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28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를 공습해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를 정밀 공습해 나스랄라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스라엘군은 나스랄라에 대해 "수많은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을 살해하고 수천 건의 테러를 계획하고 실행한 책임이 있다"며 "메시지는 단순하다. 이스라엘 시민을 위협하는 자는 누구든 찾아내겠다는 것"이라 밝혔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의 발표 직후 공식 채널을 통해 나스랄라의 죽음을 확인했다.

나스랄라는 누구?
1960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태어난 나스랄라는 시아파 신학교에서 수학한 후 1979년 레바논으로 돌아와 1982년 헤즈볼라 활동을 시작했다. 1989년 이란으로 넘어가 종교학을 연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란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압바스 알 무사위 헤즈볼라 3대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의 공격에 사망하자 뒤를 이었다. 1997년 장남인 무함마드 하디가 사망한 후 나스랄라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높아졌으며 2000년까지 이어진 남부 레바논 분쟁 당시 이스라엘을 패퇴시킨 이슬람 시아파의 영웅으로 급부상했다.
2006년 레바논 국경에서 이스라엘 군인 2명이 헤즈볼라에 납치되며 시작된 '33일 전쟁'을 통해 나스랄라의 위상은 반석위에 올랐다. 이스라엘이 자국 군인이 납치되자 백린탄까지 쏘며 레바논 남부를 초토화시켰으나 이란의 지원을 받은 헤즈볼라는 효과적인 게릴라전으로 맞섰고, 그 중심에서 나스날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알자지라가 이스라엘 군대의 무차별 공격을 비판하자 이스라엘이 알자지라 중계팀을 공격, 그 결과 국제여론이 반 이스라엘으로 굳어지자 나스랄라는 영악한 여론전을 벌이는 치밀함까지 보여줬다. 결국 이스라엘은 후퇴하며 체면을 잔뜩 구겼고 나스랄라는 헤즈볼라의 상징이자 시아파의 거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2021년 레바논 총격사태로 정국이 요동치던 당시 헤즈볼라 대원이 10만명에 이른다며 조직의 강성함을 어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효과적 '머리 제거' 향후 정국은?
이스라엘은 나스랄라 제거 이전에도 헤즈볼라의 콘트롤 타워를 정밀타격해 제거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나스랄라까지 제거한 후에는 거칠 것이 없어질 전망이다. 레바논 남부에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시도해 헤즈볼라를 발본색원할 태세다.
이런 가운데 나스랄라의 빈자리를 그의 사촌인 하셈 사피에딘이 채울 가능성이 크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는 2017년 미국의 테러리스트 명단에 오른 '거물'이며 집행위원회 조직을 맡아 30여 년간 헤즈볼라의 훈련 시스템을 총괄하고 재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다만 당분간 헤즈볼라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관건은 이란이다. 최근 헤즈볼라와 거리를 두며 서방의 경제제재를 풀어내는 것에 집중했으나, 이제는 '레드라인'을 넘은 이스라엘을 좌시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였으나 확전만큼은 어떻게든 막으려 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동투쟁을 최근 제안했을 때도 거절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나스랄라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 과정에서 이란혁명수비대 작전사령부 부사령관인 아바스 닐포루샨도 폭사하는 등 상황이 험악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