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하츄핑
사랑의 하츄핑

<사랑의 하츄핑>은 지난 15일까지 누적 관객 99만 3730명을 기록했다(KOBIS 16일 0시 집계 기준). 이에 따라 <사랑의 하츄핑>은 16일 오전 100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된다.

<사랑의 하츄핑>(감독 김수훈)은 2020년 시작된 TV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시리즈의 첫 극장판이다. 이번 영화는 시리즈 전체의 프리퀄로, 로미와 하츄핑의 첫 만남을 다룬다. <티니핑> 시리즈를 <포켓몬> 시리즈와 비교하면, 로미는 지우, 티니핑은 포켓몬, 하츄핑은 피카츄에 해당한다(▶ <사랑의 하츄핑>은 어떤 영화?)

<사랑의 하츄핑>의 100만 관객 돌파는 ‘유자녀 가족 관객을 위한 영화’가 거둔 성과라는데 각별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유자녀 가족 관객은 한국영화계에 투명 관객이나 마찬가지였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했던 명필름을 제외하면, 주요 한국영화 제작사들의 기획에는 아예 빠져있는 관객들이다. 한마디로, 기존 한국영화계 관점에서는 장사가 안되는 손님들이었다.

그렇게 한국영화가 사실상 방치한 채, 일본 TV 시리즈 극장판에 장악당한 시장에 제작사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가 배급사 쇼박스와 함께 <사랑의 하츄핑>으로 도전한 것이다.

그 결과,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로는 12번째 100만 영화가 됐다. <댓글부대>, <행복의 나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원더랜드>, <설계자> 등 톱스타들이 주연한 영화도 밟지 못했던 고지다(▶ 관련 기사).

'사랑의 하츄핑' 스틸
'사랑의 하츄핑' 스틸

또한 100만 명 돌파는 국내 TV 시리즈 극장판의 확장성 한계를 극복한 사례이기도 하다.

100만 명 돌파는 ‘뽀통령’도 하지 못했다. 뽀로로 극장판의 최고 기록은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2013)의 93만1953명이다. 이 영화는 선호 관객층의 연령대가 6세 이하여서 초등학생 가족까지 영화관으로 부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신비아파트>, <헬로카봇>, <미니 특공대> 등도 도전했으나 역시 각각 특정 연령대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해 실패했다.

반면, <사랑의 하츄핑>은 상대적으로 유치원부터 초등학생 6학년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선호한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유치하지 않고 설레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사랑의 하츄핑>은 비교적 폭넓은 기업들과 공동 프로모션이 가능하다(관련기사: ▶메가MGC커피 ; ▶아성다이소 ▶ 빙그레  ▶삼천리 자전거 등).

'파일럿'(7월 31일 개봉)의 주연 배우 조정석과 '사랑의 하츄핑'(8월 7일 개봉)의 신인 배우 '하츄핑'이 만나 '파츄핑'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을 펼쳤다. (사진제공 = 쇼박스)
'파일럿'(7월 31일 개봉)의 주연 배우 조정석과 '사랑의 하츄핑'(8월 7일 개봉)의 신인 배우 '하츄핑'이 만나 '파츄핑'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을 펼쳤다. (사진제공 = 쇼박스)

또 다른 한계도 극복했다. <사랑의 하츄핑>의 주요 관객층은 유초등 저학년으로, 부모가 동반 관람해야 하는 영화다. 이런 상황은 <뽀로로>를 비롯해 유자녀 가족 애니메이션이 겪는 가장 큰 허들이다.

초등 4학년 이상이 되면 자녀들만 관람하고 부모는 밖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 자녀들은 영화관에 혼자 두기가 쉽지 않다. 결국 부모도 함께 봐야 하는 '비싼' 영화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1주 차 흥행세가 저조하면 대개는 2주 차 이후 부모 관객이 나서지 않는다. 화제성이 없으면 상영 시간표도 소위 ‘퐁당퐁당’이 되기 때문에 시간 맞추기도 힘들다. 즉 자녀 관객의 선호도가 높아도 실제 좌석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유자녀 관객용 영화는 초반 기세가 다른 실사 영화보다 특히 중요하다.

<사랑의 하츄핑>은 이 상황을 공격적으로 돌파했다. 개봉 전주인 8월 3일과 4일, 정식 개봉일 스크린의 13%인 140여개관을 확보해 유료 시사회를 열며 4만9683명을 사전에 확보했다.

이후 장장 40일이 넘게 상영하면서, 부모가 자녀와 함께 관람해야 하는 상황이 오히려 흥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부모가 선호 관객이 아니더라도 실관람객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제 한국영화계는 대규모 유료 시사회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랑의 하츄핑>의 100만 관객 돌파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의미 있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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