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마케팅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과거에는 모두 수동(Rule-based)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을 했던 반면 이젠 AI 기술을 통해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한 제안을, 가장 적절한 시간에 제공하는게 중요하다. 이를 ‘AI 기반 CRM 마케팅(AI Based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Marketing)’이라고 부른다.
AI 기반 CRM 마케팅이란, 결국 기업이 고객의 연령, 성별, 구매 이력, 관심 상품, 서비스 사용 및 이탈 시점 뿐 아니라 경쟁사 서비스로의 고객 유입 등 다양한 데이터에 기반해 고객 한명 한명에게 딱 들어 맞는 마케팅 액션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AI 기반 CRM 마케팅의 정의가 잘 와닿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음과 유사한 경험을 해 본 적은 상당히 많을 것이다. 쿠팡이나 알리익스프레스에서 4인용 텐트를 구매하기 위해 한번 검색해 본 뒤 하루 이틀 지나 다시 해당 이커머스에 들어가보면, 마치 캠핑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캠핑용 테이블, 등산복, 배낭, 무시동히터 등을 맞춤형으로 추천해 준다.
이게 다가 아니다. 내가 시간대별로 어떤 상품을 찾는지까지도 정확히 꿰뚫고 시간 단위로 맞는 맞춤형 권장을 해 온다. 고객 맞춤형 마케팅이 AI를 통해 더욱 정교해졌기 때문이다.
아마존, 알리바바, 쿠팡 등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AI 기반 CRM 마케팅과 관련한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같은 마케팅 역량을 필요로 하는 곳은 빅테크, 대형 오픈마켓들만이 아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판매채널의 중심을 옮기는 유통, 식품 기업, OTT와 같은 콘텐츠 기업, 여행사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에게 ‘AI 기반 CRM 마케팅’은 기업의 존폐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역량이 됐다. 유력 포탈사의 뉴스 섹션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미디어 역시 궁극적으로는 이 역량에 승부수를 둬야 할 시점이 곧 다가올 것이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알리바바만큼의 마케팅 역량을 갖추고 있진 못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대형 빅테크와 AI 기반 CRM 마케팅 역량을 놓고 경쟁해야 할 상황이다.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내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2021년 설립된 ‘제트에이아이’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지혁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다니던 2021년 회사를 설립하고, 2022년 하반기 초개인화 AI 마케팅 솔루션 ‘블럭스(Blux)’를 선보였다.
‘당신의 사업에 빛이 돼 주겠다(Bring Lux to Business)’라는 영어의 약자인 블럭스는 다이소, 패션용품 업체 브랜디, 주류 플랫폼 데일리샷 등 20개 넘는 기업에서 사용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AI 개인화 상품 추천 서비스에서 CRM 마케팅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이 대표를 만나봤다.
그는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않고 도전정신을 발휘하는 청년 사업가다. 예측 불가능한 삶을 좋아하는 듯 하면서도 창업에 필요한 것들을 배우기 위해, 특히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벤처투자사(VC)에서 일을 경험해볼 만큼 치밀한 근성도 엿보였다.
Q. 사업 소개 부탁드린다.
‘제트에이아이’는 법인명, ‘블럭스’는 브랜드다. 블럭스가 많이 알려져 있기에 브랜드를 회사 이름처럼 부른다.
블럭스는 디지털 마케팅에서 AI 기반으로 기업들의 비즈니스 문제를 풀어주는 회사다. 현재 두 가지 제품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하나는 AI 기반으로 개인화 상품 추천을 해주는 ‘Blux Recommendation’과 또 하나는 AI로 기업의 CRM 마케팅을 도와주는 ‘Blux Message’ 등 두가지다. 이 두 서비스를 B2B로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등 엔터프라이즈에게 공급하는 사업 모델이다.
Q. 마케팅에 있어서 AI가 하는 역할은 어떤 것인가?
데이터 분석은 마케팅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기존에는 사람이 코딩과 데이터 분석을 한 후 이를 토대로 가설을 세웠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가설이 틀리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마케터들이 아무리 많아도 그만큼 야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 뿐이었다. 블럭스 서비스는 데이터 수집, 분석, 정리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복 작업에서 데이터 인사이트 도출 작업을 AI가 대신 해준다. 즉, 마케팅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데이터 처리 분석 작업을 AI로 대체한다고 볼 수 있다.
Q. 기업이 블럭스 서비스를 도입했을 때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나?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마케팅 성과다. 마케팅에는 ‘투자 수익률(Return on Investment, ROI)’, 즉 어느 정도의 돈을 투입해서 얼마큼 매출을 발생시켰는지가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저희 블럭스 솔루션을 도입하면 AI가 데이터 분석을 훨씬 더 정확하고 자세히 할 수 있다.
그 성과 개선 자체가 가장 중요한 효과다. 두 번째는 효율성이다. 이미 양질의, 혹은 다수의 개발팀을 운영하고 있으면 괜찮겠지만 기업들이 인력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는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하나의 가설을 분석하기 위해 다수의 마케터와 데이터 분석가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블럭스 솔루션은 AI 기능을 활용해 더욱 간소화된 팀으로 인력 구성이 가능해진다.

