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내년 올해보다 더 바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점쳐진다. 주력 계열사인 솔리다임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직함을 달게 됐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대외 정세에 앞장서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다.
솔리다임은 2021년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다.
최태원이 직접 챙기는 AI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 3분기부터 솔리다임의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최 회장은 기존에 SK㈜‧SK이노베이션‧SK하이닉스‧SK텔레콤 회장까지 4개의 명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 명함까지 추가됐다.
올해에 이어 내년 최 회장은 광폭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SK하이닉스 본사인 이천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현안을 직접 챙긴 데 이어 이후로도 수시·정기적으로 AI 반도체 사업 현안을 점검하고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엔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글로벌 AI 동맹 구축 방안을 논의했고, 6월에는 대만과 미국을 연이어 방문해 TSMC‧마이크로소프트‧오픈AI‧아마존‧인텔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을 다졌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SK하이닉스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한다. 솔리다임 인수 당시 중국 당국의 합병 승인에 최 회장의 영향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올해 5월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각 고객사 및 협력사와 협업 관계가 구축됐고, 그게 곧 AI 반도체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그룹 전략 차원으로 AI(인공지능) 반도체를 직접 챙기고 있는 상황에서 솔리다임 의장직도 맡은 만큼 내년에는 최태원 회장의 행보가 한층 더 분주해질 전망이다.
최 회장이 솔리다임 의장직을 맡은 이유는 솔리다임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솔리다임이 업계 최초로 상용화한 QLC 기반 초고용량 기업용 SSD(eSSD)는 최근 AI로 인해 수요가 급상승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한 셀에 데이터를 담는 저장 방식에 따라 구분된다. SLC는 한 셀당 1비트(bit)를, MLC는 2비트를, TLC는 3비트를, QLC는 4비트를 저장하는 낸드플래시다. 셀 하나에 4비트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만큼 낸드플래시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지고 칩 크기도 줄었다. 또한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AI 데이터센터에는 막대한 데이터를 보관해야 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듦에 따라 고용량이면서 비용 효율적인 QLC 낸드가 대두되고 있다.
올해 메모리 시장은 AI와 비AI 시장으로 나뉘어 시장 수요가 양극화됐다. 미국 빅테크들이 AI 서버에 수십조원을 쏟아부으며 HBM(고대역폭메모리)과 QLC eSSD의 매출은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모바일과 PC에 탑재되는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의 매출은 살아나지 못했다.
이러한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은 솔리다임 의장을 직접 맡으며 내년도 한해 농사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대표 ‘친 트럼프’ 인사 김승연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도 내년 바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김승연 회장은 (주)한화, 한화시스템, 한화비전, 한화솔루션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 자리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의 미국 방산‧조선 사업 진출을 위해 김 회장의 대미 네트워크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한다. 한화오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다.
특히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을 콕 집어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 만큼 조선업에서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 20조원에 이르는 미국 함정 MRO(정비‧수리‧점검) 시장과 군함 수주 등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을 언급한 배경에는 최근 국제 안보와 산업 생태계의 상황이 있다. 최근 중국이 항공모함을 비롯해 각종 전투함 건조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국 해군이 양적으로 밀리고 있다. 자국 조선업 기반이 와해된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에 손을 내민 것이다.
입질은 이미 오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12일 미국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인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수주액은 수백억원대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은 올해 인도양·태평양 등이 주 무대인 미국 해군 7함대 군수지원센터 싱가포르사무소가 발주한 MRO 두 건을 모두 수주했다. 8월엔 한국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시라함의 MRO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한화오션은 김승연 회장의 미국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수주를 따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재계 내 대표적인 ‘친 트럼프’ 인사로 꼽힌다. 2017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청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 자문을 맡았던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와 40년간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맞아 김 회장은 2025년 한화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