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사항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미국 항만 노동자들. 사진=AFP연합뉴스
요구사항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미국 항만 노동자들. 사진=AFP연합뉴스

일시 휴전 상태였던 미국 동부와 걸프 해안 항만 노동자 파업이 다시금 시작될 위기다. 항만 노동자들이 속한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와 항만 운영사들을 대표하는 미국해사동맹(USMX) 간의 협상이 자동화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물류플랫폼 ‘트레드링스’는 물류 트렌드 리포트를 통해 “ILA와 USMX가 임금 인상 측면에서는 합의점을 찾았지만, 자동화를 둘러싼 협상에서는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협상 기한인 1월 15일을 기점으로 파업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동부 항만 파업이 재개되면 단기적 화물 적체현상이 발생하고, 공급망 혼란과 운임 상승까지 직결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항만 파업이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예고한 관세 부과 정책과 맞물려 불확실성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항만 자동화 갑론을박에 국제 물류 흐름 경색 위기

ILA는 지난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임금 인상과 제한적 항만 자동화 등이 요구사항이다. 이중 항만 자동화 관련 논의가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태다.

USMX는 항만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반자동 크레인 등의 자동화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반면 ILA는 자동화가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을 걱정한다. 항만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자동화가 필요하지만, 필연적으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가 생길 것이라는 시선이다.

해롤드 대겟 ILA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동화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ILA와 USMC가 자동화와 일자리 등 미래지향적 논제로 갈등을 빚는 동안 현장에서는 현실적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는 점이다. 비단 항만뿐 아닌, 입항하는 선박부터 선박을 운용하는 해운사, 해운사에게 운송을 맡기는 화주까지 전방위적 물류 밸류체인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세계 최대 화주국인 만큼 파업 여파가 세계적일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중단된 파업의 경우, 단 3일의 파업 동안 54척의 선박이 항구에 입항하지 못했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화물이 지연됐다. 전문가들은 당시 파업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이 202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추가 협상 기한은 2025년 1월 15일이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더 크고 장기적인 파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설상가상’…파업 후 닥칠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인상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공언한 관세정책도 항만 파업에 더해 물류 공급망 혼란을 초래할 전망이다.

조나단 골드 전미소비자협회(NRF) 공급망 및 세관 정책 부사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원치 않는 일이 경제위기고, 항구 파업이 그 경제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발간한 글로벌 포트 트래커 보고서를 통해 “예고된 항만 파업과 트럼프 정권의 관세 정책으로 남은 2024년 동안 미국 주요 컨테이너 항만의 수입 물량이 평년보다 높을 수 있다”며 “화주들이 파업으로 인한 공급망 중단과 관세정책으로 인한 물류비 부담을 피하고자 화물을 일찍 운송하거나 서부 항만으로 운송지를 바꾸는 등 추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련의 흐름이 2024년 초 홍해 사태로 인한 물류대란과 유사하며, 화주와 소매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예상되며, 양패구상이 될 수 있을 만큼 타격을 감수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중국산 제재는 여기서 한층 더 강화될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25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취임 첫날 “멕시코 등지를 통해 미국에 유입되는 펜타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기존의)추가 관세들에 더해 10%의 추가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기존 공약으로 거론되던 추가 관세와 별도로 부과되기에 파급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런 흐름은 조나단 골드가 예측한 것처럼 단기간 물량 밀어내기와 운임 폭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4월 바이든 정부가 8월부터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 등에 대형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자 중국발 단기간 물량 밀어내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물량 밀어내기 여파로 대표적 해상운임인 상하이컨테이너지수(SCFI)는 지난 4월 1700포인트 수준에서 7월 3700포인트까지 치솟았다. 평년의 2~3배 수준이다. 

미국 항만 파업 예상 시기는 1월 15일, 트럼프 취임 첫날은 1월 20일이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시기는 물류업계의 전통적 ‘대목’으로 꼽히는 아시아권 설 연휴 기간이다. 특히 중국 춘절은 ‘특수’라고 불리며 1분기 운임 상승을 견인하는 주요 요소다. 이번 춘절은 2월 10일부터 시작된다. 물류업계로서는 1월 중순부터 연이어 터지는 운임 상승 요인을 맞이해야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