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세계 물류업계 흐름이 종합물류로 변하고 있다. 종합물류란 쉽게 말해 육상, 해상, 항공 물류를 아우르는 물류 총집합이다. 실제 최근 몇년새 아마존을 비롯해 세계 굴지의 해운사인 머스크, MSC, CMA CGM, 하팍로이드 등이 항공기나 트럭 매입을 비롯해 택배 회사 인수 등에 적극 나섰다. 이는 리쇼어링(해외 생산시설의 국내 회귀), 니어쇼어링(인접국 제조) 등으로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부족한 물동량을 채우고, 소비자 물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해운업계가 육상과 항공 물류에까지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사활을 건 국제물류 전쟁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이코노믹리뷰는 종합물류 측면에서 바라 본 한국 물류업계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종합물류 허브로 유력한 부산신항 제4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종합물류 허브로 유력한 부산신항 제4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 우물만 파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물류업계가 그렇다. 물류업계는 전례 없는 종합물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백년이 넘게 해상 운송만 하던 그룹이 항공물류 회사를 설립하고, 이커머스로 떠오른 회사가 육상에 물류창고를 구비하고 선박을 대여해 해상 운송을 시작하는 식이다.

100년 책임진 해운, 100년 책임질 종합물류

‘전통 물류’로 대표되는 해운시장의 변화가 가장 뚜렷하다. 지난 1904년 설립 이후 해상물류 한 우물만 파던 세계 2위 선사 ‘머스크(Maersk)’가 2010년대부터 종합물류로 노선을 틀기 시작했다. 선대 확장 투자를 줄이고, 육상과 항공에 투자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022년 10월, 과일·채소 등 온도에 민감한 화물을 선박과 철도로 옮기는 운송 옵션을 선보였다. 빠른 배송이 필요한 신선식품 특성에 맞춰 해운과 철도를 결합한 솔루션을 내놨다.

그해 머스크는 36억달러를 들여 홍콩 LF로지스틱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LF로지스틱스는 아시아 15개국에 223개 물류센터를 보유한 육상물류 강자다. 동시에 동남아시아 물류사업에 3년간 64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4년 7월 덴마크 동남부 타우라프항 인근에 저탄소형 물류센터를 처음 구축하는 등 머스크는 거점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물류센터는 항만, 도로, 철도 등 인프라 접근이 용이한 삼각지대에 건립됐다.

머스크는 항공물류사업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022년 4월 ‘머스크 에어카고’를 설립하며 뛰어들었다. 머스크 에어카고는 현재 대형 화물기 ‘보잉 777F’를 중국-유럽 노선에 투입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독일의 항공물류사 세나토를 인수하기도 했다. 종합물류회사라는 노선을 확실히 정한 셈이다.

해운시황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머스크의 전체 선복량은 430만TEU로 세계 2위다. 사진=알파라이너
해운시황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머스크의 전체 선복량은 430만TEU로 세계 2위다. 사진=알파라이너

종합물류는 머스크에도 큰 도전이다. 사업전환이 바로 매출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종합물류 전환 이후 머스크의 해운 점유율은 경쟁사들에게 추월당하고 있다. 해운시황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머스크의 전체 선복량은 430만TEU(1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세계 2위다. 1위에 빛나던 머스크의 선복량이 MSC(600만TEU)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머스크는 당장 선박 발주물량도 적다. 40만TEU에 그친다. 현재 3위(380만TEU)인 프랑스 CMA CGM은 선박 발주분이 100만TEU다. 현재 발주분이 인도되는 2026~2027년도에는 머스크가 프랑스 CMA CGM에 약 8만6000TEU차로 2위를 내줄 전망이다.

그럼에도 종합물류를 향한 머스크의 의지는 뚜렷하다. 더 이상 ‘해운업’ 하나만으로 국제 물류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가 찾아오며 물동량이 감소했다. 동시에 미중 패권전쟁과 공급망 불안으로 각국의 ‘니어쇼어링(인접국 제조)’이 심화되고 있다. 생산지 다변화와 물동량 감소가 겹치며 이전처럼 2만2000TEU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핵심 기항지만 왕복하는 서비스의 경쟁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미 멕시코, 인도, 터키 등이 새로운 노선으로 각광받는 중이다. 해당 노선에도 새로 취항해 적은 파이를 나눠야 하는 선사들로선 투자 대비 수익성이 감소한 셈이다. 결국 타개책으로 육·해·공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종합물류 솔루션이 각광 받고 있다. 해운사들은 종합물류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수익 증가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머스크 소속 컨테이너. 사진=머스크
머스크 소속 컨테이너. 사진=머스크

‘물류 혁신’ 상징 아마존, 다시 혁신 도전한다

‘신개념 물류’로 대표되는 미국의 ‘아마존(Amazon)’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아마존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온라인 쇼핑몰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아마존은 지난 2014년부터 자체적인 글로벌 운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아마존의 그림은 차세대 물류 혁신이다. 항공기, 선박 등의 대형 수송수단과 드론, 로봇 등 첨단 수송수단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뿐 아니라 물류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영향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코트라 2021년 해외시장뉴스에 따르면 아마존은 현재 트럭 4만대, 비행기 75대, 운송 담당 운전자 4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물류센터에 로봇을 도입했다. 스콧 드레서 아마존 로보틱스 부사장은 “자율이동로봇(AMR) ‘세콰이어’를 도입하며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 주문 처리 속도를 25% 단축하고, 배송 예측 가능성을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아마존 산하 항공사 ‘아마존 에어’와 무인 드론 배송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에어’는 종합물류 혁신의 상징이다. 아마존 프라임 에어는 지난 5월 30일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장거리 드론 배송 승인을 얻었다. 항공 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위해 켄터키에 15억달러(약 2조원)를 들여 항공 허브(공항)를 건설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텍사스주 칼리지 스테이션에 드론 주문 처리 허브를 두고 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현재 미국 인구의 70% 이상이 아마존 에어 또는 파트너 항공사가 운항하는 공항에서 160㎞ 이내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마존은 해상물류에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이커머스와 해외 직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홍해 사태 등으로 선박 정시성(선박이 정해진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비율)이 무너지고, 해상운임이 폭등하는 등 불안요소가 산재한 상황에서 공급망 안정화에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지난 2021년 코로나 팬데믹발 운임 폭등 당시, 아마존은 선박을 빌리고 자체 컨테이너를 제작해 공급망 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대여한 선박으로 LA 항만과 롱비치 항만을 피해 다른 항구로 화물을 운송하는 전략을 펼쳤고, 이를 통해 운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현재도 아마존은 머스크와 저탄소 운송 계약을 4년 연속 체결하는 등 꾸준히 해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아마존 물류센터 내에 투입된 카디날 로봇. 사진=아마존 유튜브 갈무리
아마존 물류센터 내에 투입된 카디날 로봇. 사진=아마존 유튜브 갈무리

머스크와 아마존의 사례처럼 종합물류 전환은 거대한 물류 흐름이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민국 최대 국적선사 HMM은 지난 10일 기업 중장기 전략 설명회를 열고 “2030년까지 종합물류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HMM이 밝힌 투자 계획에는 선복량 확대와 선대 친환경화도 있었지만, 결국 종합물류로 귀결된다.

박진기 HMM 부사장은 “여태까지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었으나 현재는 중국 물동량 감소와 니어쇼어링의 유행 등으로 인도, 멕시코, 터키 등의 항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2030년 종합물류 로드맵을 갖고 중장기 사업 전략을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