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국군의날 시가행진 중 세종대왕상 앞 관람 무대에서 장비부대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국군의날 시가행진 중 세종대왕상 앞 관람 무대에서 장비부대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렁찬 경례와 함께 육중한 전차 궤도 소리가 빗방울을 뚫고 서울 시내에 울렸다. 오와 열을 맞춘 국군 장병들의 행진에 시민들은 함성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장병들도 손을 마주 흔들며 화답했다. 상공에서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화려한 축하 곡예비행을 펼치고, 광화문 너머로는 대형 태극기가 풍선에 매달린 채 하늘 위로 펄럭였다.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10월 1일 오후 4시 광화문 앞에서 펼쳐졌다.

호국영웅 카퍼레이드가 시작을 열었다. 4인의 6.25 전쟁 참전용사부터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윤영하 소령의 어머니와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전사한 박경수 중사의 딸, 2015년 북한 목함지뢰 도발 당시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까지 11인의 호국영웅과 관계자들이 행진의 선두에 당당히 자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단상에서 내려와 이들과 직접 인사했다.

시가행진 현장. 사진=연합뉴스
시가행진 현장. 사진=연합뉴스

카퍼레이드 이후 FA-50 전투기 5대가 편대비행을 시작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제작한 국산 초음속 다목적 경전투기로, 폴란드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F-16에 근접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KF-16과 F-35A 편대도 함께했다. F-35A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투기로 알려졌다. 현존 최고의 공격헬기인 아파트 헬기는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며 호버링 기동을 선보였다.

지상병력의 선두는 수도방위사령부 산하 MC기동대가 담당했다.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든 K2 전차가 뒤를 따랐다. 표적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을 갖춰 폴란드 등지에서 수출 품목으로 인기가 많다.

한국형 유무인 전투체계를 담당하는 무인기와 드론도 모습을 보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장의 첨단화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대한민국도 첨단 유무인 전투체계 구비에 힘쓰는 모양새다. 특히 무인 항공전력은 고도 제한 등 인간의 작전 수행 능력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핵심 전력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도 K1A1 전차, K9 자주포, K55A1 자주포, 비호복합 대공포, 상륙돌격장갑차(KAAV), 다연장로켓 ‘천무’, 대전차유도무기 ‘현궁’, 지대지미사일 ‘현무’,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한국형 무인정찰기 등 우리 국방력을 대표하는 무기체계가 다수 등장했다.

다만 이번 국군의날 행사에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5’는 시가행진 대열에 합류하진 않았다. 현무-5는 북핵 도발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체계 중 ‘대량응징보복’에 사용되는 무기로, 북한 공격 발생 시 적지 곳곳에 화력을 투사해 무력화하는 용도다. 탄두 무게만 8톤으로 세계에서 가장 무겁다. 정밀타격 능력까지 보유해 ‘괴물 미사일’로 이름 높다.

주한미군이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군이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비부대 시가행진이 끝난 후 도보부대 시가행진이 뒤를 이었다. 육군 제대 – 해군 제대 - 공군 제대 순으로 이어진 장병들의 행렬은 각 부대를 상징하는 제복을 입고 위용을 과시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장병들과 해군 UDT/SEAL 등 특수부대원의 행진에는 시민들의 박수와 함성이 더욱 커졌다. 각군 사관생도들 역시 각 잡힌 경례를 통해 미래 강군의 주역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기 위해 주한미군도 행렬에 등장했다. UN 의장대를 시작으로 주한 미8군 지휘부, 기수단, 군악대와 스트라이크여단이 뒤를 이었다. 앞서 오전 열린 국군의날 행사에서는 미군 전략자산 B-1B 랜서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향후 한반도 상시 배치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어, 북한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북한은 B-1B 전개에 대해 “미국의 허세성 무력시위 놀음”이라며 “철저히 상응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민과 함께 행진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국민과 함께 행진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한편 윤석열 대통령도 시가행진을 직접 참관하고 행진 대열에도 함께했다. 현직 대통령이 시가행진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시가행진은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동안 열리지 않다가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열리고 있다.

광화문까지 걸어간 윤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국군 장병의 당당한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 든든하다”며 “국민들께서도 우리 군의 굳건한 안보 태세를 확인하고 마음을 놓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장병들의 처우 개선과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군 통수권자로서 국군 장병을 무한히 신뢰하며 국민과 함께 힘껏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오전 국국의 날 행사에서 대북 경고 메시지가 주가 됐지만, 시가행진에서는 장병들을 향한 응원과 격려를 주안점으로 둔 연설이었다.

이날 참석자들과 시민들은 “자유 대한민국 파이팅”을 다함께 외치며 시가행진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