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겸 울산시장이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려아연을 지지하는 백기사 등판을 예고했다. 사진 = 연합뉴스.
김두겸 울산시장이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려아연을 지지하는 백기사 등판을 예고했다. 사진 = 연합뉴스.

김두겸 울산시장이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려아연을 지지하는 백기사 등판을 예고했다. 

영풍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지분 매입을 공식화하며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고려아연 사업장이 있는 지차체 단체장이 지역 상공계와 힘을 모아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 시장은 16일 성명을 통해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는 영풍이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시장은 고려아연이 울산 향토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MBK가 수소·이차전지 핵심 소재를 만들 고려아연을 인수할 시 핵심기술 유출과 지역 고용시장 위축, 지역경제 악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 시장은 이날 낸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의 우수기업이 중국계 자본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전 국민적인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며 "울산시 또한 정부 부처와 국회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지역 향토기업을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MBK의 공개매수는)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이 아니라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울산시민은 지역기업 SK가 외국계 헤지펀드와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을 때 '시민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쳤다"고 말했다.

이어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치고, 120만 시민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정부에 국가기간산업 보호와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이 추석 명절 연휴 중에 성명까지 발표할 정도로 이번 경영권 분쟁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고려아연 측이 친분 우호 지분 세력으로 분류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LG 등에 울산시 차원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협조 요청에 나설지도 이목이 쏠린다. 

고려아연의 주요 주주로는 한화그룹, LG그룹, 현대차그룹 등이 참여해 있다. 이들 주식만 18%에 달한다.

세부적으로는 HMG글로벌(지분 5.0%)과 한화H2(5.0%), LG화학(2.0%), 한화임팩트(1.9%), 트라피구라(1.6%), ㈜한화(1.2%), 한국타이어(0.8%), 한국투자증권(0.8%), 조선내화(0.2%), 동원산업(0.04%) 등으로 이들 기업은 2022년부터 고려아연의 3자배정 유상증자 및 자사주 매각 등에 참여해 지분을 취득했다.  HMG글로벌은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가 공동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이다.

고려아연의 주요 주주 가운데 울산에 연고를 둔 대기업들이 많다는 점에서 울산시장이 행동으로 나설 경우 직간접 영향을 받지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김 시장은 정부에 국가기간산업 보호와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을 강력히 촉구할 계획이다.

그는 이날 성명서 말미에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려 할 때 미국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나서 저지했고 호주 정부도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BR) 제도로 호주의 리튬 광산을 인수하려는 중국계 기업의 시도를 막아낸 바 있다"며 "울산시 또한 정부 부처와 국회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지역 향토기업을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김 시장은 "필요하다면 대통령실에도 직접 건의할 계획이다"며 강경 대응 카드도 꺼냈다.

김 시장은 이를 통해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물론 정부에도 일정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율은 7.83%에 달한다.

울산시장의 이같은 백기사 등장은 MBK 사모펀드의 공개매수 작업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장형진 고려아연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동업자 관계였던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영풍과 고려아연을 두고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달 13일 MBK는 장 고문과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공식화 했다. 이번 MBK의 공개매수는 영풍이 고려아연과의 분쟁에서 주도권을 뺏긴 가운데 시작됐다.

그러나 MBK·영풍도 주요주주들의 지지가 아쉬운 상황이다. MBK는 공개매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대차, LG 및 한화와의 사업적 제휴 관계도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