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 사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 사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려아연과 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MBK파트너스가 영풍의 우군으로 난입한 일을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월 13일부터 10월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 확보하기 위한 공개매수를 시작한다고 12일 밝힌 바 있다. 이에 지난 7월 ‘MBK 파트너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에 문제를 제기했던 박희승 의원이 재차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17일 박희승 의원실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기업 지배구조와 재무상태 개선, 효율성 향상 등의 명분을 앞세워 공격적인 M&A를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기도 했다.

기업 인수 후 핵심 자산 매각, 과도한 배당을 통한 투자금 회수,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이 거론된다.

박 의원은 “MBK 파트너스가 치킨 프랜차이즈 BHC 인수 후 가맹점 계약 부당해지, 물품공급 중단 등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억5000만원과 시정명령 처분을 받았다”며 “ING생명 인수 후 신한금융지주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수백명에 달하는 구조조정과 역외탈세로 인한 400억원 규모의 추징금 추징 등으로 투기자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고 말했다. 특히 ING생명은 2조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감행한 점에서 논란이 컸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가 최근 참전한 홈플러스 인수전 역시 비판했다. 점포 수를 줄이고 임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나서자 또다른 우려가 불거진 셈이다.

박 의원은 “고려아연은 대한민국의 기간산업이자 전략산업으로,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아연을 비롯해 각종 산업의 기초가 되는 소재들을 만들고 있다”며 “울산에서 50년 전 설립돼 지속적으로 공장과 사업을 확장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 늘려가고 있는 지역경제의 핵심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2024년 국내사모 PEF 분야 총 1조원 중 2980억원을 MBK파트너스에 배정한 점도 문제삼았다. 국민연금으로부터 위탁운영사로 선정될 경우 그만큼 기업 가치와 투자유치에 큰 이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우리 기업과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투기적 사모펀드에 돈을 맡기는 것은 책임투자 원칙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희승 의원은 “2024년 국정감사에서 MBK 파트너스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과 MBK 파트너스의 잇따른 논란이 ESG 원칙에 문제가 없는지 집중적으로 따져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 관련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원칙 이행 촉구 및 대체투자 위탁운용사 선정과정에 ‘ESG 기준’을 마련할 것을 강력하게 지적하겠다”고 말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희승 의원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희승 의원실

MBK의 난입에 대한 우려는 지역사회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김두견 울산시장이 “울산시 또한 정부 부처와 국회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지역 향토기업을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김 시장은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치고, 120만 시민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정부에 국가기간산업 보호와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울산 지역 고용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고려아연이 흔들리면 시 핵심기술 유출과 지역 고용시장 위축, 지역경제 악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김두겸 울산시장. 사진=울산시
김두겸 울산시장. 사진=울산시

MBK로서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연이은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반발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기존 고려아연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던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의이 최윤범 회장의 백기사로 나설지도 변수다.

MBK파트너스는 영풍,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등과 주주간 계약을 체결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하고 영풍 및 특수관계인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해서는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 장씨 일가가 보유한 33.13% 지분의 절반을 넘겨받는다. 장 고문 측보다 1주를 더 많이 보유하면서 최대주주가 된다는 뜻이다.

동시에 법원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영풍도 법원에 고려아연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