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자사의 대표 서비스에 생성형 AI 기술을 전방위적으로 도입한다. 지금까지 하이퍼클로바X라는 초거대 모델을 개발한 후 이 지점에서 다양한 AI 서비스를 출시하는 그림이었다면, 이제는 네이버의 수족이자 핵심무기인 검색과 지도 및 쇼핑에 바로 생성형 AI가 도입되어 판을 키운다는 설명이다.

생성형 AI가 새로운 미래를 향하는 도구라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전자가 새로운 생성형 AI 카테고리를 설정하고 이 지점에서 수 많은 고민을 하는 콘셉이라면, 후자는 모든 서비스에서 생성형 AI를 공격적으로 확보해 전체 DNA를 아예 바꿔버리는 극단적인 전술로 볼 수 있다.

네이버가 얼마나 생성형 AI에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AI 원천기술 밀착(On-Service AI)'의 네이버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사진=최진홍 기자
사진=최진홍 기자

연 매출 20% '열공'에 때려넣은 네이버...검색 패러다임 바꾼다
네이버가 11일부터 12일까지 양일간 코엑스에서 팀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 24(DAN 24)’를 개최하는 가운데 생성형 AI 기술 전반을 자사 생태계에 완전 밀착시키는 장면을 연출했다. 매년 매출의 20%~25% 이상을 R&D에 투자하며 연구개발을 이어온 상황에서 변화하는 기술 패러다임에 자체 기술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수연 대표는 키노트를 통해 '기술 삼별초'로 활동하며 AI 기술에 적극 대응한 과거를 돌아보는 한편 “네이버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고 이후 1년간 사용자, 판매자, 비즈니스 파트너 등을 위한 수십건의 생성형AI 프로덕트들을 테스트한 결과 상용화 단계로 들어섰다”면서 “이제 네이버는 사용자와 창작자를 위한 ▲AI 도구는 물론, SME와 브랜드사를 위한 ▲비즈니스 솔루션, 보안과 기술력이 요구되는 ▲B2B 사업 영역까지 매우 폭넓은 생성형AI 기술 라인업을 갖췄고 이제 이런 네이버의 기술을 실서비스에 밀착시킬 시기”라며 지난 1년을 정리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는 자체기술과 수천만명이 사용하는 대규모 서비스를 동시에 보유함으로써 글로벌 IT 시장 변화 흐름 속에서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검색 패러다임을 확 바꾼다. 

현재의 네이버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검색포털의 지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검색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은 곧 네이버의 근본을 원천적으로 개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생성형 AI가 더 내밀하게 스며들면서 개인화 추천 기술까지 강해진다. 실제로 최재호 발견/탐색 프로덕트 부문장은 새롭게 선보일 생성형AI 검색 기능을 소개하며 "현재의 통합검색 기술에 AI와 개인화 추천 기술이 결합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통합검색에 AI를 덧대는 작업과 이를 통한 개인화 추천 기술이 동시에 가동된다는 뜻이다.

