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공장의 설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공장의 설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네 발 달린 로봇이 공장을 활보한다. 자동차는 덜컹거리며 제자리를 달리고 있다. 헬기와 닮은 기체는 당이라도 하늘을 날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산실’로 불리는 의왕 연구소에선 상상으로 그려오던 미래 모빌리티 공장의 모습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이라는 완성품에 한계를 두지 않고 제조 현장에도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고 있다. 그동안 사람의 노동력을 앞세웠던 공장에, 로봇 및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생산의 효율성을 높인다. 현대차·기아는 발전을 고도화되고 있는 소프트웨어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스마트 팩토리를 기본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21일 의왕 연구소에서 이포레스트 테크데이를 열고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으로의 전환을 위한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이포레스트’는 현대차그룹의 스마트 공장 브랜드를 의미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스마트팩토리 혁신 제조 기술을 공유하기 위한 신기술 전시회인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2024’를 개최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스마트팩토리 혁신 제조 기술을 공유하기 위한 신기술 전시회인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2024’를 개최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전환을 위해 공장 생산 효율성을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기반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향상되는 공장의 제조 지능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팩토리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가 생산성과 유연성,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포레스트가 기반으로 삼는 SDF 또한 데이터 연결 및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객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제품을 누구보다 빠르게 제공하는 생산 공장으로, SDV를 생산하는 핵심 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이포레스트에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기술 및 인간 친화적인 스마트 기술을 도입해 제조 시스템을 혁신하고 나아가 모빌리티 산업 전체 고도화를 목표한다”고 밝혔다.

차세대 신기술 집합, 스마트 팩토리 ‘청사진’ 공개

전체 행사장을 ▲SDF ▲AAM ▲로보틱스 ▲스타트업 등 4개의 테마관으로 나눠 꾸민 현대차그룹은 신제조 기술 200여건도 공개했다. 전시엔 현대차와 기아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오토에버, 현대글로비스, 현대트랜시스 등 6개의 그룹사와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물건을 적재한 물류로복이 주변에 위치한 다른 로봇을 인식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물건을 적재한 물류로복이 주변에 위치한 다른 로봇을 인식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이날 공개된 ‘물류로봇 주행 제어 내재화 기술’은 SDF 전환을 위한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다. 물류로봇 활용에 필요한 제어 및 관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내재화한 기술로 기존 전진 및 직진 이동만 가능하던 것과 달리 앞뒤 관계없이 전 방향 이동이 가능하며 좌우 바퀴 회전수를 제어해 중량물을 올린 상태에서도 매끄럽게 곡선 주행이 가능하다.

‘비정형 부품 조립 자동화 기술’은 AI 비전 알고리즘을 통해 호스류, 와이어류 등 형태가 고정되지 않은 비정형 부품도 인식하고 피킹 포인트를 자동으로 산출해 제어 명령을 내리는 프로그램이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에 본격 도입될 경우 자율적인 공장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무한 다축 홀딩 고정장치(픽스처) 기술’은 기존에 부품별로 따로 필요했던 고정장치를 하나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다. 공정이 바뀔 때마다 해당 정보가 컴퓨터에 자동으로 입력되고 이를 통해 부품을 고정할 지점으로 자동으로 이동시킨다.

정밀 이송 설비 기술 및 통합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UAM의 날개와 동체를 자동 정렬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밀 이송 설비 기술 및 통합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UAM의 날개와 동체를 자동 정렬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모빌리티가 활용하는 공간도 수평에서 수직으로 변화하고 있다. UAM(도심항공모빌리티) 개발을 추진하는현대차그룹은 ‘UAM 동체, 날개 자동 정렬 시스템’을 개발했다. 차량 대비 10~100배 이상의 조립 정밀도를 요구하는 UAM의 특성을 고려해 고중량의 UAM 동체와 날개를 0.001㎛(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자동 정렬해가며 정밀 체결하는 기술로 통상 3~5일 소요되는 과정을 단 몇 시간 작업으로 단축했다.

로봇 모양의 강아지 ‘스팟’도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머리에 카메라를 장착한 스팟은 위험성이 높은 지역에서 작업자의 역할을 대체한다. 스팟은 현재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에서 차량의 품질을 체크하는 것은 물론 인천국제공항에서 폭발물과 같은 위험 물체를 대신 감지한다.

비정형 부품 조립 자동화 기술을 통해 피킹 포인트에 호스를 연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비정형 부품 조립 자동화 기술을 통해 피킹 포인트에 호스를 연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공개한 기술들은 기아 광명 오토렌드 EVO,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 일부 적용되고 있으며, 향후 울산공장을 비록한 글로벌 생산기지로 확대될 것”이라며 “모든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SDF 구축이 완료되면 생산성은 2배, 제조 비용은 50% 이상 절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민 현대차·기아 제조솔루션본부 이포레스트 센터 상무도 “SDF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생산 공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제조 지능을 고도화하는 게 목표”라며 “얼마나 많은 데이터들이 연결되고 활용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제조 지능이 기업의 성장과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