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GPT 그림.
사진=챗GPT 그림.

최근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며 업계의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한국 소비자 개인정보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 기업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실체가 분명하다는 말이 나온다.

비슷한 논란이 공간 정보 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중국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는 프롭테크와 인테리어 기업을 통해 국내 ‘공간 정보’의 중국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일까. 대한민국은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간정보관리법)에 의거하여 국토교통부장관의 허가 없이 기본측량성과 중 지도등 또는 측량용 사진을 국외로 반출을 막고 있다. 나아가 국토교통부장관의 허가 없이 공공측량성과 중 지도등 또는 측량용 사진을 국외로 반출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한때 업계에 큰 파란을 일으켰던 구글 지도 논란이 벌어진 이유다.

여기서 ‘기본측량’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실시하는 측량을 의미하며 ‘‘공공측량’은 국토교통부 외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공의 이해를 목적으로 민간에서 실시한 측량을 말한다. 그리고 최근 인테리어 및 프롭테크 업계에서는 건물이나 아파트 등의 평면도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 기존의 주먹구구식 오프라인 접근이 아니라 ICT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전략의 일환이다. 

그 연장선에서 아파트 공간 정보인 2D 도면을 소프트웨어에 입력하면 3D 공간이 생성되고, 해당 공간에 마루, 벽지, 가구, 조명 등을 배치에 인테리어 결과를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들이 각광을 받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아키스케치’, 해외에는 ‘쿠지알러’, ‘쿠홈’, ‘광동 산웨이지아’, ‘Planner5D’, ‘floorplanner’ 등이 있다. 

논란이 불거진 대목은 쿠홈의 활동이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국내 기업인 ‘아키스케치’를 도입하고 있지만 아키스케치 론칭 이전부터 3D 인테리어 프로그램을 빠르게 도입한 국내 가구사나 인테리어 기업들은 현재 쿠홈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쿠홈은 중국 기업이다. ‘쿠지알러(酷家乐)’라는 중국 이름을 가지고 있는, 명백한 중국 기업으로 분류된다.

물론 무작정 중국 기업이라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실력과 투명한 인프라를 보장한다면 쿠홈의 활동은 오히려 국내 시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 중국 기업인 쿠홈이 한국 공간 정보의 중국 유출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국내 포털이나 부동산 서비스에 공개되어 있는 공간 정보인 2D 도면을 입력하면 3D로 변형한 공간 정보가 빠르게 도출되는 가운데, 중국 기업인 쿠홈이 마음만 먹으면 국가의 특성상 해당 정보의 무차별적 유출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가 너무나 많다. 중국 소프트웨어나 플랫폼 서비스 등에 대한 보안 이슈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틱톡 이슈가 대표적이다. 틱톡이 미국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무차별 확보한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으며, 이에 미국은 중국 기업 소유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인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올해 4월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을 미국 연방 의회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이미 여러 서방 국가의 공무원, 정치인, 보안 담당자들은 업무용 휴대전화에 틱톡을 설치할 수 없다. 인도에선 이미 2020년 6월부터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이란, 네팔,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에서도 틱톡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영국 정부와 의회는 2023년부터 업무용 기기에서의 틱톡 앱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 내 언론사에서도 보안 우려로 인해 직원들에게 법인 기기에서의 틱톡 앱 삭제를 권고하는 곳이 있다. 

다만 쿠홈의 경우 아직 이러한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간 정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시장이 더욱 확장될 경우 쿠홈'발' 논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는 고조되고 있다. 특히 쿠홈의 공간 정보 유출이 법적인 리스크로 비화될 경우 쿠홈은 물론 쿠홈의 파트너들도 곤경에 처할 수 있어 더욱 걱정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현행 공간정보관리법과 시행령에서는 관광객 유치와 관광시설 홍보 목적인 경우에만 지도와 측량용 사진 등의 국외 반출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쿠홈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경우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법인 한원의 고광욱 변호사는 “국내에서 사용 중인 외산 소프트웨어가 국토교통부의 허가없이 국내 지도를 비롯한 측량용 사진, 공간 정보를 해외로 가지고 가서 국내 회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 공간정보관리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국내 기업들은 당연하지만 이와 관련된 문제가 없다. 아키스케치 이주성 대표는 “3D 인테리어 솔루션을 검토하는 고객사에게 소프트웨어의 안전한 사용을 공간정보관리법 관련 내용을 주지시켜드리고 있다”라며 “국내 소프트웨어가 탑티어 수준의 기능과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인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쿠홈의 아슬아슬한 행보가 이어질 경우 의외의 사태도 벌어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