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경기 침체 시기다. 매번 실적 발표 때마다 호황이라는 업계보다 불황에 고전한다는 업계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는 요즘이다. 마찬가지로 고전을 거듭하는 한국 산업계에 조선업계의 호황 소식이 유독 반가운 이유기도 하다. 10년에 걸친 고난의 행군 끝 다시 찾아온 ‘슈퍼사이클’이라 더 뜻깊다.
지난 2021~2022년 코로나 19 팬데믹 시절 대량 발주된 친환경 이중연료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매출이 실적에 대거 반영되기 시작한 점이 주효했다. 통상 조선업계는 선박 인도 시점에 대금을 많이 받는다. 매출 인식 시점 역시 수주 시점과 2~3년의 차이가 생긴다.
각 사는 현재도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 선별수주 전략으로 3년치의 수주잔고를 쌓아놓고 있어, 향후 3년간의 실적에도 무리는 없으리라는 전망이다. 특히 현재 신조선가가 꾸준히 우상향 중이고, 조선사들의 수주 포트폴리오도 전부 친환경 고부가가치선박으로 이뤄져 향후 더 폭발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
빅3, 나란히 영업이익 대폭 성장
HD현대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31일 2024년 3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연결기준 매출 6조2458억원, 영업이익 3984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4.6%, 477.4% 증가한 수치다.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선박 비중 확대와 생산성 향상으로 조선 자회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호조세를 이어 나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한 매출 3조6092억원, 영업이익 2061억원을 거두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26.5%, 영업이익은 1497.7% 올랐다. HD현대삼호와 HD현대미포도 각각 매출 1조6435억원과 1조776억원, 영업이익 1776억원과 352억원을 기록하며 HD한국조선해양이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데 기여했다.
선박 엔진 계열사인 HD현대마린엔진은 매출 527억 원과 영업이익 54억원을, 태양광 계열사인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매출 1006억 원과 영업이익 34억원을 거뒀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조선 부문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8.4% 늘어난 5조3226억원, 영업이익은 406.4% 늘어난 3782억원을 기록했다.
엔진기계 부문은 물량 증가 및 HD현대마린엔진 연결 편입 이후의 실적이 반영돼 지난해 동기 대비 44.3% 상승한 865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친환경 고부가가치 엔진 비중이 확대되며 33.2% 증가한 1024억원을 기록했다.
해양플랜트 부문도 물량 증대에 따라 1835억원의 매출과 2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삼성중공업 역시 완연한 성장세다. 지난달 24일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3229억원, 영업이익 1199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58% 올랐다. 지난 2분기 10년 만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긴 후 또다시 1000억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분기 호실적이 단순 어닝서프라이즈가 아님을 증명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10월 31일 3582억원 규모 LNG 운반선 1척을 수주한 데 이어 11월 1일 4593억원 규모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4척을 수주하며 연이은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오션도 2분기 적자를 뒤로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 매출액 2조7031억원, 영업이익 256억원을 달성했다. 상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 특수선사업부 3축이 동시에 성과를 내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결과다.
상선사업부는 저가 수주 컨테이너선 비중이 감소하고 고수익 LNG선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손익 회복이 본격화됐다. 내년에도 LNG 운반선 평균 선가 상승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양사업부는 심해 설비에 전력을 공급하고 가스전을 제어할 수 있는 설비(FCS) 및 해양 풍력 설치선(WTIV) 매출이 본격화되어 전 분기 대비 매출이 46.8% 상승하고 적자 폭은 축소됐다.
고부가 위주 선별수주 기조 유지…강점 활용한 차별화 전략 펼쳐
삼사는 공통 전략과 차별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공통 전략은 고부가가치·친환경선 위주 선별 수주다. 특히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LNG운반선의 경우 2024년 상반기 기준 국내 전체 수주잔고 283척이 쌓여 있다. 국내 조선소가 연간 약 60~65척 정도를 LNG운반선에 할애하는 것을 고려하면, 3년 치를 훌쩍 넘긴 수주잔고가 있는 셈이다. 이미 2027년 슬롯 51척, 2028년 32척 등 상당량 수주가 확보된 상태다. 더불어 카타르 국영회사 ‘카타르 에너지’가 추진 중인 카타르 LNG 프로젝트 예상 수주분 20척까지 확보된다면 슬롯은 이미 가득 찬 상황이다.
이밖에도 차세대 고부가가치선박으로 떠오르는 초대형암모니아운반선(VLAC),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 설비(FLNG) 역시 한국 조선업계가 대부분의 물량을 수주하고 있다.

각 조선사별 차별화 전략도 눈에 띈다. HD한국조선해양은 고부가가치 주력선종을 생산하는 HD현대중공업-중소형선과 탱커, PC선을 생산하는 현대삼호·미포조선-최근 HD현대에 인수 완료돼 그룹 선박엔진 사업을 담당할 HD현대마린엔진-선박 AS를 비롯해 첨단화·친환경화를 담당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까지 이어지는 계열사간 유기적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삼성중공업은 일반 고부가가치선 대비 가격이 5배 이상 비싸고, 건조가 까다로운 FLNG에 강세를 보인다. 연간 최소 1~2기 수주가 목표며, 현재 업계에 산재한 기본설계(FEED) 단계나 개발 단계에 있는 FLNG 프로젝트에 다수 참여 시도 중이다. 수주 후보군 역시 북미에만 10여기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가장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눈에 띈다. 한화그룹 인수 후 그룹 주력인 방위산업과 보폭을 맞춰 미국 해군함 MRO(유지·보수·정비)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리고 지난 8월에는 미 해군이 발주하는 함정 MRO 사업을 국내 최초로 수주하며 성과를 냈다. 현재 후속 MRO건도 협의 중이다. 동시에 폴란드 오르카 사업을 정조준하며 현지 대표 방산그룹 WB와 잠수함 동맹을 구축하는 등 특수선 분야 해외 진출을 가속화 하고 있다. 표준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를 자체 개발하며 해양플랜트 사업 저변도 넓히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