네이버 통합검색에서 제공될 ‘AI 브리핑’도 공개됐다. 얼마나 좋은 답변을 제공하느냐를 넘어, 얼마나 좋은 출처를 많이 보여주는지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양질의 문서가 부족한 롱테일 키워드나 외국어 키워드들에 대해 우선 적으로 적용해 나가며 정답을 찾는 니즈부터 관심사 탐색을 위한 니즈까지, 네이버 검색결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사용자 검색 만족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중 선보일 ‘AI 브리핑’은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 검색에도 적용되며 외국어 사용자들도 새로운 방식의 생성형AI 검색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사용자가 검색 의도와 맥락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요약과 추천 기능을 AI가 넛지하는 다양한 기능들을 제공해, 검색부터 액션까지 이어지는 완성형 흐름을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수연 대표는 AI와 통합검색이 밀착되는 네이버의 서비스 방향에 대해 “정답만을 제공해 출처로의 연결을 제한하는 방식보다는 다양한 출처를 한 화면에서 제공하는 특징을 갖는 네이버의 통합검색 속에 AI 기술을 녹임으로써, 더 많은 콘텐츠들이 트래픽을 받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창작자 생태계에 더 큰 기회를 가져올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이러한 변신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최근 AI로 무장한 '답변엔진'이 등판해 정확한 출처까지 제공하는 새로운 검색 패러다임이 각광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인포메이션은 10월 29일(현지시간) 메타가 구글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검색 엔진을 개발하는 중이라 보도했다. 메타AI 챗봇에 자체 검색 엔진을 장착하는 방식이다. 메타는 페이스북 등 자사의 SNS에 일부 검색기능을 도입하면서도 커뮤니티로의 진화를 꾀하는 이중포석을 쌓아올린 경험이 있다. 다만 검색에 있어서는 SNS의 한계를 여실히 느끼며 구글과의 협력을 유지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SNS라는 방대한 데이터의 호수를 중심으로 새로운 얼개를 짜는 분위기다. 특히 챗봇으로 기존 키워드 중심의 검색 엔진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답변 엔진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탁월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존 구글류(流)의 검색 엔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환각효과를 최소화하고 콤팩트한 지식을 빠르게 정리해 전달하는 답변 엔진은 메타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다. 퍼플렉시티가 대표적이다. 약 9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새로운 자금 조달 라운드에 나서고 있는 퍼플렉시티는 AI 기술로 명쾌한 답변을 제시하는 기술로 정평이 났다. 오픈AI도 서치GPT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아마존도 AI 가이드를 미국에서 출시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포털 빙을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도 빙 생성 검색을 출시하며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최수연 대표. 사진=네이버
최수연 대표. 사진=네이버

공간부터 쇼핑까지
네이버의 생성형 AI 기술 확산은 검색을 넘어 공간부터 쇼핑까지 아우른다.

네이버 지도가 변한다. 글로벌 수준의 공간 지능 기술을 자랑하는 가운데 이세훈 플레이스 사업 리더는 네이버랩스의 공간지능 기술이 집약된 새로운 ‘거리뷰3D’를 소개했다. 

거리뷰3D는 기존의 서비스에서 제공하던 길 안내 기능에서 나아가 오프라인 정보를 3차원으로 담아내 더욱 생생한 경험과 최적화된 공간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AR 내비게이션, 실내지도, VR 실내투어 등을 이용해 오프라인 공간을 온라인 서비스에서 생생하게 재현한다. 무엇보다 VR 실내투어는 행사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의 현장감을 생동감 있게 구현함으로써 오프라인 판매자 및 브랜드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환 네이버랩스 비전 그룹 리더는 공간 AI 분야에서 네이버가 가진 기술력에 대해 설명하고,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업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네이버랩스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스위스 로봇 스타트업 스위스-마일과는 디지털 트윈과 측위 시스템을 적용한 건설 현장에서의 로봇 어플리케이션 공동 연구, 일본 NTT동일본과는 스마트 빌딩 내 로봇 및 AR 가이드 적용 프로젝트를 예정하고 있다. 또한 자체 기술로 구축한 디지털 트윈 솔루션, AI 측위 시스템, 클라우드 서비스 등 공간 지능 관련 기술을 하나로 통합한 ‘NAVER TwinXR’ 플랫폼도 공개됐다.

