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이오의약품(생물체에서 유래된 단백질 등을 원재료로 해 만든 것)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들의 경쟁이 뜨겁다. 그러면서 관련 시장의 규모는 커질 전망이다. 11월 14일(현지 시간)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코히런트마켓인사이트는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가 지난해 3972억달러(약 557조원)에서 2030년 6548억달러(918조원)로 연평균 7%가량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년에 제5공장을 완공할 예정인 것은 늘어나는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차원이다. 18만리터(L)의 생산능력을 갖출 5공장은 인천 송도 제2바이오 캠퍼스에 들어설 예정이다. 총 투자비는 1조9801억원이다.

경쟁사들도 시설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업계 1위인 스위스 론자는 앞서 12일 자국 내에 605평 규모의 바이오컨쥬게이션(2개 이상의 생체분자를 연결) 생산시설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항체약물접합체(ADC∙항체에 약물을 붙여 암을 치료하는 것)로 대표되는 바이오컨쥬게이션 시설은 2028년에 가동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이곳은 다른 제약사들의 항체의약품만 위탁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CDMO 시장이 세포유전자치료제보다 항체의약품 시장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이곳은 다른 제약사들의 항체의약품만 위탁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CDMO 시장이 세포유전자치료제보다 항체의약품 시장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세계 1위 론자, CGT 공장만 6개…매출 비중은 적어

론자는 항체(병에 걸린 뒤 생긴 면역의 증거)와 관련한 의약품 외에 세포·유전자치료제(CGT∙건강한 유전자나 해당 유전자가 도입된 세포를 주입하는 방식의 의약품)를 생산하는 공장을 6개 갖고 있다. CGT사업부인 ‘세포∙유전자’ 부문은 CDMO를 맡는 ‘세포∙유전자 기술’ 부문과 CGT의 개발 등에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는 ‘생명과학’ 부문 등으로 나뉘는데, 올해 상반기 세포∙유전자 부문의 에비타(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마진율은 세포∙유전자 기술 부문이 거둔 성과에도 생명과학 부문 탓에 전년 동기 20.1%에서 18.7%로 하락했다.

올 3분기에도 생명과학 부문을 제외하면 CDMO 부문에선 견조한 실적이 이어졌다. 다만 ADC 등의 CDMO를 맡는 ‘바이오의약품(Biologics)’ 사업부가 기록한 올 상반기 에비타 마진율(34.8%)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같은 기간 매출은 생물학적 제제 사업부(2조6855억원)가 CGT사업부(5201억원)의 5배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을 넘어 세계시장을 놓고 보면 항체의약품과 CGT의 시장규모 차이는 더 크다. 지난 8월 미 시장조사기관인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CGT 시장규모는 181억달러(25조원), 항체의약품 시장규모는 2799억달러(393조원)이다. 아직 첨단의약품으로 꼽히는 CGT보다 항체의약품 시장의 규모가 15배 이상 큰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1바이오캠퍼스 조감도.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1바이오캠퍼스 조감도.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CGT, 2034년까지 연평균 19% 성장…항체의약품보다 성장세 빨라

프리시던스리서치는 2034년까지 CGT가 연평균 18.6%씩 성장하는 동안 항체의약품은 12%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2034년 항체의약품과 CGT의 시장규모는 각각 9736억달러(1368조원), 1175억달러(165조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두 의약품의 시장규모 격차가 서서히 좁혀지지만 10년 뒤에도 8배 이상 벌어진다는 추산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 바이오 산업 컨퍼런스인 ‘바이오프로세스 인터내셔널(BPI)’을 주최하는 BPI는 자체 매거진을 통해 업계 2위인 미국 써모피셔사이언티픽이 지난해 미국의 한 세포치료제 CDMO 공장을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세포 치료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공장을 폐쇄한 것이다. 회사 측은 매체에 “시장 수요가 변화에 더 이상 공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써모피셔사이언티픽 홈페이지에 따르면 회사는 여전히 CGT에 대한 CDMO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업계 3위인 미 캐털런트도 마찬가지다. 세계 CDMO 기업 1~4위 중 현재 CGT 관련 위탁생산을 하지 않고 있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 CGT CDMO 사업 진출 가능성은

CGT는 차세대 의약품 기술로 최근 노벨상을 받은 기술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포함해 환자 맞춤형 기적의 항암제라고 불리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라는 벤처캐피털(VC)을 통해 지난 7월 기준으로 총 4곳의 CGT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전체 투자처 7곳 중 절반 이상이 CGT와 관련된 기업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재규어진테라피와 센다바이오사이언스, 브릭바이오, 라투스바이오 등이다.

다만 이는 해당 업체들과의 협업이나 CGT CDMO로의 사업 진출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년여 전 CGT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멀티모달리티플랜트(MMP) 건설을 추진했지만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장기적으로는 CGT CDMO 사업에도 진출할 가능성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신규 사업으로 CGT 치료제 생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며 “CGT 치료제와 관련해 기초 경쟁력을 확보할 목적으로 기술 동향과 시장성, 수익성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생산시설) 건설,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에 있다. 추가적으로 미국∙유럽 지역에 순차적인 진출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