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그레가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하면서 오너 3세 경영권 승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3세 지분 100%의 물류 계열사 ‘제때’가 지주회사 지분율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회사를 둘러싼 논란과 오너리스크가 승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가칭)’와 사업회사 ‘빙그레(가칭)’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분할 비율은 각각 45.92%와 54.08%로 설정됐으며, 분할 시점은 내년 5월 1일이다.
빙그레 측은 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번 인적분할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분할 이후 빙그레홀딩스는 신규 사업 투자와 자회사 관리에 집중하며 그룹의 장기적 성장을 도모한다. 신설된 사업회사 빙그레는 유가공 제품 및 음·식료품 생산과 판매를 전담하며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빙그레 관계자는 “사업 전문성과 성장 전략을 강화하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3세 승계 초석 다질까
업계는 빙그레의 인적분할이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빙그레 지분은 김호연 회장이 36.75%, 재단법인 김구 재단이 2.03%, 물류 계열사 제때가 1.99%, 재단법인 현담문고가 0.13%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오너 3세가 직접적으로 보유한 빙그레의 지분은 없으나, 제때에 귀추가 주목된다. 제때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환 빙그레 사장을 비롯한 삼 남매가 지분 10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분할 이후 기존 주주들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모두 동일한 비율로 주식을 보유한다. 즉 김 회장을 비롯해 제때 역시 빙그레홀딩스와 빙그레 양사의 주주에 오르는 셈이다.
이때 오너일가는 지주회사 지분으로 사업회사의 지분을 사오는 주식교환(스왑)을 시도해 빙그레 지배력을 집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제때 역시 빙그레의 지분을 빙그레홀딩스 지분으로 교환할 수 있고, 이 경우 빙그레홀딩스 지분율이 대폭 상승하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때가 보유한 빙그레의 지분 1.99%에 불과하지만,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주식교환을 통해 지분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별도의 돈을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끌어올려 경영 승계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때가 공개매수에 참여해 추가적으로 빙그레홀딩스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오너 3세는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지주회사의 주식만으로도 사업회사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를 간접적으로 지배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너일가 논란은 숙제
경영권 승계 이전에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및 폭행 논란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빙그레가 오너 3세들이 공동 소유한 제때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제때는 빙그레와 빙그레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과 거래를 통해 몸집을 키웠다. 공정위는 빙그레가 기존 협력업체와 거래를 끊고 제때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는 김 사장의 폭행 논란도 변수다. 김 사장은 2014년 빙그레에 입사해 구매와 마케팅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2021년 임원 승진 이후 경영기획본부를 총괄했다.
그러나 올해 6월 음주 상태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검찰이 항소해 법적 분쟁 중에 있다. 승계를 위해서는 회사 분할 등을 통한 경영지분 확보 보다 불확실성 해소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 해소 없이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질 경우 그동안 가족 고객을 대상으로 공감대를 쌓아온 빙그레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지주회사로 전환한 지배구조 개편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빙그레는 아직 경영권 승계를 논할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빙그레 측은 “인적분할과 승계는 무관하다”며 “제때에 대해서도 검토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