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경기도 양주시 온현면 용암리에 위치한 ‘서울우유 양주공장’. 이른 아침부터 각지 목장에서 생산된 원유를 배송하는 차량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양주공장에 도착한 원유는 청정, 균질, 살균 등 생산 공정을 거쳐 당일 신선한 완제품으로 탄생한다. 이곳에서 하루 처리되는 원유만 825톤에 달한다. 최대 1700톤까지도 처리 가능하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목장에서 하루 생산되는 원유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생산부터 출하까지 속전속결
서울우유 양주공장은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총 7년간 3000억원을 들여 2020년 완공됐다. 주력 제품인 ‘A2+ 우유’, ‘나100% 우유’부터 분유, 연유, 버터, 발효유까지 60여가지의 유가공품을 종합적으로 생산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가공 공장이다. 부지 면적만 약 25만5498㎡(약 7만7000평)로,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에 이른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지어진 만큼 생산량도 만만치 않다. 양주공장에서만 하루 346만개 제품이 생산된다. 서울우유 전체 일일 생산량(830만개)의 40% 수준이다. 특히 ‘비요뜨’와 ‘커피포리’의 경우, 양주공장이 전체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각각 하루 18만개, 8만3000개가 이곳에서 생산돼 전국 유통망으로 공급된다.
먼저 견학로를 따라 우유 제조 과정을 살펴봤다. 우유 제조에 앞서 목장으로부터 도착한 원유는 4℃ 이하의 저유 탱크에 저장된다. 이때 저유 탱크는 원유를 신선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프로펠러를 통해 우유 지방이 골고루 섞이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우유 제조 과정은 크게 ▲청정 ▲균질 ▲살균 등 3단계로 나뉜다. 원심 분리기를 이용해 원유 이물질을 제거하는 ‘청정’ 작업을 거친 후, 유지방구(젖의 지방질)를 잘게 부수는 ‘균질’ 작업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130℃에서 2초간 고온처리로 유해한 균을 없애는 ‘살균’ 작업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우유가 된다.

그렇게 탄생한 우유는 그날 바로 우유충전실로 이동한다. 서울우유는 ‘당일에 들어온 원유는 당일 생산해 당일에 출하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2009년부터 유통기한과 함께 제조일자를 표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신선함을 강조하고자 하는 이유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2009년 처음으로 제조일자를 찍기 시작했고, 다른 업체에서는 아직 하지 못하는 부분”이라며 “많은 양의 우유를 만들고 있고, 그만큼의 고객 수요가 있기 때문에 회전율이 좋아 제조일자를 찍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유충전실에 들어서자 각 라인별로 세척 과정부터 우유 충전, 포장 과정까지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전 공정은 별도의 사람 개입 없이 자동화로 이루어져 있다.
‘A2+ 우유’와 같은 병우유의 경우, 가장 먼저 병을 뒤집어 내부를 세척한다. 그 다음 병에 정량의 우유를 담고 이너실링을 부착한다. 이너실링은 접착제가 아닌 전자유도가열 원리를 이용한 고주파 실링 기술을 채택했다. 이후 뚜껑을 닫고 유통기한과 제조일자를 인쇄한 뒤, 정량이 담겼는지, 제대로 날짜가 인쇄됐는지 등을 확인하면 끝이 난다.
팩우유는 기계 안으로 평평하게 펴진 우유팩을 넣으면, 기계가 자동으로 우유팩을 접는다. 우유팩 접착 과정에서도 고주파 실링 기술을 사용한다. 이후 과정은 같다. 고주파 실링 기술은 내용물이 흘러나오거나 외부 환경 영향으로 제품 품질에 생길 수 있는 변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
완성된 제품들은 모두 5℃ 냉장창고로 이송된다. 냉장창고는 아파트 6층 높이로, 10대의 자동 스태커 크레인 설비가 가동되고 있다. 스태커 크레인은 화물을 고층 선반에 넣거나 꺼낼 때 사용하는 크레인이다. 밤 10시가 되면 TV(로봇 운송 차량)가 완제품을 물류 차량에 싣고 각지로 배송을 시작한다. 물류 차량은 하루 약 200대가 운행된다.
2030년까지 A2 원유로 전환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이날 양주공장을 공개하며 향후 목표를 발표했다. 초저출산 시대에 진입하면서 최근 유업계는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각 기업이 저마다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우유가 주목하고 있는 돌파구는 ‘A2 우유’이다. A2 우유는 소화가 용이하고 항산화 기능 등을 포함한 기능성 우유이다.
우유 단백질은 주로 카제인과 유청으로 구성돼 있다. 카제인을 이루는 성분 중 베타 카제인은 ‘A1’과 ‘A2’로 구분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흰 우유는 A1과 A2 단백질이 모두 포함된 젖소에게서 나온다.
반면 A2 우유는 A2 단백질만 보유한 젖소에게서 생산하며, 인간 모유와 유사해 일반 우유와 달리 소화가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서울우유는 지난 4월 A2 단백질만 포함된 ‘A2+ 우유’를 출시한 바 있다. ‘A2+ 우유’ 출시에 이어 2030년까지는 전 제품을 100% A2 단백질로만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조혜미 서울우유협동조합 우유마케팅 차장은 “저출산으로 우유 주소비층이 점차 줄어들며 큰 위기를 겪고 있다”라며 “서울우유는 소화가 용이하며 항산화 기능이 있고,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된 A2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라고 강조했다.
전 제품을 100% A2 단백질로 전환하기 위한 서울우유의 장기 프로젝트는 지난 2020년 첫발을 뗐다. 서울우유는 전용 목장 1431곳에 있는 젖소 전부를 인공수정을 통해 A2 단백질만 보유한 젖소로 번식시킬 계획이다. 현재까지 A2 단백질만 보유한 젖소로 모두 전환된 ‘A2 전용 목장’은 36곳이다. 2030년에는 모든 목장이 A2 전용 목장으로 전환된다.
일각에서는 현재 A2 전용 목장 전환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만큼 2030년까지 100%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함창본 양주 공장장은 “가장 먼저 인공수정 과정을 통해 태어난 젖소의 A2 단백질 비율이 25% 정도라면, 그 다음에 태어난 젖소는 50%, 또 그 다음에 태어난 젖소는 75%의 A2 단백질을 갖게 된다”라며 “현재 일반 목장에서도 A2 단백질을 50% 가량 만들어내고 있다”라고 답했다.
가격 부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A2+ 우유’ 710㎖ 제품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3580원이다. ‘나100% 우유’ 1000㎖가 2980원인 것을 감안하면 용량도 더 적고 비싸다. 향후 전 제품이 A2 단백질로 전환될 경우, 가격 측면에서 부담이 생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 차장은 “A2+우유가 비교적 고가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원가가 비싸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A2 우유가 20~30톤밖에 생산되지 않고 A2 전용 목장만 따로 들리는데 드는 물류비, 4단계의 A2 검사를 매일 시행하는 검사비 등이 녹여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목장을 A2 전용 목장으로 전환하고 나면 물류비와 검사비에 드는 비용이 없기 때문에 원가가 절감되고, 고객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A2 우유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중화된 가격으로 프리미엄 우유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