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준 효성 회장이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 수년간 이어온 글로벌 광폭 행보에 성과가 나오면서, 향후 조현준 회장의 ‘네트워킹 경영’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점쳐진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 오너 3세의 독립 겨영을 위한 계열 분리가 마무리된 가운데, 효성의 해외 주요 거점인 베트남이 재조명 받고 있다.
앞서 조현준 회장은 2010년대부터 전략적으로 베트남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사업 진출 확대를 모색했다. 2016년과 2018년 응우웬 쑤언 푹 당시 베트남 총리를 만났고, 2019년 6월 베트남 브엉 딘 후에 당시 베트남 경제부총리와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효성은 2007년 베트남에 첫 진출한 후 40억달러를 투자해 6곳의 생산법인을 설립, 17년 간의 투자를 통해 베트남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37억달러로 성장했다.
지난 14일 조현준 회장은 베트남 현지에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만나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조 회장은 “효성 역시 100년의 미래를 베트남에서 찾기 위해 기존 투자액 이상을 추가 투자해 베트남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향후 베트남에 5조원 이상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효성은 베트남에 투자를 진행 중인 기존 주력 사업과 친환경 첨단 소재인 바이오 부탄다이올(BDO), 지속가능항공유(SAF), 데이터센터 등 그룹의 미래 신규사업 추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팜 민 찐 총리는 “그간 효성이 보여준 효과적인 기업 투자 노력과 사회공헌 활동을 높이 평가한다”며 “향후 효성이 진행 중인 투자와 미래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빛 보는 조현준 회장의 ‘네트워킹 경영’
조현준 회장은 그간 멕시코, 미국, 베트남 등 현지 인사들을 직접 만나며 그룹 먹거리 발굴에 전력을 다했다.
효성의 IT계열사인 효성TNS는 2022년 멕시코 정부 소유의 사회복지은행(Banco del Bienestar)에 ATM 1080~2700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 규모는 약 500억원이다.
멕시코 국방부는 2021년 7월 중국 기업에 ATM 2700대를 공급받기로 했지만 해당 업체의 기술력이 내부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효성TNS와 계약을 맺었다.
이 프로젝트 사업 초기 단계부터 조현준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해온 계약으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조 회장은 2019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코로나 이후 세계를 대비하며 미국을 찾았다. 조 회장은 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주(州)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과 텍사스주 댈러스 효성TNS 미국 법인을 방문하며,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이후 시대) 이후 전 세계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지키려면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펼치는 전력망, 재생에너지 등 인프라 개선에 약 1조200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사회간접자본(SOC), 에너지,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됐다.
조 회장은 이를 대비해 중공업 부문의 첫 미국 생산기지인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방문해 미국 시장 동향과 전망, 향후 전략 등을 점검했다. 그는 또 미국 내 사업에서 협조를 구하기 위해 빌 해거티(Bill Hagerty) 테네시주 상원의원과 만나 멤피스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

조 회장은 빌 해거티 상원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향후 멤피스 지역 중공업 기술 전문가를 육성하고 전력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해 테네시 지역과의 상생은 물론 미국 전력 시장 인프라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연방 정부 차원에서 멤피스 공장 성장과 사업 확대를 위해 다각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3년이 지난 현재 조 회장의 이 같은 판단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2023년까지 효성중공업의 해외 수주 물량에서 유럽의 비중이 높았으나, 2024년 상반기 수주 실적에서는 고마진의 미국 수주 물량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현재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인해 길어진 리드타임을 고려하면, 향후 2~3년간의 매출 및 수익성 개선 속도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준 회장의 다음 타겟은 인도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중국과 인도의 경쟁사들은 죽을힘을 다해 달리고 있는데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면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불안정한 중국 경제의 정확한 상황 파악과 도약하는 인도 시장을 철저히 공부하고 분석하자”고 강조했다.
베트남, 멕시코, 미국 등에서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조현준 회장의 글로벌 경영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