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 빼빼로데이 글로벌 앰배서더인 걸그룹 뉴진스. 사진=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 빼빼로데이 글로벌 앰배서더인 걸그룹 뉴진스. 사진=롯데웰푸드

몇 년 새 유통업계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전통 식품·유통 기업인 롯데도 예외는 아니다. 사업 부진이 이어지며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하는 등 쇄신의 고삐를 졸라매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 신동빈 롯데 회장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식품이다. K-푸드의 열풍으로 성장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판단에서다. 그중에서도 롯데웰푸드 ‘빼빼로’를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빼빼로는 롯데의 위기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연매출 1조원이 넘는 다양한 메가 브랜드를 육성할 것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첫 타깃으로 롯데웰푸드의 ‘빼빼로’를 선정했다. 오는 2035년까지 빼빼로의 연매출을 1조원까지 끌어올려 ‘글로벌 톱10‧아시아 넘버원’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신 회장은 “한·일 롯데가 협력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이 돼달라”며 “해외 매출 1조원이 넘는 다양한 메가 브랜드 육성에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빼빼로 글로벌 수출 확대

신동빈 롯데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벨기에 신트니클라스에 있는 길리안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롯데
신동빈 롯데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벨기에 신트니클라스에 있는 길리안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롯데

빼빼로 연매출 1조원 달성을 위해서는 10년 내 5배 성장을 일궈내야 한다. 매년 최소 33.3%씩 증가해야하는 셈이다. 지난해 빼빼로 연매출은 2000억원 수준에 머물러있다.

그러나 식품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10년 내 빼빼로의 연매출 1조원 달성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빼빼로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는 있으나, 성장률이 10%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21년 1460억원이었던 매출은 2022년 1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증가했으며, 2023년에는 2020억원으로 18.8%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639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7.6% 늘었다. 

이에 롯데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기간 빼빼로의 전체 매출액 대비 수출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290억원이던 수출액은 2022년 350억원으로 20.7% 성장했다. 2023년에는 540억원을 기록하며 무려 54.3% 급증했다. 전체 빼빼로 매출액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는 해외 각국에서 한국 과자를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영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과자류 수출액은 4억9420만달러(약 6605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15.4% 증가했다. 올해 연간 수출액은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특히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시장은 ‘인도’다. 인도는 유소년 인구가 3억600만명에 달해 업계에서 떠오르는 신흥 시장이다. 그 일환으로 롯데웰푸드는 올해 1월 빼빼로 첫 번째 해외 생산기지로 인도를 낙점하고 하리아나 공장에 빼빼로 현지 생산을 위한 21억루피(한화 약 330억원)의 신규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내년 하반기 공장이 가동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빼빼로를 국내에서 생산해 인도에 수출해야 해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물량에 한계가 있었지만, 현지 빼빼로 생산라인에서 직접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매출 증가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현지화 제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롯데는 기존에 주력하던 베트남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동시에 신규 국가 진출로 메가 브랜드를 육성한다는 포부다. 

빼빼로데이 전세계로 확산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뉴진스 빼빼로 광고. 사진=롯데웰푸드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뉴진스 빼빼로 광고. 사진=롯데웰푸드

또 다른 주요 전략은 ‘빼빼로데이(11월 11일)’ 확산이다. 빼빼로데이는 한국의 상업적 기념일 중 하나다. 빼빼로 연매출 40% 이상이 빼빼로데이가 포함된 4분기에 발생할 정도다. 이처럼 매출을 올리기에 유리한 한국 기념일인 빼빼로데이를 해외로 전파한다는 전략이다. 

빼빼로데이 확산에는 인기 걸그룹 뉴진스를 앞장 세우고 있다. 앞서 롯데웰푸드는 빼빼로를 북미 시장에 널리 알리기 위한 첫 행보로 지난해 뉴욕타임스퀘어와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중심가에 아이돌 뉴진스를 앞세운 디지털 옥외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해외 유튜버와 협업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1일에는 유튜브 계정 구독자가 4240만명에 달하는 미국 유튜버와 협업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토퍼길드 이외에 다른 글로벌 크리에이터도 모집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콘텐츠 제작 등 홍보 활동을 강화한다.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 최초로 빼빼로데이 판촉행사를 진행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호찌민 1군 로터리에 옥외광고를 진행했고, 쇼핑몰에서는 빼빼로데이 문화 체험이 가능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올해는 빼빼로데이 슬로건으로 ‘Show your love with Pepero(빼빼로로 사랑을 나누세요)’를 내세웠다. 빼빼로데이 핵심 가치인 ‘나눔’을 글로벌 소비자들도 인지할 수 있도록 강조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빼빼로데이 확산 캠페인을 미국과 싱가폴, 필리핀, 멕시코 등 K-POP이 강세를 보이는 15개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빼빼로 첫 해외 생산기지인 인도 하리아나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해외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속적인 글로벌 마케팅으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메가 브랜드로서 입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