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세계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서도 고전하고 있다. 최근 5년래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던 매출액도 뒷걸음질 쳤다. 심지어 지난해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하며 전체적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나이키에 이렇다 할 신제품이 부재한 가운데 기능성을 중시한 신흥 운동화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나이키코리아, 매출 성장 멈췄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나이키코리아는 지난 회계연도(2023년 6월 1일~2024년 5월 31일) 매출액이 2조50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5.3% 줄어든 2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몇년새 치솟던 실적과 온도차가 크다.
과거 나이키코리아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지난 2019년 지드래곤과 협업한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는 리셀가(중고 판매가)가 1300만원까지 폭등한 바 있다. 나이키코리아는 회계연도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2020년도 이후에도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나타내며 승승장구했다. 코로나19로 국내 패션 업계 전체가 암울했던 2020년에도 ‘나 홀로’ 선방하며 최대 실적을 쓰기도 했다.
실제 회계연도 기준 나이키코리아의 매출액은 2019년 1조2936억원에서 2020년 1조4522억원으로 연간 12.3% 신장했다. 2021년(1조6749억원) 매출액도 전년 대비 15.3% 증가했다. 2022년에도 1년 전과 비교해 20.1% 늘어난 2조109억원의 매출액을 거두며 스포츠 브랜드 최초로 단일 매출 2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나이키가 불황 속에서도 매출액 성장세를 지속한 이유는 ‘스니커즈 운동화’의 인기 덕분이다. 당시 MZ세대를 중심으로 스니커즈 운동화가 주류 패션으로 떠올랐고, 전통 브랜드인 나이키코리아가 최대 수혜를 받게 된 것이다. 리셀·중고 시장에서 수십만원부터 수백만원에 팔리는 한정판 스니커즈의 대부분이 나이키 상품이었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2022년 360만원대에 팔리던 한정판 운동화 ‘조던 1 X 트래비스 스캇 레트로 하이 OG SP 모카’는 현재 14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230만원까지 올랐던 로우 제품은 60만원대까지 내려갔다. 그 가운데 신제품마저 과거 대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실적이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신흥 운동화 브랜드의 고속 성장
코로나19 기간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오던 나이키코리아의 실적이 예전같지 않은 데에는 무엇보다 ‘호카’, ‘살로몬’, ‘온러닝’ 등 신흥 운동화 브랜드 영향이 컸다. 이들 브랜드는 러닝(달리기) 인기에 편승한 ‘러닝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디자인은 투박하지만 착화감이 편안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호카의 경우 시중에 판매되는 러닝화보다 2배 이상 쿠션감을 추가하고 험난한 지형에도 충격을 잘 흡수하도록 신발 밑창(아웃솔)을 과하게 부풀렸다. 이는 ‘기능성’을 중요시하는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소비 성향을 관통하며 전통 브랜드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부분 전통적인 브랜드에서 운동화를 구매했지만 요즘 잘파세대들은 다양한 브랜드에서 자신이 필요한 기능성을 고려한다”며 “소비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전통 브랜드도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전통 브랜드가 위기를 맞은 건 아니다. 아디다스는 투박한 러닝화와 함께 레트로(복고)가 유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트렌드에 발맞춰 ‘클래식 스니커즈’를 앞세우며 신흥 운동화 브랜드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크림의 ‘2024 상반기 인사이트 리포트’에서 아디다스 삼바는 스니커즈 거래 시장 인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반면 나이키는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등 신제품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나이키는 러닝 문화의 붐을 놓친 것”이라며 “대기업이 신생 기업에 시장점유율을 내주고 있고 이로 인해 매출은 침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나이키는 내부 조직을 간소화하는 등 비용 절감을 통해 다시 한번 왕년의 성공신화를 쓰겠다는 포부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말부터 전사적으로 비용절감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나이키코리아도 전체의 약 2%에 해당하는 인원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경영자(CEO)도 교체한다. 2020년 1월부터 나이키를 주도했던 존 도나호 CEO가 다음 달 13일부로 물러난다. 이후 소비자·시장 부문 사장을 역임했던 엘리엇 힐이 CEO직에 복귀해 나이키를 이끌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