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LoL)를 개발, 서비스하고 있는 라이엇 게임즈가 LCK 대표 T1이 2일(토) 영국 런던에 위치한 O2 아레나에서 열린 2024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빌리빌리 게이밍을 세트 스코어 3대2로 제압하고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렸다고 밝혔다.

페이커 이상혁을 중심으로 신들의 전쟁에서 T1이 승리의 여신을 사로잡았다. T1은 전신인 SK텔레콤 T1 시절 달성한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월드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2023년과 2024년 또 한 번 연속 우승을 달성하면서 세계 최고의 리그 오브 레전드 팀임을 증명했다.

T1은 2013년, 2015년, 2016년, 2023년에 이어 다섯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GOAT로 거듭난 '페이커' 이상혁은 유례 없는 통산 5회 우승이라는 신기원을 이뤄냈고 사령탑인 김정균 감독 또한 지도자로는 사상 처음으로 4회 우승을 달성했다. 톱 라이너 '제우스' 최우제, 정글러 '오너' 문현준,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은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맛봤다.

T1. 사진=라이엇 게임즈
T1. 사진=라이엇 게임즈

"쉽지 않았다"
T1이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리는 여정은 녹록치 않았다. 결승전에서 홀수 세트를 연이어 내주면서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1세트에서 블루 진영에서 플레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킬을 허용하면서 허무허게 패한 T1은 2세트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사일러스가 상대방의 궁극기를 가져온 뒤 적재적소에 쓰면서 균형을 맞췄다. 이어진 3세트에서 초반에 5킬을 내주며 반격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던 T1은 4세트 초반 5분 만에 '제우스' 최우제의 럼블이 연이어 세 번이나 잡히면서 위기를 맞았으나 이상혁의 사일러스가 직스를 홀로 잡아내면서 반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어 T1은 교전이 일어날 때마다 이상혁이 슈퍼 플레이를 연발하면서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갔다.

운명의 5세트. 갈리오를 선택한 이상혁은 28분에 드래곤 지역에서 펼쳐진 전투에서 BLG 선수들 3명을 묶으면서 교전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 31분에 최우제의 그라가스를 향해 달려든 BLG 선수들 사이로 영웅 출현을 쓰면서 합류, 동료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면서 두 번째 에이스를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짜릿한 역전. T1이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이다.

페이커 이상혁. 사진=라이엇 게임즈
페이커 이상혁. 사진=라이엇 게임즈

MVP 페이커 이상혁, 그리고 제오페구케 왕조
페이커 이상혁은 불멸의 GOAT가 됐다. 월드 챔피언십 역사상 최초로 통산 500킬 고지에 올라서며 절대강자로의 면모를 뽐냈기 때문이다. 결승전을 치르기 전까지 493킬을 기록하고 있던 이상혁은 3세트까지 3킬을 보태는 데 그쳤지만 4세트에서 사일러스로 플레이하면서 6킬을 추가, 기어이 500킬 고지를 넘어섰다.

MVP로 선정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T1이 올해 월드 챔피언십을 치르는 과정에서 후배들의 뒤를 받치는 역할을 해왔던 이상혁은 결승전에서는 위기마다 영웅처럼 나타나면서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 MVP로 선정된 이후 무려 8년 마에 또 다시 MVP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월드 챔피언십 역사상 두 번 MVP를 수상한 선수도 이상혁이 처음이다.

새로운 왕조의 건국신화도 완성됐다. 소환사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제오페구케'라고 불리는 5명의 선수-'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 '페이커' 이상혁,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는 이제 롤의 새로운 왕조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 선수들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T1의 유니폼을 입고 호흡을 맞추면서 3회 연속 월드 챔피언십 결승 진출, 2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월드 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 3년 연속 결승 진출을 달성한 SK텔레콤 T1은 연도별로 다른 구성원으로 기록을 세웠지만 '제오페구케'는 3년 동안 한 명도 이탈하지 않고 똑같은 스쿼드를 구성하며 연속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퍼스트 스탠드 로고. 사진=라이엇 게임즈
퍼스트 스탠드 로고. 사진=라이엇 게임즈

"내년 중국 청두서 만나요"
올해 결승전이 벌어진 영국 런던의 O2 아레나는 1만4500명의 관중으로 가득찼다.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런던앤드파트너스는 롤드컵 결승 개최에 따른 런던이 누리는 경제 효과가 1200만파운드(약 214억원)를 넘는다고 추산했으며, 그 외 홍보 마케팅 등 부가적 효과를 고려하면 경제적 효과는 10배가 넘을 전망이다.

대회 시청자 숫자는 집계된 것만 5억명이며, 최고동시시청자수(PCU)도 700만명에 육박한다. 영국 런던이 명실상부 e스포츠의 성지로 발돋움하는 순간이다.

한편 크리스 그릴리 롤 e스포츠 글로벌 총괄은 최근 미디어 데이에서 2025년 새로 만들어지는 국제 대회의 이름은 '퍼스트 스탠드(First Stand)'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퍼스트 스탠드는 지역 간의 경쟁을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요소를 적용하기 위해 기획된 대회로, 5개 지역 스플릿 1 우승팀들이 출전하는 국제 대회다. 스플릿 1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2025년 3월 10일부터 16일까지 한국 서울에 위치한 롤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참가하는 팀을 가리는 지역 대회와 국제 대회 모두 ‘피어리스 드래프트(Fearless Draft)로 진행된다. 피어리스 드래프트는 3전 2선승제, 5전 3선승제 등 다전제에서 전략성을 강화함으로써 다양한 챔피언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이다. 한 챔피언을 선택하면 남은 경기 동안 양 팀 모두 해당 챔피언을 사용할 수 없다. 또 2025년에 열리는 두 번째 국제 대회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은 스플릿 2가 종료되는 내년 6월 말부터 캐나다에서 열린다. MSI에는 5개 지역에서 선발된 10개 팀이 참가한다.

2025년 월드 챔피언십의 결승전은 중국의 청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