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를 향한 싸늘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꾸준히 자신감을 내비쳤던 자율주행 로보택시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며 테슬라 주가가 휘청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화재 차량에서 대피하지 못한 운전자가 사망하는 등 테슬라에게 연일 악재가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공개된 로보택시 “이빨 빠진 행사” 비판
테슬라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위(We), 로봇’ 행사를 열고 ‘사이버캡’ 시제품을 공개했다. 사이버캡은 2-도어 로보택시로 운전자와 페달 없이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이다.
이날 로보택시를 직접 타고 행사장에 등장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자율주행 교통수단으로 매우 적합한 차량으로 우리는 2026년, 2027년 전까지 (사이버캡을) 대량으로 만들 것”이라며 “가격은 3만달러(약 4000만원)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는 로보택시 공개에 대해 “2017년 양산형 전기차 세단 ‘모델 3’를 출시한 이후 테슬라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의 자신감과 달리 로보택시를 향한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전문가들은 로보택시에 적용될 자율주행 기술의 구체적인 내용과 규제 문제에 대한 해결책, 수익 창출 방안에 대해 알맹이가 없는 발표라며 혹평을 이어갔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존 콜란투오니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로보택시 공개는 이빨 빠진 행사였다”며 “웨이모와 협력을 발표한 우버와 같은 경쟁사들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량 호출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는 허점을 지적한 것이다.
CFRA 리서치 애널리스트 개럿 넬슨 또한 “줄거리와 특수 효과가 많은 영화를 보고 마지막에는 머리를 긁으며 나오는 것과 같고 이는 일론 머스크가 기대했던 반응은 아닐 것”이라며 “이제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테슬라 주가를 재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로보택시 공개 직후인 11일 테슬라의 주가는 8.78% 급락, 시가총액 670억달러(약 90조원)가 증발했다. 지난 4월 테슬라가 로보택시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이후 주가가 45% 이상 상승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테슬라는 이날 미국 시가총액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S&P 500 편입 종목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실적 그림자 드리운 테슬라…로보택시는 “계획대로”

잇따른 사고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테슬라를 향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경기 안성시 도로를 달리던 테슬라가 경계벽을 들이받으며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다.
30대 운전자 A씨가 차량 내부에서 숨진 가운데 경찰이 결정적인 원인은 차량 잠금 장치 미해제로 인한 ‘탈출 실패’라고 추정했다. 운전자 A씨가 뒷좌석에서 발견됐다는 점을 고려해 사고 당시 의식이 있었지만 탈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에는 프랑스 니오르에서 테슬라 화재 사고로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사고 이후 구조대원이 도착했을 땐 탑승객들은 이미 전원 숨진 상태였다.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직격탄을 맞은 테슬라의 3분기 실적에도 그림자가 드리웠다. 테슬라는 최근 전기차 판매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할인에 나서고 있다.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시장에서는 올해 3분기 실적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분기 테슬라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255억달러였지만, 영업이익은 33% 감소한 16억500만달러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 대비 3.3%p 낮아진 6.3%에 그쳤다.
그러나 테슬라는 로보택시 사업을 계획대로 이어갈 전망이다. 테슬라는 로보택시 양산 이전에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의 운전자 개입이 필요없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모델 3, 모델 Y에 선제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로봇공학,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이 테슬라의 시장 가치를 최대 30조달러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일론 머스크의 미래상이 기반됐다.
이상현 BM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테슬라의 손과 발을 떼고 있지만 눈은 전방을 주시하는 자율주행은 잘 작동되고 있으며, 이제 감독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으로 넘어가는 단계”라며 “테슬라가 AI와 비전 기술을 가지고 있어 우버나 리프트 드라이버처럼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10~20대의 차량을 저렴하게 관리하는 흥미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