Q. 다이소, 에이피알, 브랜디 등 블럭스를 도입한 기업들이 다양하다. 기업들의 구체적 니즈는 어떤 것인가?
오프라인 기반으로 사업을 하다가 이제 디지털 마케팅 혹은 디지털 집행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그래서 저희 솔루션을 활용해 이런 마케팅 과정들을 고도화하고 혁신하려는 클라이언트들이 많다. 특히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검색 포털이나 SNS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과 달리, 흔히 ‘인앱 마케팅’이라 불리는 CRM 마케팅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 앱을 고객들이 스마트폰에 설치하더라도 이후 자주 방문하지도 않고 구매하지도 않는다면 그 앱의 효용성이 없을 것이다. 특히 요즘 세대들은 필요에 따라 비슷한 종류의 앱을 여러 개 사용하는데, 그 많은 앱들 중 ‘어떻게 우리 앱에서 소비를 하게 만들까?’가 과거보다 조금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
만약 앱 활성화를 위해 무작위로 푸시 메시지를 보낸다면, 오히려 고객은 피곤해질 것이다. 혹은 자신의 자꾸 뜨는 메시지가 귀찮아서 그 앱을 스마트폰에서 삭제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맞춤형 개인화’라는 키워드가 중요해진다.
쿠폰을 예로 들자면, 할인이 필요한 고객에게, 원하는 시점에 할인 쿠폰을 지급하면 당연히 소비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사람 알맞은 타겟에게 쿠폰이 가는지, 지금 이 시간이 고객이 좋아할 타이밍인지, 어떤 종류의 쿠폰이 좋은지 등을 분석해야 한다.
가령, 100만 명의 고객이 있다면 100만 명의 고객에게 필요한 게 각각 다를 텐데, 마케터가 아무리 많아도 100만 명의 고객에게 각각 다른 맞춤형 쿠폰을 보내는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대신 AI가 그 작업을 대신하는 거다.

Q. 블럭스가 가진 특별한 장점은?
글로벌 CRM 마케팅 솔루션을 보면, ‘세일즈포스’처럼 비즈니스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 많다. 이러한 기업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평가해 보자면, 새로운 기술이 추가될 때마다 원래의 솔루션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커버리지가 넓어진 것은 장점이겠지만, 점점 더 복잡해지고 무겁고 사용하기 어려워진 면도 있는 것 같다.
대신 블럭스는 더 편한 UI와 AI를 활용한 기능을 바탕으로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차별화된 장점이다. 이 분야에 대한 기술에 초점을 맞춘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블럭스와 계약한 기업들은 ‘직관적 활용이 가능하다는 부분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는 평가를 많이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매출 증대일 것인데, 블럭스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객관적 검증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다양한 A/B 테스트를 AI로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블럭스가 보여줄 수 있는 차별화이다. 최근에는 AI로 추천 방식을 설정하는 새 기능도 추가했다. 기능을 활용하면 노트북을 찾는 고객에게 마우스와 패드를 추가로 보여줘 추가 구매로 이어지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비결들 덕분에 CRM 마케팅 제품을 출시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클라이언트와 빠르게 논의할 수 있었다.
Q. AI 인앱 마케팅 시장에서 블럭스의 위치는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나?
AI 인앱 마케팅 분야는 이제 열리고 있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블럭스는 이 분야에서 1등에 오를 유력한 후보다.
여행, 금융,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들에게 어떠한 제안을 하는게 매우 중요해졌다. 보험을 보더라도, 예전처럼 상담원이 전화해서 단순히 ‘보험 가입하시겠습니까?’라는 식의 타율이 낮은 마케팅은 효과를 내기 어렵게 됐다. 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수많은 개인화 마케팅에 승부수를 두게 됐고, 따라서 AI 인앱 마케팅은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이 분야에서 3~4년 이내에 확실한 1등 기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자리를 블럭스가 차지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Q. 이제 개인 이야기를 해보자. 서울대학교에 다니면서 창업을 했다. 어떻게 이쪽을 선택하게 된 것인가?
맞다. 학생 창업이다. 수학을 굉장히 좋아해서, 문과 중에 수학을 제일 많이 활용하는 경제학과에 가게 됐다. 그러면서도 컴퓨터 기술에 굉장히 많은 관심이 있었다. AI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자세히 살펴 보면 수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학생 때 AI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기면서 이를 활용해 굉장히 유의미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학생 때 ‘창업해야겠다’라고 생각한 중요한 계기는 타이밍이었다. 해결하고 싶은 비즈니스 문제를 발견했는데, 이걸 뒤로 미루고 싶지 않았다. 또 마침 AI에 관심이 있으면서 엔지니어링을 잘하는 유능한 지인들이 주변에 있었다. 비록 학생이라 노하우나 경험치가 부족할 수는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지금 이 지인들과 창업하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도 완전 0에서 시작할 수는 없으니 조금이라도 경험을 쌓기 위해 벤처 캐피탈과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었다. 처음에는 고민도 있었으나 창업 후 기대보다 빠르게 유료 클라이언트들이 생기고, 구성원들도 늘어나는 등 순조롭게 성장할 수 있어서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나 꼭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지금까지 빠른 성장을 위해 주로 주변 지인들의 인맥으로 채용을 하다 보니 같은 대학교 출신이 많은데, 블럭스는 학교에 상관없이 능력있는 사람을 채용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목표인 스타트업이다. 그러니 혹시 블럭스에 관심이 있다면 채용 페이지를 적극 봐주시길 바란다.
Q. 앞으로의 계획은?

글로벌 진출을 한 이후 해외 상장을 긴 호흡으로 목표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을 위주로 올해 중 해외 고객을 첫 사례로 확보하는 것이 올해 목표다. 해외 사례가 단 1개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올해 말까지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후 법인 설립, 해외 서비스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 등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해외 진출에 있어서도 안전성보다는 도전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부자가 되고 싶다기보다 도전 자체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창업을 결심했다. 경제학도였기 때문에 오히려 부자가 되고 싶었으면 아예 투자 쪽을 고려하거나 고연봉의 직업을 선택하는게 더 합리적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실제로 키운 비즈니스가 글로벌에서 크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창업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이 대표는 10월 말 싱가포르 출장길에 오른다. 첫 해외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출장 일정은 꼼꼼히 짜여져 있는듯 자신감이 비쳐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