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967년 자동차 산업에 첫 발을 내딛은 지 57년 만에 누적 생산 1억대를 달성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는 지난 9월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누적 생산 1억이라는 ‘금자탑’을 세우는데 성공한다.
기록적인 성과와 더불어 든든한 지원군인 장재훈 현대차 사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통 현대차 출신은 아니지만 취임 이후 현대차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와 혁신’이 설명하는 리더십

지금은 자동차 산업 전문가로 꼽히는 장재훈 사장이지만, 처음부터 현대차와 인연을 맺은 것은 아니다. 2011년 2월 현대글로비스 기획담당 상무를 맡은 장재훈 사장은 이듬해인 2012년 3월에야 현대차 생산개발기획사업부로 소속을 옮겼기 때문이다.
2018년 현대차 경영지원본부장, 2019년 국내사업본부장, 2020년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을 차례로 거친 장재훈 사장은 2021년 3월 정의선 회장의 결단 아래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된다.
장재훈 사장은 ‘정의선 사단’의 대표적인 인사로 꼽힌다. 장재훈 사장은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 총수로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발탁한 CEO이기도 하다. 역대 현대차 사장들이 모두 순수 현대차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글로비스에서 시작한 장재훈 사장의 취임은 파격 인사였다.
장재훈 사장의 지휘 아래 현대차는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0년 새 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이래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고금리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 회복세가 둔화했지만 현대차는 지난해 전년 대비 54% 성장한 15조126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다. 매출은 162조6636억원, 순이익은 12조272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4.4%, 53.7% 증가했다.
리더십은 ‘변화와 혁신’으로 요약된다. 장재훈 사장은 지난 8월 ‘2024년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 웨이’를 공개하며, 전동화 시대의 퍼스트무버(선도자)로서 입지를 다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미래를 이끌게 될 중장기 전략인 현대 웨이를 실현하기 위해 2024년부터 2033년까지 10년간 총 120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했던 10년간(2023~2032년) 투자액 109조4000억원 대비 10.1% 늘어난 금액이다. 현대차는 2030년에는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달성한다는 내용의 재무 전략도 발표했다.
장재훈 사장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연하고 민첩한 완성차 사업 대응력을 높이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며 “지역별, 차종별 전동화 수요 변화를 기반으로 유연하게 물량을 배치하고 기민한 생산 및 판매 체계를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장재훈 사장이 이끄는 현대차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시기에 도입한 지금 현대차는 하이브리드를 확대 도입한다.
현대차는 기존 7개인 하이브리드 차종을 14개로 늘린다. 제네시스의 경우 전기차 모델을 제외한 전체 차종에 하이브리드 트림을 추가한다. 올해 4분기 가동을 앞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는 당초 전기차만 생산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하이브리드 생산 라인을 추가해 유동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존에 확보한 역량을 바탕으로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 전동화 전환에 총력을 기울인다. 2030년 2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현대차는 배터리 내재화를 목표로 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의 오랜 과제, 수소 생태계 구축 ‘사활’

“자동차 회사가 차만 만드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난 1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4’ 현장에서 장재훈 사장이 밝힌 현대차의 방향성이다. 장재훈 사장의 시선은 미래로 향하고 있다.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수소차 개발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그것이다.
장재훈 사장은 올해 현대차를 이끌 5대 전략으로 EV 근본 경쟁력 제고와 함께 ▲유연하고 민첩한 완성차 사업 대응력 강화 ▲전기 및 수소 에너지 사업 모델 구체화 ▲미래 사업 전환을 위한 인재 확보와 조직 문화 혁신 등을 꼽았다.
장재훈 사장은 특히 수소 생태계 구축에 있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재훈 사장은 ‘CES 2024’에서 직접 발표를 맡아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수소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6월에는 정의선 회장에 이어 수소 분야 글로벌 CEO 협의체 ‘수소 위원회’ 공동의장을 맡았다.
당시 장재훈 사장은 “(현대차가) 직접 수소 생산에 뛰어드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수소 및 재생 에너지 분야는 남들보다 빠르게 많이 하는게 답이다”고 강조했다.
수소 산업은 장재훈 사장 취임 이전부터 현대차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1998년 수소 연구 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한 현대차는 2013년 투싼 ix35 수소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데 성공한다. 이어 2018년 수소 전기 승용차 넥쏘, 2020년 수소 전기 트럭 엑시언트를 차례로 선보이며 수소 경쟁력을 키워왔다.
그러나 글로벌 수소차 시장의 역성장이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한 2044대를 판매하는 것에 그쳤다. 신차 부재와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당초 현대차가 그린 청사진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소 생태계 구축에 사력을 다한다. 장재훈 사장의 과제는 명확하다. 정의선 회장과 함께 현대차 수소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일이다. 장재훈 사장은 올해 CES 2024에서 “현대차의 모든 기술적 진보는 인류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수소를 어디에서나 활용 가능하도록 수소 사회 실현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