G(정부 간 거래) 사업도 위기일발이다. 지금의 불확실한 정국이 이어질 경우 현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지원했던 G2G 사업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가 국가 간 '신용'을 매개로 하는 G2G 사업에서 난관에 직면할 경우, 더 어려운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