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동화 ‘퍼스트 무버’를 목표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인 유럽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체코로 향한 정의선 회장 또한 전기차 캐즘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확대해 유럽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유럽 현지에서의 협력을 통해 친환경차 전반을 아우르는 중장기 로드맵을 공개했다.
주춤하는 유럽에서 선방하는 현대차그룹
지난달 유럽 자동차 시장의 역성장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은 소폭 상승했다. 전기차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하이브리드차 인기에 따른 판매량 증가가 주효했다.
24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신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5% 급감한 75만5717대로 나타났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와 같은 주요 국가의 판매 부진이 주효했다. 현대차그룹 또한 합산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4.5% 줄어든 5만6450대에 그쳤다.
반면 지난달 현대차그룹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8.9%로 전년 동기 대비 0.4%p 상승했다. 현대차 점유율은 지난해 8월과 동일한 4.4%였으나, 기아는 0.4%p 오른 4.5%로 나타났다. 전체 판매 대수는 줄었으나 다른 완성차 업체들 또한 함께 부진하면서 점유율이 소폭 올랐다.
국내 시장과 마찬가지로 전기차 판매 비중이 줄어든 반면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이 늘었다.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23년 8월 21.7%에서 지난달 16.7%로 5.0%p 하락한 반면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은 24.2%에서 31.3%로 7.1%p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의 유럽 시장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은 지난해 2분기 14.9%에서 올해 2분기 20.9%로 6.0%p 증가했다. 기아 또한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11.8%에서 16.9%로 5.1%P 올랐다.
하이브리드차 인기가 기반되며 현대차그룹의 올해 1~8월 유럽 시장 점유율은 4위(8.4%)로 나타났다.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르노 다음으로 유럽권이 아닌 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다. 토요타와 BMW, 메르세데스-벤츠는 나란히 현대차그룹 뒤를 이었다.
체코로 향한 정의선 회장의 ‘정면돌파’
현대차그룹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며 유럽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은 중국 다음으로 전기차 수요가 많은 시장이지만, 최근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전동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독일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경기 침체가 악영향을 미쳤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유럽 전기차 수요는 109만3808대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0.6%에 불과했다. 지난해 전기차 수요가 28.2%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뚜렷한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 체코공장을 찾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시 인근 노소비체에 위치한 현대차 체코공장을 방문한 정의선 회장은 “최근 전기차 시장 지각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우리의 변함없는 노력은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어 “체코공장은 친환경 모빌리티 비전과 기술을 위한 미래 투자의 핵심 거점”이라며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지속적인 성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체코공장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핵심 거점이자, 해외 최대의 친환경차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유럽 판매량은 53만4170대, 체코공장의 판매량은 34만2대로 나타났다. 체코공장의 친환경차 판매량 또한 13만8849대에 달한다.
2010년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친환경차 모델을 생산하기 시작한 현대차 체코공장은 시장 상황에 맞춰 생산 차종을 최적화,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2023년까지 3년간 체코공장의 친환경차 판매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54.4%로, 이는 같은 기간 전체 판매량의 연평균 증가폭 11.4%를 훨씬 상회한다.
현대차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체코공장의 가동률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 연속 100%를 달성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연속 3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2020년 코로나 펜데믹에 따라 판매량이 급감했지만, 2021년부터 두 자리대 증가를 거듭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체코공장은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메타플렌트아메리카(HMGMA) 이전에 가장 큰 친환경차 생산 거점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생산 라인을 모두 갖추며 투싼 PHEV, 코나 일렉트릭 등 수요에 맞게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지 업체와의 협력 통해 선보이는 신차 행렬
주춤하고 있는 유럽 시장에 승부수를 던진 현대차그룹은 현지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 꾸준히 친환경차 신차들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스코다 일렉트릭과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스코다 일렉트릭은 동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버스와 수소버스, 트램, 기관차 등을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는 스코다 일렉트릭과 협업해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스코다 일렉트릭의 차량과 트램, 기관차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스코다 일렉트릭 외에도 이탈리아 상용차 그룹인 이베코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상용차 박람회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에서 이베코와 함께 개발한 전기 경상용차 ‘e무비’를 처음 선보였다.
e무비는 현대차의 ‘배지 엔지니어링’을 적용한 첫 번째 차량이다. 배지 엔지니어링은 하나의 모델을 개발해 시장 수요에 따라 여러 브랜드로 출시하는 개발 방식이다. e무비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섀시 캡을 기반으로 이베코의 화물 적재함을 결합했다. 보닛과 실내 등 차체 앞쪽은 현대차가 올해 4월 출시한 전기 경상용차 ‘ST1’과 유사하다.
현대차와 이베코는 2022년 3월 상용차 경쟁력 강화를 위한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이후 전동화 시스템을 포함한 대대적인 협력을 추진했다. 양사는 향후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기 및 수소 상용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