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류 업계가 다양한 시간대와 상황에서 마실 수 있는 ‘논알코올 맥주’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은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식당이나 유흥 주점에서도 논알코올 맥주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주류 브랜드까지 앞다퉈 논알코올 맥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논알코올 맥주는 알코올이 전혀 없는 ‘무알코올 맥주’와 1% 미만의 알코올이 함유된 ‘비알코올 맥주’를 말한다. 그동안 편의점과 마트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었다.
논알코올 맥주 시장 커진다
22일 시장조사 전문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최근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의 성장세가 매섭다. 지난 2014년 81억원에 불과했던 논알코올 맥주 시장은 지난해 200억원 수준까지 크게 확대됐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600억원, 내년에는 2000억원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이유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렌드가 주류 업계까지 확산되며 논알코올 맥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5월 종합 주류 도매업자가 무알코올 음료 등을 주류와 함께 음식점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그간 종합 주류 소매업자는 식당과 유흥주점에 알코올 도수 1% 이상의 주류만 유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식당과 유흥주점에서도 논알코올 맥주를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 또한 ‘헬시플레저 트렌드 확산’과 ‘주류면허법 개정’이 맞물리면서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도 가능하며 마케팅도 자유롭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주류 시장 규모는 점차 축소될 것으로전망되는 가운데, 논알코올 맥주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는 추세”라며 “유흥 주점에서도 논알코올 맥주를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수요와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치열해지는 논알코올 맥주 경쟁

이에 발맞춰 주류 업계도 논알코올 맥주를 강화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오비맥주는 2020년 10월 출시한 ‘카스0.0’의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카스 레몬스퀴즈 0.0’을 선보였다. 과일맛 논알코올 맥주로, 이탈리아산 레몬 과즙을 사용해 상큼한 맛을 구현했다. 이달에는 카스 레몬스퀘즈 0.0을 병 제품으로도 만나볼 수 있도록 선택지를 늘렸다. 카스 0.0 외에도 ‘버드와이저 제로’, ‘호가든 제로’ 등 총 5종의 논알코올 맥주를 판매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 국내 최초로 무알코올 맥주 ‘하이트제로 0.00’을 출시한 바 있다. 2022년 10월에는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350㎖ 용량에 더해 소용량, 대용량 제품까지 확대했다. 오는 12월에는 ‘하이트제로 0.00 포멜로향’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12년 만의 신제품이다. 포멜로는 주로 동남아에서 자라는 귤속의 열대과일로,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7년 6월 선보인 무알코올 맥주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에 이어 지난해 8월 논알코올 맥주 ‘클라우드 클리어’를 새롭게 내놨다.
이외에도 해외 주류 브랜드들이 선제적으로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하이네켄 0.0’은 2021년 5월, ‘칭따오 논알콜릭’은 2020년 6월 국내에 출시됐다.
유흥 시장 공급에도 시동 걸까
주류면허법 개정 이후 적극적으로 유흥 시장까지 발을 넓히고 있는 기업도 눈에 띈다. 꾸준히 논알코올 제품 수요가 늘고 있는데 따라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오비맥주는 일찌감치 유흥시장에 논알코올 맥주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유흥시장용 제품 판매는 오비맥주가 업계 최초다. 실제 카스 0.0은 주류면허법이 개정된 지난 5월부터 전국 일반 음식점과 유흥 주점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새롭게 출시한 카스 레몬 스퀴즈 0.0 제품 또한 이달부터 트렌드 포차, 이자카야식 주점 등 다양한 유흥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논알코올 맥주 수요 증가와 더불어 차별화된 선택지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발맞춰 유흥 시장 내 커져가는 수요를 적극 공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역시 논알코올 맥주를 유흥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미미한 수준에 불과해 오비맥주와 같이 본격적으로 진출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양사는 향후 유흥 시장에서 논알코올 수요를 살핀 후 전략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도매상들 문의에 따라 그때그때 하이트제로 0.00 제품을 판매하고 유흥주점에 공급하고 있으나 아직 소수에 그친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판매하는 곳은 있으나 아직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