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원인이 속속 밝혀지며 사람이나 생물체에서 유래된 것을 원료로 제조하는 생물의약품(바이오의약품)이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와 세포치료제 등이 대표적인 생물의약품으로 꼽힌다. 비슷해 보이는 이들 약제는 서로 차이가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여러 면역 기전(원리) 가운데 질병을 유발하는 특정한 단계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 제압해 증상을 완화하거나 치료하는 원리다.
‘건선’을 예로 들면 인체의 겉 피부는 각질세포로 이뤄져 있고 각질세포는 각질형성세포가 만든다. 일정한 주기로 세포가 탄생해 자라고 수명을 다하면 피부의 껍질로 인체에서 떨어진다.

생물학적제제 ‘스카이리치’ 3분기 매출 4조원…전년比 51%↑
이런 각질형성세포 증식에 영향을 미치는 게 면역세포 가운데 하나인 ‘T세포’다. 이 세포의 활동이 너무 활발하면 각질형성세포가 빨리 증식해 각질이 겹겹이 쌓여 건선을 일으킨다. 2020년 미국 애브비가 출시한 건선치료 생물학적제제인 스카이리치(SKYRIZI)는 건선을 유발하는 단백질(IL-23)을 차단해 피부를 개선한다.
생물학적제제의 가장 큰 단점은 비싼 가격이다. 스카이리치 150mg의 1회 약제비 상한금액은 234만원가량이다. 그럼에도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애브비에 따르면 스카이리치의 올해 3분기 매출은 32억500만달러(약 4조4207억원)로 전년보다 50.8% 급증했다.
세포치료제는 인체에 질병이 있거나 손상된 세포 또는 조직을 회복시키기 위해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살아있는 세포를 추출해 몸 밖에서 배양하거나 증식∙선별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세포의 생물학적인 특성을 바꾼다.
주입된 세포는 몸 안에서 특정한 세포로 분화돼 손상된 조직을 대체하거나 고장 난 장기 또는 조직이 스스로 치유하게 돕는 등 여러 방식으로 인체의 기능을 회복시킨다. 사용하는 세포의 종류와 분화 여부에 따라 체세포치료제와 줄기세포치료제로 나뉜다. 대표적인 체세포치료제로는 면역세포치료제가 있다. 면역세포치료제 중에서도 T세포가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치료법인 ‘카티(CAR-T) 세포 치료’가 대표적이다.

FDA, 中 카티 기업 임상 보류 해제…줄기세포 시장 67조 규모 성장 전망
이와 관련해 1일 영국 유력지인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중국 생물의약품 기업 카스젠의 카티에 대한 임상 보류 조치를 해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 바이오 업계를 견제하기 위해 발의한 생물 보안법이 지난달 미국 하원을 통과한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국내에선 바이오 의료기기 업체인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가 최근 미국 기업 레비티(옛 퍼킨엘머)와 손잡고 차세대 세포 분석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줄기세포치료제는 국내 연구가 지난 2005년 황우석 사태 이래 정체에 빠진 데 이어 2019년 불거진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논란으로 침체된 바 있다. 하지만 세계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의 성장이 예상돼 국내 업체들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관련 시장이 작년 142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33년 489억달러(약 6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성장세에 국내 업체인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최근 아토피 피부염 줄기세포치료제(SCM-AGH)를 개발하고 있다. 관련 임상 결과가 실린 논문이 한 학회지에서 추천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일 회사 관계자는 “이번 선정은 SCM-AGH가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단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세포치료제로는 세계 최초 고형암 대상 T세포 치료제인 미국 아이오반스사의 ‘암타그비’가 있다. 비용은 회당 52만달러(약 7억원)에 달해 비싸다. 지난 2월부터 중국의 위탁개발생산업체(CDMO)인 우시 어드밴스드 테라피가 이 치료제를 제조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한국바이오협회는 이 회사가 속한 우시그룹이 생물보안법을 막기 위해 미국 내에서 로비 활동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이 법이 최종 통과될 가능성은 약 70%(지난달 10일, 블룸버그)이며 수혜주로는 CDMO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