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수소’ 사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이끌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콘셉트 ‘이니시움’을 최초 공개했다. 세계 최초의 수소차 ‘넥쏘’ 이후 신차가 부재하다는 평가를 받은 현대차는 이니시움을 통해 길었던 공백을 탈피한다.
1990년대부터 수소차 연구를 시작한 현대차는 신차에 자사의 기술을 집약시켰다고 자신했다. 27년간 현대차가 쌓아온 수소 특화 기술을 기반으로 650㎞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한 이니시움은 내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31일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수소에 대한 신념과 비전을 공유하는 ‘Clearly Committed 올곧은 신념’ 행사를 열고 이니시움을 선보였다. 라틴어로 ‘시작’을 뜻하는 이니시움에는 수소 사회를 여는 선봉장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공개된 이니시움은 상품성과 디자인 방향을 담은 콘셉트카로 확정된 사양과 디자인은 아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수소는 미래 세대를 위한 깨끗한 에너지일 뿐 아니라 접근성이 높고 따라서 공평한 에너지”라며 “현대차는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 수소가 쓰이는 세상을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이니시움의 차별화는 고도화된 성능과 여유로운 공간에 있다. 이니시움은 수소 탱크 저장 용량을 늘리고, 휠과 타이어 저항을 낮춰 650㎞ 이상의 주행 거리를 확보했다. 연료전지시스템과 배터리 성능 향상으로 최대 150㎾ 모터 출력을 구현해 도심과 고속도로에서도 일정한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넥쏘의 주행 거리는 609㎞, 모터 출력은 113㎾다. 현대차는 수소차 판매 경험을 살려 고객들이 원하는 부분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은 청정한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에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이니시움 램프 부분에 현대차그룹의 수소 벨류체인 사업 브랜드 ‘HTWO’의 심벌을 형상화한 디자인을 적용해 수소전기차라는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이니시움은 안전하면서도 청정한 수소 에너지 가능성에 영감을 받았다”며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와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SUV 단단함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수소차, 당장에 수익성은 적지만 가야할 미래”

이번에 공개한 이니시움은 수소 사회 전환을 맞이하는 현대차에게 ‘교두보’와 같은 모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998년 수소 전담 조직을 만들어 수소전기차를 만들기 시작한 현대차는 2000년 미국 연료전지 업체인 UTC 파워와 수소전기차를 공동 개발했다.
2004년에는 독자 개발 스택을 쓴 수소차를 개발, 이듬해 환경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수소차 기술을 가다듬었다. 수소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올린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전기차 ‘투싼 iX 퓨얼셀’을 출시, 5년 뒤인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를 선보였다. 내년 이니시움이 출시되면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차가 된다.
수소전기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를 비롯해 토요타, 혼다 등 일부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양산을 시작으로 선두 완성차 업체들과의 교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27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의 회동으로 수소 모빌리티 사업 협력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장재훈 사장은 “수소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운송 등 모든 면에서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수소 사업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장재훈 사장은 “정몽구 명예회장님은 돈 걱정 하지 말고 젊은 기술자들이 만들고 싶은 차를 다 만들라고 하셨다”며 “수소차가 당장에 수익성 있는 차량은 아니지만, 수소 사회 구현에 있어서 하나의 이정표를 만든다는 점에서 미션이라고 생각하고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수소 신차 출시 뿐 아니라 전반적인 수소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수소차 판매에서 머무르지 않고, 수소 에너지를 산업 전반에 사용하면서 수소 연료전지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장재훈 사장은 “수소 사업은 단순 신차 뿐 아니라 에너지 생태계 전반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라며 “정부와 협업해 수소 버스를 연간 3000대 규모로 키웠으며, 수소 특화 도시 인프라 관련해서도 같이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수소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초 CES에서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인 ‘HTWO’ 발표하고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 전반에 걸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HTWO 그리드 비전을 공개했다.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은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수소 관련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