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 택시회사 소속 기사의 호출을 차단한 혐의로 카카오모빌리티에 7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법인을 고발했다. 그 자체로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중복 최소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의 카카오모빌리티 압박이 심해질수록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플랫폼 우버만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잔혹사
공정위는 2일 카카오모빌리티가 2021년 5월부터 현재까지 4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우티·타다·반반·마카롱택시)에게 영업상 비밀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하는 한편 거절하면 해당 가맹택시 사업자 소속 기사가 '카카오T' 앱 일반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차단한 행위를 시장지배자적 남용행위라 규정하고 과징금 724억원을 부과했다. 법인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특히 카카오모빌리티가 2021년 5월 가맹택시 사업자들에게 카카오T 일반호출을 받으려면 경쟁 택시 가맹사업자의 소속기사 정보 및 운행정보 등을 실시간 수집할 수 있는 제휴계약 체결을 추진한 것에 주목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장을 독점하는 거대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인접시장에서 경쟁사업자와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한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며 “경쟁사업자에게 영업비밀 제공을 요구해 자신의 영업전략에 사용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미묘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먼저 당연한 말이지만 카카오T 일반호출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만든 플랫폼이며, 이를 다른 가맹택시 사업자가 '당연하게' 쓰도록 만드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 엄연히 각각의 플랫폼을 가졌으며 심지어 가맹택시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곳에서 카카오T를 공공재처럼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 자체가 보기에 따라서는 괴이하기 때문이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롯데리아 강서구청점이 맥도날드 앱을 통해 들어온 주문을 접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과 같다.

다만 이 문제는 어느정도 업계의 합의가 끝났다. 정부의 압박으로 롯데리아 강서구청점이 맥도날드 앱을 통해 주문을 접수해도 가능한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7월 새로운 가맹택시 모델을 발표하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맥도날드가 롯데리아에 가맹점 정보 및 배달정보 등을 요구한 점이 또 문제가 됐다. 실제로 '업계 공공재'가 된 카카오모빌리티는 다른 가맹택시 사업자에게 일반호출을 열어주면서 영업상 비밀에 해당되는 정보를 요구했고, 공정위는 이 대목에서 7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정부 등의 압박에 비록 '업계 공공재'가 됐지만, 영업상 비밀을 취득하며 시장 독과점을 공고히 했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이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로 보면서 일반호출을 열어주는 생색 아래에 경쟁사의 정보를 탈취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중복을 막기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른 가맹택시 기사가 카카오 T의 콜을 반복적으로 취소 또는 거절하는 등 사실상 골라잡기 행위가 발생함에 따라 그 중복을 막기위한 최소한의 정보 요청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문제가 됐던 택시기사들의 콜 골라잡기 행태와 비슷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한때 좋은 콜을 잡고 소위 '똥콜'을 피하려 콜카드를 임의로 걸러내는 기사들에 대한 대책으로 AI 기반의 콜카드 배치에 나섰으나 "손님들이 택시 못잡아 집에 못가는 것은 나와 상관없고,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왜 좋은콜만 골라잡지 못하게 하느냐"는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업계 공공재가 되어 카카오T 일반호출을 다른 가맹택시 사업자에게 열어주자 몇몇 기사들은 압도적인 카카오T 호출량을 보며 솎아내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리고 카카오모빌리티는 관련된 정보를 받아 콜 중복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중복 최소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휴 계약 당사자가 서로 필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당사와 타 가맹본부들은 한 편의 일방적 정보 취득이 아닌, 상호 간 데이터 제공을 전제로 제휴 계약을 체결하여 협업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요구한 영업상의 비밀도 생각보다 별 것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심사 결과에서 언급된 제공 데이터는 출도착좌표, 이동 경로, 실시간 GPS 등 기본 내비게이션 사용 시 얻게 되는 정보와 동일하다. 또 추가적인 정보는 콜 중복 최소화를 위해 어느 가맹 본부에 소속된 택시인지 식별하는 데이터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이 정보들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에 활용되고 있다는 정황도 아직은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이 정보들이 공정위 주장처럼 영업상 비밀로 분류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를 요구한 것을 두고 시장 지배력 남용이라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말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금의 업계 기준은 가맹택시 사업 초기 정부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 결과물이며 그 중 하나인 원 플랫폼(One Platform)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을 뿐"이라며 "KM솔루션, DGT모빌리티 등 몇몇 가맹택시 사업자들은 이미 카카오모빌리티와 플랫폼 제휴 계약을 통해 호출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가 시장지배자적 위치 남용으로 7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까지 고발한 것을 두고 "이례적인 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공정위가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법인까지 고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시장 담합에 대해서는 간혹 형사처벌을 하고 있으나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법인을 고발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 법규가 엄격한 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나아가 "형사처벌을 하려면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면서 "이 조차도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하며 카카오모빌리티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높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했다고 부연했으나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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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십자포화...우버만 웃나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판단을 크게 우려하는 중이다. 한국 모빌리티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도 없이 무조건 마녀사냥만 벌이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ICT 플랫폼 기술의 발전으로 시장이 커지고 생태계가 활발해졌으나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구사업과 신사업의 충돌에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걱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사 처우 및 택시 생태계 상생을 위해 다양한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으나 이러한 노력도 지나치게 폄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평소 '이사님' 소리를 들으며 지내다 대통령 민생토론회에 느닷없이 등장, 요즘은 보기도 힘든 택시기사 정복 코스프레를 한 이들에게 휘둘려 무지성 압박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토종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압박이 커질수록 우버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만 지나치게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타다도 마찬가지지만 국내 중소사업자들은 원플랫폼 원칙 아래 정당한 제휴 계약을 체결해 협업하고 있으며 카카오모빌리티는 인허가 기관들과의 협의를 통해 정당한 절차로 사업을 운영하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중대 위반 제재를 받는 선례가 발생한다면 시장 전체가 주저앉을 수 밖에 없다. 또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수록 힘의 균형추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정당한 '실력'이 아니라 묘한 힘의 개입이라면 더욱 큰 문제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