광고 플랫폼도 AI 기술로 한차원 더 고도화된다. 윤종호 광고 프로덕트 부문장은 새로운 광고 플랫폼을 구축한 배경에 대해 “디지털 광고 환경의 복잡도가 높아지고, 검색광고와 디스플레이광고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만큼, AI가 광고주의 광고 소재 관리와 광고 집행 운영을 돕는 새로운 광고 특화 AI 플랫폼인 ‘ADVoost’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ADVoost’는 광고주와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높이고, 광고주가 AI를 이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사용자 타겟팅으로, 광고주에게는 최적화된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더욱 관련성 높은 광고를 경험할 수 있다. 네이버는 ‘ADVoost’를 홈피드에 시범 적용한 결과 클릭률(CTR)은 약 40% 증가, 광고 비용(CPC)은 28% 절감되는 등 최종 광고 효율이 30% 이상 향상된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쇼핑도 격변이다. 이윤숙 쇼핑 사업 부문장은 내년 상반기 중 출시될 AI 쇼핑앱과 얼라이언스 기반의 멤버십 및 물류 비즈니스의 방향성에 대해 발표했다.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중, 사용자에게 초개인화된 AI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네이버앱과는 별도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모바일앱을 출시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더욱 개인화된 혜택과 깊이 있는 상품 추천으로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파트너와의 얼라이언스 모델로 구축한 멤버십 서비스와 물류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사용자 혜택의 외연을 더 확장하고, 네이버의 배송 포트폴리오도 ‘지금배송’, ‘새벽배송’ 등으로 다양화할 예정이다.

AI 원천기술 밀착(On-Service AI) 저력의 근원은?
네이버는 이번 행사를 통해 AI 원천기술 밀착(On-Service AI)을 강하게 어필했다. 그리고 이러한 체질 개선이 가능한 것은 역시 강력한 원천기술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출시 후 1년간 꾸준히 생성형AI 모델을 업데이트하는 한편, 팀네이버의 핵심 서비스 및 비즈니스에 결합해볼 수 있는 다양한 내부 테스트를 진행했다. 성낙호 AI 기술 총괄은 “네이버는 원천기술로 보유한 AI 기술을 여러 대규모 서비스에 적용해보며 다양한 데이터와의 결합, 근본적 수준에서의 모델 개선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태계 확장도 노린다. 최 대표는 “수천만 사용자와 수백만 SME, 창작자, 광고주와의 상생은 플랫폼업의 본질이자 경쟁력”이라며 지난 8년간 SME와 창작자를 위해 힘써왔던 ‘프로젝트 꽃’의 성공경험을 AI 생태계로 확대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프로젝트 꽃’을 확대한 네이버의 ‘임팩트 프로젝트’는 누구나 AI를 비롯한 네이버의 다양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테크 임팩트, 고유한 아이디어와 상품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사업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비즈니스 임팩트, 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건강한 커뮤니티 조성에 기여하기 위한 ▲커뮤니티 임팩트 부문으로 확대된다. 네이버는 이를 이끌어 나갈 ‘임팩트 위원회’를 조직하고, ‘임팩트펀드’를 조성해 6년간 1조원 규모로 투자한다. 네이버의 비영리 교육기관인 ‘네이버 커넥트재단’은 향후 5년간 600억 원을 투자해 AI 교육 커리큘럼 확대 및 AI 생태계 필수적인 인재 육성에 나선다.  

네이버의 새로운 생성형AI 검색은 더 많은 창작자가 발굴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가 AI 기반 개인화 추천 기술을 적용한 홈피드와 클립을 선보인 이후, 네이버 모바일 메인의 체류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11%, 창작자 규모는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일구 콘텐츠 서비스 부문장은 “계속해서 네이버의 창작자 생태계가 더 크고 단단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수익화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창작을 쉽고, 다채롭게 펼쳐 나갈 수 있는 AI 편집 도구들도 제공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네이버의 대표 기술 컨퍼런스인 ‘DEVIEW(데뷰)’ 세션과 ‘크리에이티브’ 세션도 양일간 진행된다. ‘DEVIEW(데뷰)’ 세션에서는 개발자 80여명이 검색, 쇼핑, 광고, 네이버앱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된 AI 기술 등에 대한 42개의 발표를 진행한다. 크리에이티브 세션에서는 생성형AI 환경에서의 디자인, 마케팅, 브랜딩 관점에서의 고민과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