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사진 = 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 출처=연합뉴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전달보다 커졌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부채 관리’를 주문하면서 1금융권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자,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사 등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금융당국은 현장 점검 등 2금융권 가계대출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위원회가 11일 발표한 ‘10월 가계대출 동향(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6조6000억원 늘었다.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은 8월 9조7000억원에서 9월 5조3000억원으로 줄었으나, 지난달 다시 증가 폭이 확대됐다.

금융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지난달 각각 5조5000억원, 1조1000억원 늘었다. 주담대는 6조8000억원을 기록한 전달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지만, -1조5000억원이었던 기타대출이 크게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4년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39조5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3조9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4월부터 7개월째 증가세지만, 5조6000억원 늘었던 한 달 전보다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900조3000억원)가 3조6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238조1000억원)이 3000억원 증가했다.

금융위는 “은행권의 자율 관리 강화 영향으로 은행 자체 주담대 증가액이 9월 4조원에서 지난달 1조5000억원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정책대출 증가액은 9월 2조2000억원에서 지난달 2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장은 “비은행권 쪽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한 측면이 있다”며 “업권 간의 규제 차이를 바탕으로 투기 수요가 나타나지 않도록 경계감을 갖고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 때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연말까지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세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 입주를 전후한 대규모 대출 수요에 대해선 “이달 말부터 내년 3월까지 입주 기간이 분산될 거라고 본다”며 “가계대출의 전반적인 흐름을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계대출 증가를 이끈 건 2금융권이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2조7000억원 늘며 전월(-3000억원)과 비교해 급증했다. 지난 2021년 11월 3조원 증가한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기조의 여파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주담대가 1조9000억원 늘어 지난 9월(+7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기타대출 역시 8000억원 증가했다. 금융위는 “집단대출 위주로 주담대가 증가했다”며, “기타대출은 카드론, 보험계약 대출 위주로 늘었다”고 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달에만 가계대출이 1조원 늘었다. 상호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인 900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농협은 200억원, 수협은 500억원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보였다. 신협과 산림조합은 각각 2000억원, 100억원 줄었다.

여신전문금융사도 9000억원 증가했다. 보험(+5000억원), 저축은행(+40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여전업권은 카드론, 보험업권은 보험계약 대출, 저축은행업권은 신용대출 위주로 각각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모두 서민·취약계층의 ‘급전 통로’로 분류되는 상품이다.

금융위는 이날 오전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행정안전부, 한은,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은행연합회 및 제2금융권 협회 그리고 일부 은행 등 금융권 관계자가 참석했다.

금융위는 2금융권 가계대출 급증세에 따라 2금융권에 올해 남은 두 달 동안 가계부채 관리 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은행권에서만 제출받아 온 연간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내년부터 2금융권에서도 받을 계획이다.

금감원은 새마을금고와 농협 등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한 업권과 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취급 실태 점검에 나선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실행 현황,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등을 살필 예정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최근 보험계약 대출이나 카드론 등 서민·취약계층의 급전 수요와 관련한 대출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런 자금 수요에 대해 더욱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 처장은 “가계대출을 엄격히 관리하되, 그 과정에서 서민·취약계층에 과도한 자금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감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